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12 어린이 부서, 개척교회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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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뉴스앤조이에서 ‘제도권 교회보다 만족도 높은 '비제도권 교회'’(2019.10.29.)라는 기사를 보았다.

 

질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제도권 교회보다 비제도권 교회(?)의 성도들이 만족도가 높았다. (사실 제도권 교회와 비제도권 교회라는 용어도 좀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우리 교회는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면이 분명 있지만 비제도권 교회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에 속해있고 상회비 납부과 노회 출석 등을 성실히 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 청소년 교육 문제’만큼은 비제도권 교회 성도들의 만족도가 제도권 교회보다 높지 않았다. '우리 교회는 어린이·청소년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항목에, 제도권 교회는 65.4%가 만족한다고 했다. 비제도권 교회는 47.1%에 그쳤다. 정재영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는 대부분 소형 교회이기 때문에 교회학교가 별도로 운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더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번 호에서는 정말로 성공기라기보다는 실패기(?)에 가까운,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민 중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바로 개척교회의 어린이부서 이야기다. 비단 우리 뿐만 아니라, 주변에 개척교회 또는 작은 교회 사정을 들어보면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한다.

 

1. 우리도 처음에는 나름의 꿈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주님의숲교회x나니아의 옷장은 설계부터 어린이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일부러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를 배려하는 설계는 곧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의미한다. 공간(자모실)을 따로 만들어 주어야 하고, 동선 등의 고려를 위해서는 별도의 인테리어까지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 생각에는 나니아의 옷장이 자리를 잡으면 어린이사역(또는 청소년사역)을 별도로 런칭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같은 건물의 1층 또는 2층에 어린이 또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서, 그들 버전의 나니아의 옷장을 만들달까. 초등학교 앞에 ‘오떡이어’라는 분식집을 내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주일에 거기서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보았다. 우리라고 못할게 있을까. 청소년들을 위한 만화카페 라든지, 힙합연습실이라든지... 나니아의 옷장 셋팅과 같은 방식으로 주중에는 누구나 와서 그들의 문화를 누릴 수 있고 주일에 거기서 예배를 드리는 모델 같은 것 말이다.

 

꿈을 꿔보자면, 1층의 떡볶이 집에서는 주중에 어린이들이 하교길에 간식을 사먹고 떡볶이 만드는 사장님은 주일에 거기서 전도사님을 반갑게 만날 수 있다. 2층의 청소년 카페에서는 누군가가 주중에 바리스타를 하면서 청소년들과 친해지고 주일에는 거기서 청소년예배를 드리는 식의. 지하는 물론 어른들이 주가 되는 나니아의 옷장과 주님의 숲교회.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나니아의 옷장과 주님의숲교회를 5년간 유지하고 생존하기에도 급급했고, 그런 식의 멀티확장은 너무나 먼 얘기였다. 현실적으로 지하의 교회공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주일을 잘 보낼 궁리를 해야했다.


 

2. 세대통합 예배와 ‘방치’ 사이의 어딘가에서

 

현재 주님의숲교회 주일예배 인원은 20명 정도인데, 어린이는 5명 정도이다. 몇 명의 어린이들이 가정의 상황으로 이따금씩 추가로 온다. 많아야 7-8명. 그렇게 우리는 어른과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주일예배를 함께 드린다.

 

*주일예배 시간


요즘은 대세가 세대통합 예배라는데..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좋게 보자면 얼핏얼핏 아이들이 함께 한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해서(공간을 따로 준다든지, 아이들을 따로 돌볼 수 있는 어린이 부서 사역자를 둔다든지 할 수 없어서) 그냥 옆에 데리고 있는, 심하게 말하면 방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님의숲교회 예배시간에는 감사카드를 적는 시간이 있다. 설교순서가 끝난 후에 그날의 말씀을 통해 들었던 감동과 한 주간동안 감사했던 내용을 적어서 예물과 함께 드리면 다음 주 주보에 실어서 공동체와 함께 공유한다. 예배시간이 지루한 아이들은 그 감사카드에 뭔가를 많이 쓰곤 한다. 어떨 때는 엄마 아빠를 그리기도 하지만, 때때로 꽤 기억에 남는 글들을 남기기도 한다.


