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3 : 콘텐츠 만들기-금요라이브 공연





그렇게 우리는 그 공간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을 샀다. 이걸 어떻게 채워갈까. 공간의 이름을 ‘나니아의 옷장’으로 정했다. (사실은 좀 더 비밀스럽고 인디스러운 0.5버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나누겠다)




CS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따온 말이다. ‘옷장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가 우리의 모토였다. 그 세계는 예수그리스도를 나타내는 위대한 사자 아슬란이 다스리는 세계를 말한다. 저 지하의 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가 복음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재미있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또한 번듯하고 멋진 공연장, 극장이라기보다는..작고 소박한 ‘옷장’같은 곳이기에 그렇게 이름 붙이기도 했다. 실제 사람들이 옷가게로 착각하기도 한다. 처음에 사다리타고 올라가서 나니아의 옷장 간판을 달고 있을 때 - 그렇다 우리는 간판 달 돈이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 - 동네주민분이 지나가시면서, 어머 여기 옷가게 생겼네! 라고 말했다)





우리는 문화라는 키워드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먹고사니즘을 넘어서,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 좀 더 충만한 삶을 누리는 것. 특별히 그것은 복음의 가치를 기초로 하되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러프하지만 이렇게 정리해봤다.

*작지만 아름다운 것

오래되었지만 가치있는 것

유명하지 않지만 진짜로 좋은 것

돈이 되지 않아도 소중한 것

생명과 평화에 대한 것

사람다운 것

사랑하는 것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사실은 나니아의 옷장 팟캐스트에서 인트로로 자주 읊는 모토와도 같은 문구이다. 나니아의 옷장 팟캐스트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나니아의 옷장 검색. http://www.podbbang.com/ch/1768389)


우선 매주 금요일마다 무언가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직접 무대에 서는 방식은 아니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정신이 담겨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만든 것을 가져와서 나눌 수 있는 5일장 같은 곳을 꿈꾸었다.


그렇게 금요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이곳에는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모인다. 작은 연극과 영화상영, 전시,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지만, 주로 음악 공연이 많기는 했다. CCM만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찬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라는 모토로 아티스트 본인이 크리스찬이라면 장르와 형태에 상관없이 오케이였다. 좀 나이브한지는 몰라도, 그만의 어떤 방식으로 신앙의 고민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에는 재즈, 인디, ccm, 실험음악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주된다.





우리는 인공위성 발사기지가 되고 싶었다. 요즘은 개인도 인공위성을 만들어서 우주로 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그것을 우주까지 가져다줄 발사체까지 만들어야 한다면 그건 너무나 힘들어 개인이 도전하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인공위성 제작자들은 비싼 돈을 주고 발사기지에 가서 대신 우주로 쏘아올려 주기를 부탁한다.

나니아의 옷장도 그러한 곳이 되기를 바랬다. 자신의 진심을 담은 창작물을 가져오기만 하면, 세상과 나눌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그런 곳.


그렇게 4년간 매주 금요일 저녁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 무대를 만들어왔다. 수백개의 팀, 수백명의 출연자가 이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해외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온 교수급의 연주자도 있고, 정말 특이한 자신만의 아마추어리즘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열린 방식으로 크리스찬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주도권을 가진 누군가가 설계하고 이끌어가는 방식보다는, ‘무어라도 좋아요! 당신의 것을 가져와요!’라며 누구라도 한번쯤은 빛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관객이 많은 날은 70석 만석으로 꽉찬 날도 있었고, 적은 날은 5명도 안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흥행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감히 말하건대, 매주의 금요일 마다 누군가의 삶이 담긴 반짝이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금요라이브 무대에 섰던 다양한 아티스트들. 장르도 다양하고 스타일도 얼마나 다양한지, 도대체 방향성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나라는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나무가 자라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깃들어 쉬는 것처럼.

김진밴드, 오화평트리오, 방구석, 샘샘트리오, 염평안, 손준호와 조화, 브롤리, 제이든, 야마가타트윅스터, 제이파워, 임용훈&장태웅 듀오, 양양피아노, 플랜지, 고효경, 김승신, 프릴로디, 정주영트리오, 스윗스팟, 도승은, 연탄365, 홍이삭, 차빛나, 어텀프로젝트, 모스트디어, 남달리, 문득, CPR, 장현호, 길가는밴드, 김브라이언, 진보라, 딜리버, 김명식, 클레이브라운, 이한얼, 삼치와 이기리, 코모도, 지온, 김성수 밴드, 동안, 이한진밴드, 이삼열밴드등등등등...(빠진 분들 섭섭해하지 않으시길요^^;)



