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 쇼>




                                              보는 맛과 먹는 맛

<트루맛 쇼>(김재환, 2011, 다큐멘터리, 12세)

 

영화는 크게 기록영화와 극영화로 구분된다. 기록영화는 사실 혹은 현실을 재현하는(그래서 어느 정도는 사실과 어긋난다) 내러티브지만, 극영화는 한편으로는 매체의 특성을 십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연출에 따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목적을 갖는다. 영화를 만드는 두 가지 방식이지만 영화에 대한 철학에 있어서 상이한 관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소위 사실주의와 형식주의다.

영화사의 첫 장을 기록하고 있는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상영했을 때, 관객 중에는 마치 진짜 기차가 들어오는 것으로 착각해 혼비백산하여 몸을 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사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조야했던 당시 영화라도 그것이 얼마나 실제적인 경험으로 여겨졌는지를 전해주기 위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에 비해 극영화의 효시로 흔히 거론하는 감독은 조르주 멜리에스다. 그는 카메라의 특성을 잘 활용해서 이미 1902년도에 <달나라 여행>에 대한 상상력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영화로 미래의 꿈을 꾸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영화음악이나 음향들이 있고, 최근에는 관객들로 체험하게 하고 또 영화의 느낌까지도 실제로 전달해주는 장치가 개발되었지만, 영화라는 것이 원래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했음을 말하기 위해 영화사의 첫 장을 뒤적거렸다. 기술의 발전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영화는 디지털 기술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보여주고 또 보고 있지만 그것의 사실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험하느냐다. 현실에 목말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간혹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실을 접하지만, 그것도 엄밀히 말해서 카메라에 담겨지거나 카메라 밖으로 밀리는 부분이 있고 또 촬영 후에는 편집된다는 점에서 100% 순도의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연출의 의도에 따라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관객은 그것을 보며 현실을 보고 또 경험할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회의를 들 때도 있지만 영화적인 경험과 의미가 다른 어떤 것보다 더욱 강렬하다보니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매체다.

여하튼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매체다. 음악영화가 아니라면 음악과 각종 음향도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트루맛 쇼>는 영상(텔레비젼)의 이런 속성이 어떻게 허구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은 어떻게 조작되는지를 드러낸다. 피터 위어가 만든 <트루먼 쇼>를 패러디 한 것으로, 취지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맛 집 소개 프로그램의 “사기와 조작”의 과정을 취재하는 데 있다. 영상이 단지 보여주면서 경험하게 하는 매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활용한 국민 사기극임을 폭로한다. 맛과 관련해서는 직접 맛보지 않고 단지 보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거짓말이라는 한 프랑스 요리가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소재가 맛 집일 뿐이지 엄밀히 말해서 모든 영상 프로그램에 해당된다. 볼 수만 있을 뿐 현장에 없는 사람으로서는 무슨 일이 실제 일어났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수들의 립싱크도 가능한 일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영화는 맛 집 소개 프로그램이 상업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한 것이며 실제 맛과는 전혀 무관함을 말한다. 한편의 시트콤으로 읽혀질 수 있을 뿐이다. 감독은 그것을 사기와 조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다큐영화를 통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비판한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사실 영화의 허구적 경험을 관객은 실제 경험으로 착각하며 본다. 폭력이나 베드신이나 위험한 장면 모두 실제는 아니다. 수많은 단편들의 조합이고, 대체인물이 등장하기도 하며, 연출되고 조작된 경험일 뿐이다. 그것은 영상을 접하는 사람의 경험을 위한 것일 뿐이고 또 그것이 영상 미디어의 속성이다. 영화의 제작과정을 스포일러를 포함해서 텔레비전을 통해 속속들이 다 보여주면 시청자는 영화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허구임을 알고 보는 것과 실제라고 착각하며 본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영상의 속성을 잘 아는 감독이 굳이 영상의 허구적인 경험을 들먹거릴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트루맛 쇼> 역시 다큐를 표방한 하나의 허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이 시원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왜 그랬을까? 맛집 소개가 실제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속성을 알고는 있었어도 설마 맛까지 속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무엇일까? 맛 집 소개를 본 시청자들의 실제적인 반응인가, 아니면 마치 실제인 양 조작해서 맛과 맛에 대한 경험들을 소개한 프로그램에 있는가? 중요한 것은 영상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맛 집 소개 프로그램의 경우, 미디어 업체들이 영상매체를 통해 허구적인 맛의 경험을 연출하면,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고 맛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미디어 업체로서는 실제로 맛이 있든 없든, 그런 음식이 존재하든 하지 않든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실제감을 전해주면 되고 그냥 재미있으면 된다. 게다가 시청율이 높으면 더욱 좋다. 그것이 텔레비전 미디어의 속성이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즐긴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프로그램 속성상 허구적인 맛과 맛의 경험담이 하나의 이미지로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개된 맛집에 찾아가서 창업 상담을 받고 창업을 하다 가진 돈을 다 날리는 사례하며, 소개된 맛 집을 찾아갔다가 크게 실망하는 일, 그리고 맛 집 소개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 등이다. 영상 미디어의 속성을 알면 결코 그렇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한 음식 칼럼니스트가 말했듯이, 그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미디어와 시청자들의 반응은 동일한 수준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 정도밖에 제작하지 못하는 방송국과 그 정도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청자가 문제다. 미디어의 속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면 결국 최종 문제는 미디어를 읽는 시청자의 의식 수준에 있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를 통해 생산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현대는 미디어 환경의 시대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피할 수 없는 환경이다. 12월이면 기존의 공중파 방송국과 동일한 종합편성 기능을 가진 4개의 방송국이 개국된다. 미디어를 바로 보는 교육과 훈련이 없다면 ‘트루맛 쇼’, 아니 ‘트루먼 쇼’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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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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