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4 콘텐츠 만들기-화요책읽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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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장소를 마련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라이브공연을 시작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매주 화요일저녁, 벌써 5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나니아의 옷장 책읽기 모임이다.

 

젊은세대가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 세가지는 음악, 영화,  아니겠는가. 하나의 책을 정해 각자 읽고와서 평일저녁 여기 모여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꿈꾸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니아의 옷장의 예상치 못한 용도가 개발되게 되었는데, 바로 나니아의 식당이다. PC방이었던 지하의 공간이지만, 우리가 들어오면서 한쪽 구석에 싱크대를 설치했다. 간단한 바 테이블도 설치했다. 공동체 식구들이 전자렌지, 인버터렌지, 등을 가져다 놓으며 간단한 조리가 가능해졌다. 심지어는 오븐도 생겼다.

화요일 저녁 8시가 책읽기 모임시작인데, 각자 퇴근하고 이곳에 모이는 멤버들 중 먼저 오는 사람, 또는 요리에 솜씨가 있는 사람이 음식을 만들어 놓기 시작했다. 아래의 사진은 우리가 해먹은 엄청난 음식들이다. (각종 파스타, 에비동, 두부김치, 비빔국수, 오코노미야끼, 뼈찜, 찜닭, 뱅쇼, 메밀국수, 금방 부친 소시지(사실 세상에서 이게 제일 맛있다), 각종 빵과 베이커리(이것도 직접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등등)


 







 <우리가 해 먹은 음식들의 사진. 극히 일부이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해먹었다니 우리도 놀랍다. 

 

 

농담처럼 우리가 책읽기 모임으로 온 건지, 먹방을 하러 온건지 헷갈린다고 할 정도였는데, 그게 참 좋았다. 아무래도 멤버들은 차가운 도시에서 혼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저녁 퇴근 길, 문득 들러서 따뜻한 식사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얼마나 큰 의미인가.

 

돌아보면 그 무렵 소셜다이닝이라는 개념이 유행을 했다. ‘집밥이라는 싸이트가 선도적이었는데, 번개형식으로 도시의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집에 모여 밥을 함께 먹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서로 질척대지 않고 깔끔하게 밥만 먹고 부담없이 헤어지는 형태.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롭기 싫은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게 식탁을 나누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겠는가. 집밥싸이트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여러 가지 주제와 취미로 분화되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그걸 따라 하려 한건 아니었는데, 책읽기 모임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또 공간을 마련해 놓으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문화이기도 했다. 요즘은 지자체와 문화재단등을 중심으로 공유주방이라는 형태의 공간이 많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예수님의 방식 아니던가. 다양한 사람과 만나 일단 밥을 같이 먹는 것. 돌아보면 그렇다. 교회는 늘 행사가 많고 주일에는 특히나 한 숨 돌릴틈도 없다. 교회식구들과 편히 앉아서 밥한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게 1년가야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매주 화요일 저녁 여기서 그 일을 했다. 나중에 나누겠지만, 주일에 이 공간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주님의숲교회는 점심식사를 이러한 방식으로 한다. 돌아가며 누군가 한 사람이 쉐프가 되어 요리의 레시피와 재료를 준비해오고, 예배 후에 모두가 함께 붙어서 점심준비를 한다. 이것은 우리 공동체의 아주 중요한 문화가 되었다.

 

누군가 요리 잘하는 사람이 담당하기 보다는(사실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한다.) 모두가 돌아가며 쉐프가 되고, 또 누군가가 준비해온 요리에는 일꾼으로 참여하여 만들어 간다는 것이 참 좋았다.

 

 

<나니아의 옷장 음식 사진을 많이 올리는 관계로, 내가 음식을 그렇게 잘 하는 줄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주로 얻어먹고 시다역할을 할때가 많다. 실제 내 요리실력은 위의 사진....아이들에게 계란말이 김밥을 해준다고 만들어봤는데 결과물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혹자는 이 사진을 보고 '파괴요리왕'이라는 유튜브채널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화요일 저녁 책읽기 모임은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면 이제 차 한잔을 마시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통은 2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이야기가 뜨거워지면 더 오래가기도 했다. 몇가지 원칙이 있었다.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고 열린 맘으로 경청해 주기, 혼자 시간을 너무 독점하지 않기, 이 시간 만큼은 핸드폰 보지 않기.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꾸만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거나 독점하는 경우, 자기 하고 싶은 말 마치고 나면 바로 핸드폰을 열어SNS를 보고 있는 경우 등. 어찌보면 이 시간은 말하기 훈련시간이라기 보다는 듣기의 훈련시간이었다.

 

듣는 다는 것은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존중하는 것이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이다. 우리 책읽기 모임은 그래서 강사가(예를 들어, 목사인 내가) 강의하는 형태가 아니다. 성경공부식의 책을 본 적도 있는데 그때도 잘 아는 누군가가 가르쳐준다는 느낌 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무어라도 좋으니 말하고 들어보는 형태를 지향하였다.

 

처음에는 주님의숲교회 공동체 식구들이 많이 참여 하였다. 한텀에 2-3개월을 잡아 한 권을 보았는데, 많이 모인 텀에는 10명이 넘은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은 6-7명을 유지했다. 한 두테이블에 붙여서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의 형태였다. 나니아의 옷장은 이렇게 작은 공동체, 하지만 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게 목적이었다.

 



<함께 나누었던 책들 중 일부

 

나중에는 나니아의 옷장 홈페이지를 통해 새 멤버를 구인했다. 누구라도 올 수 있는 열린 모임을 지향했다. 물론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는다. 시대적 흐름인지, 오기는 어려우니 영상또는 SNS를 통해 참석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하지만 이 공간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쪽이다. 앞으로 영상과 SNS등을 통한 글로컬(?)의 확장은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도 5년이 지난 지금도 들고나는 약간의 멤버교체를 경험하며 최소 5-6명의 인원은 유지되며 모임이 잘 진행되고 있다. 요즘은 영화보고 수다떨기 등으로 확장을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또한 참석자 중에 글쓰는 사람, 뮤지션 등이 있어서 읽은 책을 자신만의 작품으로 표현하는 일도 해오고 있다. 이미 지난 책 두권에 대해 두명의 참석자가 노래를 만들어 음원발표가 될 예정이다. (나니아의 옷장 책읽기 모임 음원 프로젝트로) 공간이 워낙에 음악공연을 하는 곳이다 보니, 식사 후 누군가 멋진 재즈를 연주하기도, 얼마전 작곡한 곡을 기타치며 들려주기도 한다.

 

매 주 금요일의 금요라이브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올 수 있는 공연이 진행된다면, 매주 화요일의 나니아의 옷장 책읽기 모임은 한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는 소규모 공동체의 끈끈함을 경험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끔이지만 비기독교인도 오고 (실제로 그렇게 참석했던 사람이 주님의숲교회에 와서 세례를 받은 경우도 있다. 물론 책읽기 모임을 통해 변화되고 그런 건 아니지만, 교회에 발을 들이기전 부담없이 공동체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계기임은 분명하다), 또 주제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는 크리스찬 들을 만날 수 있어서 특별한 시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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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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