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8 : 지역사회와 접촉점으로 교회공간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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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앞부분 어딘가에서 말했듯이, 이 칼럼은 성공사례간증기(?)라기 보다는 현실에서 고민하고 몸부림쳐온 진솔한 투쟁기에 가깝다. 지역사회와의 접촉점으로 교회공간을 활용한다는 주제야 말로 그러하다. 교회의 초창기부터 고민하던 부분이지만 여전히 뾰족한 답은 잘 모르겠다.

공공신학등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교회가 내부적 필요만을 채우는데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섬겨야 한다’는 명제는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가끔씩 ‘교회는 오로지 복음을 전해야지’라며 공공신학이라는 용어 자체에 반감을 표현하는 분들도 만나 놀랄 때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은 범위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주변에도 특히 젊은 세대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교회가 지역사회를 구체적으로 섬겨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뜨거운 긍정을 보내는 경우가 경험상 많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고민하고 부딪혀 봤던 주제들을 몇 가지 다루어보려 한다. 특히 우리의 경우는 ‘나니아의옷장’이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을 운영하기로 했기에, ‘문화’라는 분야에서 실무적 고민들이 많았다.

갑자기 돌직구를 날리자면, 오늘에도 과연 교회가 지역사회에 나누어줄 무언가가 있긴한가? (예를 들어, 문화의 분야에서)

흔히들 얘기하듯, 과거에는 교회가 세상보다 문화가 앞섰고 문화를 선도했다(고들 하는데, 사실 이 부분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 어쨌든 8-90년대만 해도 청소년들은 각 교회의 문학의 밤을 통해 밴드의 경험을 처음 해보고, 문화행사를 기획해보는 일들을 맛보았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오늘은 교회가 그러한 문화적 혜택(?)을 지역사회에 줄 수 있을까? 각 지역을 중심으로한 문화재단들은 너무나도 알찬 문화프로그램들을 지역사회를 위해 펼쳐오고 있다. 

나니아의 옷장이 위치한 성북구는 특히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성북구의 문화예술가들 300여명이 함께 하는 카톡방에 참여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문화행사 소식들이 올라오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면 너무 알차고 수준높은 프로그램임에 놀라게 된다. 과연 교회가 그런 문화콘텐츠들을 지역사회에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한 질문이었다. 나니아의 옷장은 주님의숲교회가 기독교가치를 기반으로 세상속에 좋은 문화를 나누기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 작고 영세한 공간에서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정말 만들 수 있을까? 있다면 어떤 형태일까?

가만 생각해보면 문화예술 분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복지분야를 들여다봐도 국가의 시스템이 과거에 비해 너무나 잘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사각지대도 있는 법이지만, 그동안 교회 단위로 해왔던 지역사회 복지 행사 등 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지속성있는 사업들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국가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던 시절에는 교회가 해왔던 일들이, 이제는 국가가 너무나 잘 해오고 있기 때문에 교회가 끼어들 자리조차 없는 형국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실무자들과 접촉을 해봐도,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겠다는 뜻은 참 좋지만, 애매한 아마추어들과의 협력은 쉽지 않다는 반응이 올 때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1. 무작정 지역사회에 뛰어들기 보다는 현황을 알아봐야 한다.

‘이런 거 해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우리 안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들은 찾아보면 지역사회에서 (조금 과장해서) 이미 모두 누군가 하고 있었다. 그것도 국가보조금 등으로 마련된 탄탄한 재정과 전문가들 중심으로. 

실제로 나니아의 옷장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플리마켓’ 또는 예술가 장터 등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데 사실은 이미 도보 몇 분거리 성북문화재단에서 만든 멋진공간에서 정기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이었다. 

이럴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식은 1)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빠진다. 2)그들과 연대하여 함께 큰 그림을 만들어 간다. 라는 생각이 든다. 1)번이 의외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큰 그림과 사명으로 무모한 시도(좋은 의미든 나쁜의미든)를 하는 곳이기에 이것저것 좋은 일은 다하고 싶은 경향이 있다.

그런데 재정과 인원이 충분한 대형교회라면 모를까, 지역의 중소형 교회는 사실 한 분야만 제대로 맡아서 해내기도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전문성이 없이는 지역사회를 섬긴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우리 교회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 두 개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깨끗이 포기하고 원래하던 분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빠지는 것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그래서 때로는 포기가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나니아의 옷장은 초기에 꿈꾸었던 거대한 꿈(지역사회의 모든 문화적 필요를 채우는 복합문화공간)을 버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한 두가지를 하자고 뜻이 수렴되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개척교회, 열악한 환경으로 우리가 해 낼 수 있는 현실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전문뮤지션의 음악공연과 녹음, 영상촬영기술에 특화된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서 말한 성북지역 300여명의 문화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공간에는 플리마켓, 주민참여음악회 등은 많지만, 우리가 갖추고 있는 전문음향시설과 노하우가 있는 곳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3. 이미 지역사회에서 해당 분야에 활동하는 실무자들과 연대가 필요하다.

다시 2)번 ‘그들과 연대하여 함께 큰 그림을 만들어 간다.’로 돌아가 본다.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다. 교회가 의도는 좋지만, 지역사회의 기존의 전문가들과의 소통이 없이 독자적으로, 또한 상당한 빈도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문성으로 무언가를 진행할 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는 것이다. 실무자들이 ‘제발 미리 좀 조사해보고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연대하면 좋겠다’는 탄식을 하는 걸 많이 들었다. 

또한 인상적인 사실은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온 활동가들 중 상당수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점이다. ‘세상 속에 들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교회 단위는 아니지만, 각 신앙인의 정체성으로 지역사회에서 이미 그러한 섬김을 하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교회의 이름을 걸고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상으로는 누구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교회가 그러한 지역사회의 실무자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찾아내면 어떨까 싶다. 

나니아의 옷장도 (구체적 단체의 이름과 실명을 밝히기는 좀 조심스럽다) 그런 관점에서 계속해서 소통과 장기적 계획을 준비해오고 있다. 


4. 분명 사각지대가 있다.

지자체, 재단 등의 주도로 지역사회 복지 시스템 등이 분명 잘 갖추어져 가고 있다. 때로는 교회가 끼어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미 충분한 분야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의 혜택이 스며들어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교회가 앞으로 주목해야할 분야는 그런 쪽이 아닐까 싶다. 

친구 중에 거리의 노숙인분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는 목사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즈음 노숙인분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국가주도의 복지시스템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시스템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 구멍들을 메울 수 있는 것은 따뜻한 한 사람의 손길이다. 

나니아의 옷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문화분야이기에 약간은 다르겠지만, 우리의 틈새시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도 성북구, 성북문화재단 등에서 만든 좋은 문화공간이 많다. 상대적으로 시설도 좋고 인력도 많다.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정말 많이 이용하고 이익을 얻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말해, 그에 비하면 우리가 가진 것은 너무나 영세하다. 자기비하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냉철한 현실판단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월 월세 감당도 만만치 않은 개척교회, 함께 일을 할 인력도 늘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의 아버지를 믿고 가진 것 없이도 세상을 품는 꿈을 꾸는 이상주의자들 아니던가. 

이런 상반된 상황 사이의 균형을 잡으며 우리는 오늘도 고민을 한다.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섬길 수 있는 것은 무얼까. 교회가 접촉점이라는 게 있다면 어떤 게 되어야할까.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답은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한 내용대로,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한 두가지에 집중해서, 지역사회의 실무자들과 연대하여, 하나님께 보냄받은 자라는 사명을 붙들고 한걸음씩 가다보면 무언가 작은 열매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꾸준히 길을 가고 있다.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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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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