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부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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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 것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9.3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 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4-11-27




(스포일러 있음) 

현대 한국사회에서 황혼 이혼율이 신혼 이혼율보다 앞섰다는 통계를 읽어본 적이 있다. 황혼이혼이 일종의 유행으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언제부터인가 부부사이에도 이제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며 서로에 대해 독립하며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인에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끝까지 해로하는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강원도 홍성의 한 한적한 마을에서 커플한복을 입고 다니시면서 알콩달콩 사시는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6DMZ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76년을 해로하며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한 노부부의 삶은 이미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편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영화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나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포착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노년의 시기에 피할 수 없는 사별을 다루고 있는 점이 큰 차이이다. <워낭소리>(이충렬, 2008)에 이어서 노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다큐라는 것이 원래 결말을 예상하지 않고 찍는 경향이 있긴 해도,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건강악화와 죽음이라는 상황은 영화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아무르>(미하엘 하네케, 2012)에서 다뤄진 노부부의 사랑에 비하면, 비록 극적이진 않아도 감동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사실 고대 가요 공무도하(“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이 결국 물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에서 따온 사별을 염두에 둔 제목과 첫 장면인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이미 처음부터 영화가 사별을 겨냥하며 촬영되고 또 편집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별히 자연의 순환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나 강아지 꼬마의 죽음과 공순이의 새끼 출산 등은 하나의 복선처럼 작용한다. 원래는 예상치 않았는데, 사별이라는 사건을 겪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사별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다큐를 생각하는 사람은 다소 연출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상반된 평가를 야기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다큐가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출된 것 같은 다큐라는 의미에서 뛰어난 작품능력을 인정해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영화는 노년의 삶에서 불가피한 사별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부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영화 속 노부부의 삶에서 감독이 특별히 드러내고 있는 점은 서로를 늘 도우며 사는 모습이다. 할머니의 억지 같은 부탁도 마다하지 않고 들어주고, 할머니 역시 할아버지의 일상을 빠짐없이 챙겨준다. 옷은 할머니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살아있는 동안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자신이 남편을 챙겨준다는 것을 상징한다. 죽기 전에 서둘러 옷을 태운 것도 저승길에 입고갈 옷을 챙겨준다는 생각에서였다. 죽은 아이들을 위해 여섯 벌의 내복을 챙기는 것 역시 같은 의미에서다. 때로는 서로에 대해 오해가 생겨 화도 나고 또 자식들이 서로 불화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해하곤 해도 서로에 대한 생각만큼은 늘 한결같다. 이것은 노부부의 삶과 사별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감독이 말하고 또 보여주려고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또한 비록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에서 기독교와는 다른 전통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인 맥락에서 부부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영화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부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또 생각해도 성경은 언제나 서로 돕는 자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돕는 배필의 의미를 굳이 부부에 한정할 필요는 없지만, 부부의 경우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부부란 남녀 사이에서 서로 돕는 삶을 가장 분명하게 실천하는 관계를 일컫는다. 사실 어떤 남녀도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처럼 서로를 도우며 사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일시적일 수는 있어도 지속적이지 않다. 부모가 자식을 도우며 사는 것은 흔해도, 자식이 부모를 돕는 경우는 그렇게 흔치 않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부의 모형이 시대에 따라 무수하게 달라진다 해도 부부의 모습이 창조의 뜻에 따라 회복되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서로 돕는 관계를 통해 우리를 돕는 자로 알려지길 원하시는 하나님을 세상에 나타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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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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