[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14 드디어 최종회가 되었다



드디어 최종회가 되었다. 어쨌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우리는 5년을 꽉 채우고 나니아의옷장x주님의숲교회 형태로 생존하고 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직도 복잡한 생각들이 혼재하기에... 일단...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어보려 한다. 지난 5년간의 실험과 생존,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들의 결과보고서이다.

  • 5년 전까지 PC방으로 운영되었던 40여 평의 지하 공간.
  •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이름으로 1년에 100~150회 정도의 공연을 했다. 출연진으로 따지자면 매년 500~1000여 명이 이 무대에 섰고 5년으로 합치면 3~5천 명까지의 인원으로 볼 수 있다.
  • 이 공간을 누리고 간 관객의 수는 매 행사마다 편차가 큰데, 회당 30명 정도를 평균으로 잡는다면 지난 5년간 1만5천명~2만 명 정도가 다녀갔다 볼 수 있다.
  • 크리스천 아티스트의 음악공연, 작은 연극, 북 콘서트, 토크콘서트, 찬양예배, 유튜브 촬영 등 다양한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누렸다.
  • 주님의숲교회라는 이름으로 20여 명의 성도가 모여 꾸준히 예배드리고 교제하고 있다.
  •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는데 주님의숲교회에 처음 와서 새신자 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은 분이 2명 있다.
  • 우리는 이 공간에서 약 500 끼니 정도의 식사를 함께 만들어 먹었다.
  • ‘주님의숲교회’라는 간판은 3년 차가 되어서야 달았다. 간판이 비싸서인 이유도 있었고, 골목에 십자가와 교회 간판이 이미 이렇게 많은데 우리도 하나 더 늘리기 좀 겸연쩍은 면도 있었다.
  • 대형교회 등의 든든한 지원 없이, 정말 개미들이 모인 작은 공동체로서 월세 한번 밀리지 않고, 목회자에게도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사례를 꾸준히 지급했다는 점이 감사하다.
  • 나니아의 옷장 Youtube채널, 주님의숲교회 찬양팀 Youtube 채널 등에 수백 개의 크리스천 문화콘텐츠가 올라가 있다.
  • CBS, CGN, CTS, 국민일보, 기독공보 등 기독교 TV와 신문 등에 여러 차례 새로운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대단한 일을 해낸 것도 같지만,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재정적으로는 1개월 정도치의 현금 보유분이 있을 뿐이고, 공연장으로서의 수입은 늘 불안정하다. 처음 생각했던 문화사역의 모델은 5년이 지난 지금 너무나 변해버린 문화지형에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작은 공연장에 오지 않고 youtube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간다.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홍대 클럽, 재즈공연장 등이 동일하게 고민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교회 식구들과 함께 이 문제를 깊이 고민 중이고 새로운 문화사역 모델을 론칭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교회로서도 어떤 면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인원수를 보자면, 7-8명으로 시작하여 개척 2년 차에 예배 인원이 25명 정도까지 되었고 그 이후에 새로운 사람이 몇 달에 한 명씩은 꾸준히 왔다. 하지만 기존 교우 중에 개인 사정으로 타지에 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에 전체 인원은 그 정도로 유지가 되었다.

그런데 5년 차에 들어서 꾸준히 자리를 지켰던 핵심 멤버 5명 정도가 직장 관계로 지방에 가거나 외국에 가는 등 개인 사정 등으로 당분간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인원의 유입은 중지되면서 현재는 15명 정도로 줄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주일에는 예배 후 소그룹 나눔 때 교우들 사이에 이러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도 이제 교회 홍보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사실 주님의숲교회는 홍보라는 목적으로 무얼 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들 ‘전도총력전’등의 방식에 지쳐 있는 거 같아서 좀 휴식을 제공하고 싶었던 나의 욕심도 있었다. 개척교회에 오기 부담스러워하는 부분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왠지 사람을 데려다 채워놓아야 할 거 같은.. ‘성장=인원 증가’라는 공식에 다들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서 전도, 교회 홍보는 좀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6년 차 되면서 연 초에 교우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이제 좀 홍보와 전도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작은 교회의 장점도 있지만 너무 작으면 무언가를 할 동력이 생기지 않는 면이 있다.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문화사역을 끌고 가기에도 버겁다.

