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나니아의 옷장 분투기 #10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익구조, 그리고 이중직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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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돈’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쪽 동네에서 돈 벌려고 이 일들을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많은 단체들이 좋은 의도로 좋은 일들을 시작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사라지는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돈’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계도 이어져야 하고, 또 현대사회에서 뭔가 하기 위해서는 진행비용이 필요하다.

우리도 나니아의옷장x주님의숲교회를 시작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물론 거창한 대안을 제시한다던가 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던 시절,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시도해본 기록에 가깝기에, 엄청난 솔루션이 있지는 않다. 

단지, 꼭 빵빵한 후원줄이 있거나 유명세가 있는 누군가만이 하나님의 선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해보고 싶은 똘끼(?)가 있었다. 별거 없는 몇 사람이 모였지만, 선한 의도를 가지고 머리를 짜내면 생존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우리의 방식을 요약하자면

1. 1인의 유급상근자가 상주하고 나머지는 교회식구들과 발런티어 스탭들이 협력하여 함께 한다. (후에 규모가 커지만 유급직원은 늘릴 수 있다.)

2. 그 1인의 유급상근자는 목사로서 교회를 섬기는데 에너지의 1/2을 쓰고 교회공간을 공연장으로 운영하는데 1/2을 쓴다.

3. 재정구조에 있어서는 주님의숲교회가 교회공간을 주중에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므로, 별도의 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숲교회라는 비영리 종교법인 (고유번호 가운데가 ‘82’인) 하나가 존재할 뿐이다. 세무서에 수익사업을 신고하면 세금계산서도 끊을 수 있고 세금도 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이중직 목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각 교단마다 한참 뜨거운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그 타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범위를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경우는 이중직의 조금 전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목사가 다른 곳에 나가서 생계를 위한 벌이를 하는 방식까지는 아니고, 교회가 설립당시부터 미션으로 설정했던 문화사역이라는 특정분야를 통해 작은 수입까지 도모하는 경우이다.

한동안 유행했던(물론 지금도 유효하지만) 교회가 카페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이겠다. 우리의 경우 공연장을 통한 수입원은 공연,촬영,녹음 등을 위한 대관, 유료티켓 판매(출연자와 5:5로 나눔) 등이 있다. 그리고 손으로 만든 물건들을 파는 나니아의 스토어에서 얻는 수입도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많이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이 수입들이 그렇게 안정적이지는 않다. 기독교 울타리를 넘어 홍대, 연남동 등 일반영역에서 문화공간들도 사실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경영난으로 문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쪽 분야(작은 문화행사들)는 돈 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개척교회만 했을 때보다는 당연히 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사역 자체의 목적이 될 수 있고 실질적으로 세상과의 접촉점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교회 내수용으로 머무르는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문화계에서도 이제는 ‘나니아의 옷장’하면 기독교베이스가 있지만 좋은 문화 콘텐츠를 성실하게 만드는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쨌든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5년째 생존해오고 있다. 공연수입을 들여다보고 숫자를 계산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갖고 어떻게 유지가 될까 미스테리(교회 용어로 하나님의 은혜)이고 신기한 일이지만, 감사하게도 아직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며(바꾸어 말해 생존을 위해 불의한 꼼수를 쓰지 않으며) 해오던 사역 꾸준히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5년을 해 보니, 늘 그렇듯 우리의 방식에도 장단점이 있다.


단점

1. 무지하게 힘들다. (목사인 본인 입장에서)

- 이 이야기는 카페교회하시는 목회자분들에게도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손님 받으려면 녹초가 되고 목사로서 설교준비하기도 벅찬 게 사실이라고. 본인도 그러했다. 5년 간을 주6일 매일 10시간 이상을 일했던 거 같다. 목회자의 일과 세상적인 일(?) - 영업을 하고 계산서를 끊고 청소를 하고 고장 난 시설들을 고치고 등등 – 을 병행하는 것은 참 에너지가 많이 든다. 

2. 전문성이 없으면 망하기 십상이다.

- 본인이 예전에 음악을 조금 했었고, 공연기획을 계속해왔었기에 감당할 수 있는 거 같다. 잘 모르는 분야에 도전한다면 고생만하고 실익은 없을 확률이 높다. 

3. 교회일만 하는 것 보다는 당연히 교회일에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설교 준비시간 확보를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하고, 자칫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 식구들이 손해 아닌 손해를 볼 수 있다.


장점

1. 목사 개인의 재정과 교회재정이 분리되기에 재정적 투명성에 유리하다. 현재 우리의 구조는 본인의 개인사업체가 아니다. 비영리법인이 있고 나는 거기에 고용되어 고정된 월급을 받는 피고용인(재정적인 관점에서)이다. 그렇기에 검은 돈(?)을 챙기고 싶은 유혹이 덜한 편이다. 어차피 내 수입은 고정된 월급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게 내 사업체라면, 예를 들어 검은 돈의 유혹이 올 때, 그게 바로 내 주머니에 몇 십만원 들어오는 방식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 경제가 어려운 건 뻔한데) 고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부분에 흔들렸던 간증을 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교회가 수익사업을 하는 건 찬성이지만 재정은 목회자 개인과 법인의 재정이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머니돈 쌈지돈이 되면 안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거기서 시작된다. 