우리는 한가지, 출연자에게 최상의 무대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음향적인 부분을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홍대클럽 등에서도 사실 솔직히 말하면 엔지니어가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 연주자에게는 모니터 환경(자신과 밴드의 연주가 잘 들려서 최상의 연주가 될 수 있도록)이 정말 중요한데, 공연장의 세심한 배려가 없으면 이런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정말 한 무대 한무대 출연자가 최선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일들을 주님의숲교회 식구들이 함께 했다. 누군가는 티켓부스에 앉아서 티켓팅을 했다. 누군가는 매주의 포스터를 만들어 주었다. 또 무대 스탭으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논리로 따지면 인건비로 직결되기에, 일반 공연장방식으로는 이렇게 계속 감당해내기 어렵지만, 우리 교회공동체가 이 사역을 함께 해나간다는 심정으로 4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목사로서 부담감이 있었다. 쨌든 한국교회에서 성도들을 목사의 어떤 목표를 위해 강제 동원하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문들이 있기에. 사실은 냉정히 말하자면, 누군가 개인의 업적과 네임밸류를 위해 착취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착취와 헌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래서 늘 나는 교회식구들에게 나니아의 옷장 사역을 우리가 함께 하자고 독려했지만, 그것은 철저한 자발성에 근거한 것으로 진행해왔다.


한 예로, 금요라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티켓팅이다. 그 자리가 비어있으면 관객들이 입장할 수가 없어서 매우 곤란해진다. 그래서 사실 일반적 방식으로 보면 교회식구들이 순번을 정해서 그날은 누가 맡는다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세이비어 교회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성도들이 그러한 순번표를 짜서 봉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자칫 그러한 방식은 늘 우리가 실망해온 ‘열정페이’, ‘노동력착취’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아니 그렇게 변질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순번을 정하지 않았다. 해당 금요일에 시간이 되는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오는 방식이었다. 누구도 강요하거나 시간을 배정하지 않았다. 물론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어떤날은 두세명이 오기도, 어떤 날은 한명도 안 오기도 했다. (그런 날은 나는 몇배 힘들다. 나는 나니아의 옷장의 유일한 유급직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모든 사역은 철저한 자발성에 기초해야한다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주욱 그렇게 해왔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교회 외부에서 발런티어 스탭을 지원받아 보완을 하기도 했다)


이 시대에는 공동체가 어떤 사역을 함께 하기 위해 이러한 부분에 세심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의 미션을 놓고 당위성에 대해 설득하고 격려함과 동시에, 그것이 또 다른 폭력이 되지 않도록,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예전의 리더십들이 부럽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세이비어 교회 같은 경우도 수십개의 NGO단체를 만들어 내어 멋진 사역을 해낸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 때 당시 기록에 보면 아주 엄격한 멤버십 규칙이 있다. 멤버가 되려면 십일조를 반드시 해야하고, 교회가 정한 2년간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며, 등등.. 바꾸어 말하면 공동체의 멤버들은 그런 부분에 순종하며 행했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렇게 했다가는 아무도 멤버십으로 남아 있지 않을거 같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권위라는 것에 대한 관념 자체가 변했고, 또 이전 권위자들이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너무 많이 했기에, 이 시대에 맞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또한 매주의 출연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중요한 일에도 교회의 식구들이 함께 했다. 서로 소개해주기도 하고, 추천해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매 금요일을 그렇게 채워준 아티스트들이 참 고맙다. 우리에게 이렇게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들과 콘텐츠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자산이 되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어서 대박이 나고 그런 쪽은 잘 없다. 쉽게 말해 인디적이고 작은 예술이 많다. 하지만 그런 쪽에 좀 더 우리의 진심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작은 예술을 다룬다.(게다가 ‘기독교적’이라는 특별한 성격까지 붙는다)

작다는 건 무엇인가? 박진영은 JYP 최근 히트작들의 공을 15인의 원탁회의 시스템으로 돌렸다.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팔릴’ 음악을 연구하고 더 많이 ‘팔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러니 그 음악은 많이 팔린다. 누구나 아는 문화상품이 된다. 하지만 작은 예술은 출발이 많이 다르다. 많이 팔리지 않고 접하는 사람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뿐 그 안에 담긴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 아니 어마어마한 진짜 세상이 담겨 있다.

(되게 이상한 말이지만) 이런 작은 예술들은 사람이 사람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마법이 있다. 사람이 사람되게 한다는 말은, 복음의 의미를 세상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니아의 옷장은 차가운 현대의 도시속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나니아의 옷장 Youtube 채널을 보시면 그동안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 무대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의 천지창조를 39분의 프리재즈로 표현한 주트리오>



<현장에서 성령의 춤을 추는 야마가타트윅스터>




<CCM ‘주의이름높이며’ - 샘샘트리오x사이트 아랏(터키 다부카연주자)>



<임용훈&장태웅 듀오(ft.양양피아노)>




<깊은 목소리 재즈보컬리스트 도승은의 ‘주기도문’>



나니아의 옷장과 함께 성장한 오화평 트리오 (새로운 멤버로 새롭게 시작하던 2015년 나니아의 옷장에서 첫공연을 시작으로 여러번의 공연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독일에서 온 밴드 KUF의 내한공연. 이제는 해외뮤지션들의 내한공연도 치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다>


*참고

나니아의 옷장 페이스북 페이지(클릭!)   

주님의숲교회 페이스북 페이지(클릭!)

나니아의 옷장 팟캐스트(클릭!)

나니아의 옷장 유튜브(클릭!)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게 시 글 공 유 하 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미지 맵

    웹진/목회 다른 글

    댓글 0

    *

    *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