그러니 조금만 더 늘어서, 초창기처럼 2-30명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아마 그 이상이 되면 예배공간을 옮겨야 할 수도 있고, 우리의 주일 하이라이트인 풍성한 점심식사 방식도 바꾸어야 할지도)

구체적 홍보 방식으로는 설교 Youtube 영상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 아직 우리는 설교 영상도 올라와 있는 것이 없다.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가 많이 작용했다. 어차피 내가 편집해서 올려야 하는데, 내 설교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렇게 편집해서 올리나, 너무 나르시시즘 아닌가..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교는 공동체와 소통하는 맥락 아래서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 그런 식으로 세상에 뿌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세상에 좋은 설교방송이 이미 넘쳐나는데.

하지만 교우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래도 아직까지는 누군가가 새로 정착할 교회를 선택할 때, 목사의 설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면에서는 다들 동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주님의숲교회에 관심을 갖게 된 누군가에게 미리 설교를 맛볼 수 있는 콘텐츠를 올려놓는 것은 기본적인 배려에 속한다는 생각도. 그리고 설교 내용 등을 짧은 글이나 책 등으로 내보는 것도 어떨까 싶은 이야기가 나왔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목회자 개인으로서 이러한 교우들의 움직임에서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다. 목사가 주도해서 교회의 모든 어젠다를 제시하고, 성도들을 동원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지양되면 좋겠다 생각해온 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한 강력한 카리스마가 없이는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지만, 지체들이 성숙한 태도로 자연스럽게 무언가 교회의 일들을 함께 시도하고 만들어 간다는 건 이상주의에 가깝기도 하다.

그런데 6년 차 첫 주에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우리가 나아야 할 길에 대해 자연스러운 나눔들이 시작되었다. 물론 문제들은 산적해있고 해결책은 요원하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자생적 공동체가 꿈틀대고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또 한 지체는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마음에 늘 걸리는 어떤 소외계층이 있는데(정부의 복지정책에도 사각지대에 속하는), 그들을 위해서 후원을 이끌어내는 NGO단체를 시작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사실은 주님의숲교회를 시작할 때 이런 일들이 생기기를 꿈꾸었고 설교에서도 교우들에게 이따금씩 이런 내용으로 도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 그저 막연한 이상으로 남아있었는데, 6년 차 연 초에 이러한 제안을 누군가 자발적으로 해주어 그 사실만으로도 꽤 큰 위로가 되었다. 물론 그 일이 잘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냥 망해버릴 수도 있다. (세이비어교회는 이런 망해버린 미션 소그룹들의 장례식도 교회 공동체가 함께 치르며 다음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고 한다) 혹시 이번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이렇게 자생력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슬슬 마무리하자면, 지난 5년 작은 공동체가 함께 참 행복한 시간을 후회 없이 누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목회자 개인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망가고 싶었던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흔히 겪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어려움들 - 가난, 그에 따른 가정불화, 정서적 외로움 등 - 을 나도 피해나갈 수 없었다. 주변에서 이런 길을 가고 싶다고 문의한다면 웬만하면 피하라말하고도 싶다. 눈물로 보낸 시간도 정말 많은데,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하는 공동체 식구들이 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요즘 새로운 교회의 형태, 목회의 형태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어제 우연히 갔던 곳에는 태권도장이 있었는데 운영하시는 목사님이 주일에 거기서 교회를 하며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지인은 최근에 어떤 젊은 목사님이 옷가게를 열어 장사하며 주일에는 거기서 소박하게 교회로 예배를 드리는 곳에 다녀왔다고 했다. 또 부목사로 사역하는 신학교 후배의 소식을 들었는데, 교회를 사임하고 취직을 할지(기존 목회자의 길을 포기) 개척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 했다. 그리고 동기들도 동일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이 시대에도 교회 개척이 가능할까?
문화사역(또는 다른 형태의 어떤 사역)을 시작하여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눈에 띄는 성공사례도 흔치 않다. 다만 우리는 두 가지 키워드에 집중했다. ContentsCommunity이다. 스타 목사가 자신의 브랜드 네임으로 팔로워를 모으고 그 여세를 모아 점점 몸집을 키우는 방식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책 읽기 모임을 해도 뛰어난 목사가 가르쳐 주는 방식보다는, 무명의 개개인이 소그룹으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을 선호했다. 금요 라이브 무대도 소수의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흥행보다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쪽을 택했다. 어찌 보면 순진한 이상주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때로는 느리고 비효율적인 면도 있으나, 우리가 5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는 손길로 그동안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그분이 허락하시는 때까지 이 자리를 함께 지켜보려 한다.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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