<사실 보통은 이런 여우 같은 걸 많이 그려서 낸다. 정성스럽게 헌금함에 넣는다.>

 

<하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런 감사의 제목을 써 낼 때도 있다>

 

<아마도 사순절 기간 회개에 대한 설교를 했던 때로 기억하는데..이런 글을 보면 아이들이 설교를 듣고 있구나 싶다.
그런 말이 있다. 어른들은 다 듣는 거 같아도 아무도 안듣고 있고, 아이들은 하나도 안듣는 거 같지만 다 듣고 있다고>

 

또 함께 하는 예배순서로는 찬양시간이 있다. 아이들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엄마와 손을 잡고 춤추듯 노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2-30분이 되는 설교와 조용히 침묵으로 기도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는 지루하기만 한 게 사실일 것이다. 어린이 설교라도 따로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지금의 형태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 예배 후 활동

 

다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어른들은 소그룹모임을 한다. 그날 설교내용에 대해 나누고 한 주간 어떻게 살았는지와 기도제목을 나눈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옷장 구석구석에서 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바로 이때 다른 공간이 있고 돌봐줄 누군가가 있다면 어린이 오후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텐데.. 중대형 교회에서는 정말 간단한 일이지만, 우리 같은 개척교회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감사하게도 작년쯤 부터 교우 한분이 초등 어린이 2명을 대상으로 오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과 여러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신 분이라, 성경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을 그냥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를 함께 표현해보기. 돌아가며 성경구절을 읽고 천과 꽃, 물체들로 하나하나 채워간다. 어린이 부서를 섬겨주시는 교우님과 친분이 있는 남혜주 목사님께서 제공해주신 콘텐츠이다. 남혜주 목사님께서는 나니아의 옷장에서 매주 월요일에 비블리오 플레이를 진행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유치부 어린이들이 함께 하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기에, 일단 유치부 어린이는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우리 교회의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교회는 주일예배 끝나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집에 가거나 카페에 가서 모임을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교회공간 자체가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져 있고, 소그룹 나눔도 길게 하는 편이기에 거의 주일오후 늦게까지 교우들이 남아서 무언가를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더 오래 있게 되는 면도 있다.)


<음악 들으며 만화책 보기도 하고>

심심한 아이들은 오븐에 과자를 굽기도 한다. 과자와 빵 만드는 기술 있는 분이 있어서 함께 몇 번 만들어 봤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기특한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심심하다고 찡찡거릴 때도 많은 편이다.


 

 

* 함께 하는 특별순서들


절기별 특별순서 등이 어린이들과 함께 하기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전체적 분위기가 어른들도 무언가를 강요해서 하지 않는 편이다. (예를들면 이번에 무슨 절기 특순을 해야할 차례라던가.)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한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무언가 만들어내기 위해 앞에 세우는 일은 없다. 하지만 어린이들과 잘 대화를 해보면 스스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부활절, 성탄절 등에 작은 무대들을 만들었었다.


매년 성탄절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함께 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이다.


<시작할 때는 어린이들 특유의 '하고 싶은대로 할거야!'가 엉망진창을 만드는 듯 보였으나>
<이렇게 멋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트리가 완성되었다>
<점심으로 김밥을 먹는 날은 어린이들도 각자가 먹고 싶은 맛의 김밥을 만든다>

어느 날에는 책꽂이 한켠에 소꿉장난처럼 '주님의숲교회 어린이도서관'이라고 써놓고 도서구입신청서를 만들어 놓았다. 원래 성경만화 시리즈 등이 꽂혀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심심할 때마다 야금야금 다 보고 더 이상 손이 잘 안가는 듯 했다. 무슨 책을 더 보충해줄까 하다가, 어린이들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것만을 강요 당하는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말하고 반영해보고자 하는 작은 시도였다. 원하는 걸 쓸 수 있도록 신청서를 만들어서 비치해놓고 설명해주었다. 큰 애들은 시큰둥했는데 동생들(유치원생, 초1 등)은 금방 이렇게 적어 내었다.


<사실 한글도 띄엄띄엄 힘들게 쓰는 연령대인데, '너희들이 원하는 걸 써보라'니까 금방 이렇게 써가지고 왔다.
자기들도 이렇게 공식적(?) 방식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끼는 듯 했다.>

 

물론 다음 주에 바로 엉덩이 탐정 두권을 사다가 비치해놓았다. 그걸보고는 샘이 났는지 큰 아이들도 적기 시작한다. 엉덩이 탐정이 기독교신앙교육과 무슨 관계가 있겠냐마는..이렇게 교회공동체가 한 몸이 되어 간다는 것, 작은 사람도 하나 소외됨 없이 모든 목소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배울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뭐 이렇게 어린이들을 나름 존중하며 한 교우로서 대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엔 늘 ‘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교회에서 어린이들이 누리는 문화들 - 앞에서 인도하는 선생님과 함께 신나는 율동을 한다든지, 어린이 캠프를 간다든지 - 을 누리게 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우리 상황에서는 특별한 묘책이 없다. 그저 ‘한 아이를 키우는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심정으로, 전 교우가 아이 한 명 한 명을 그저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함께 생활하면 분명 아이들은 잘 자라 줄거라는 믿음을 갖을 뿐이다.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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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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