2. 흔히들 얘기하는 대로 목사가 세상물정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 얘기를 요즘 많이 듣는다. ‘목사들이 세상 사람들이 일주일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몰라서 너무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한다. 신학교만 보내지 말고 사회경험을 시켜야 한다’고. 물론 과한 면이 있지만, 일리가 있다. 본인의 경우도 교회안에만 있을 때보다 요즈음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피부로 알게 된다. 설교의 내용도 달라진다.

3. 외부에 나가서 생업을 하는 이중직 형태가 아니라, 교회공간에서 교회가 운영을 하는 형태이기에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진 여러 수익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직간접으로 주님의숲교회에 연결하고 소개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만약에 우리가 지난 5년간 이런 수익구조 부분을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재정적인 부분 때문에 이미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교회헌금만으로는 공과금 포함하여 한달에 200만원 가까이 되는 월세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 교회(특히 개척교회)의 수익사업 등의 주제는 아직 논의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도 사실은 신학적인 방향성에 기인한 의도적인 면도 분명 있지만, 생존을 위한 현실적 자구책이라는 면도 있다. 늘 쪼달리고 힘이 많이 들기에, 이제는 좀 그만하고 싶다 생각이 들거나, 누가 좀 빵빵 후원금을 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하나님나라의 가치는 그런 방식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에게 합당한 방식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쪽에 가깝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미국의 세이비어 교회의 사례를 나누어 보려 한다. 세이비어교회는 1960년대 미국에서도 거의 처음으로 potter's house라는 교회카페? 카페교회?를 만든 선구자적인 교회이다. (교회카페와 카페교회는 큰 차이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만도 한참 이야기할 거리가 있을 듯 하다. 수익구조와 교회의 본질에 대하여)

워싱턴 DC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홈페이지를 보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문화행사 등의 스케줄이 올라온다) Potter’s House의 사례를 우리와 비교해보면 인사이트가 좀 생기리라 믿는다.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엘리자베스 오코너 저, IVP) 참고

* 저녁8시~12시까지만 운영하는 카페였다.

* 원래교회로 만든 게 아니고 본진교회(?)는 그대로 있고 선교적 공간으로 여기를 추가로 만들었다.

* 교회성도들이 자원봉사 개념으로 매일순서를 맡아 서빙을 했다.

* 목사가 사장 개념은 아니었다(물론 고든 코스비 목사도 타임별로 자원봉사는 했음)

* 바리스타, 설거지인원, 청소인원은 유급직원이었다. 즉 자원봉사자 성도들은 손님들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서빙의 일을 주로 했다. 

*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오히려 연 3000달러를 지출했다.(당시 금액이니 꽤 클 듯. 운영시작 7년 후 기준)

* 그러므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주는(떄로는 몇년에 걸쳐)데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 초창기부터 이 카페가 결국은 '사람들을 교회에 끌어들이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 거 아니냐'는 내부의 회의가 있었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했다.(본진교회는 소개하지도 어떤 언급도x)

* 이 카페에서의 봉사를 통해 교회구성원들이 영적훈련을 구체적으로 해나갔다. 서로 일하는 방식이 다름에서 오는 갈등 인지, 공동체로서 하나님의 임재를 세상에 보여주는 역할.(전도의 말을 쓰지 않고) 오늘의 한국에 흔히 예상되는 카페교회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어느 것이 옳다기 보다는 상황이 다른 듯하다.

* potter's house는 수익구조를 위해 운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을 지출하여 운영했다.

* 한국교회는 개척교회로 시작하기에 담임목사 1인이 사장을 겸하는 구조인데 (potter’s house는 성도들의 운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비용절감보다는 손님들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큼)

* 미국문화상 카페에 온 손님이 서빙하는 사람과 말을 섞고 인생얘기도 하는 거 같은데 한국문화에서 카페에 와서 사장이나 알바와 말을 섞는 사람은 잘 없다.

* 한국교회는 어쨌든 주중에 카페에 온 손님이 주일 예배로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potter’s house의 경우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피했다.

* p는 어느정도 재정과 인력의 여력이 있는 안정된 교회(그래봤자 일이백 명규모이니 한국 대형교회보다는 작지만)에서 런칭한 사역의 개념이라 위의 일들이 수월했지만,(물론 탄탄한 신학적 배경이 있기도 했지만)

* 한국의 카페교회경우 대부분 목사 한사람이 개척교회 개념으로 재정적으로 생존하며 분투해야 하는 상황이 전형적이라 potter’s house처럼 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읽고 보니 선교적 교회의 좋은 예로 유명한 세이비어 교회의 경우도 수익구조를 위한 카페운영은 아니었다. 나름 든든한 재정이 이미 있었기에 선교적 교회로서, 쿨한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재정을 확보했을까. 교회의 엄격한 십일조 규율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웃을 섬기기 위한 목적이 명확했지만. 150명이 넘은 적이 없다는 그 교회의 정식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정해놓은 방식의 기도시간과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했고 십일조도 그러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의 젊은 크리스찬들에게도 이러한 방식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인원이 적은 개척교회는 더욱 힘들고. 


그렇기에 오늘 한국의 작은 교회들, 개척교회들은 정말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하겠다. 

1. 수익구조도 만들어야 하고, 

2. 질척대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에서 쿨하게 나누어 주는 선교적 교회도 되어야 하고, 게다가 

3. 인원 부흥도 시켜야하는 한국의 개척교회들은 어찌보면 Mission Impossible을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원조 이중직 생계 사역자 바울 선생님의 삶을 떠올려 보면 워낙에 이 길이 그런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래...나도 내 길을 가야지’ 싶다. 


글쓴이_이재윤

20대부터 문화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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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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