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U-네트워크 사회 속 교회 공동체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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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교회공동체와 그 역할

#2


안도헌 목사 (영남교회)


#1. 21세기 교회가 처한 현실 [바로가기]

#2. U-네트워크 사회 이해 [현재글]

(1) Ubiquitous의 'U' - 새로운 권력, 편재하는 힘

(2) User의 'U' - 새로운 주체, 사용자

#3. 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공동체 이해

(3-1) 라인홀드 니버(R. Niebuhr)의 견해에 대한 비판 [바로가기]

(3-2)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바로가기]

#4. 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교회의 현실 [바로가기]

#5. 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교회 네트워크 [바로가기]

#6. 결론 [바로가기]




2. U-네트워크 사회


그렇다고 이러한 네트워크 자체의 확산으로 인해 교회는 피해자의 입장에 있다고 말하면서,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합리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회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교회의 부족함과 실책을 보완하고 시대적합적인 교회공동체를 고민하고 비판적으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네트워크 사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역사 속에서 늘 있어 왔다. 로마 시대의 도로와 통신 방법, 상인들의 모임인 길드 등의 일종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임의에 따라 시대 구분을 하고 그 속에서 나름 차이가 나는 현상들의 예를 수 백, 수 천 가지로 나열한다고 해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의 틀, 곧 결절과 결절들 사이의 연결에 따른 작동 메커니즘의 형식과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것을 통해 교류되고 있는 것의 내용과 교류의 속도, 교류의 범위 사이의 근소한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수식할 수 있는 한정적인 수식어가 요청된다. 이 수식어의 유통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20세기에 통용되던 네트워크와는 분명하게 달라진 오늘날 네트워크를 나름대로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를 위해 ‘U’로 시작하는 두 개의 단어를 차용할 것이며 공통으로 시작하는 이 ‘U’를 네트워크를 한정하는 수식어로 선택할 것이다.

 

 


1) Ubiquitous‘U’ - 새로운 권력, 편재하는 힘




첫 번째 U는 바로 ‘Ubiquitous’이다. 사회의 네트워크화를 이룩한 혁신적인 사항의 두 축은 스마트화된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이다. 이는 정보가 소통하는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나누어 갖도록 인도했다. 감추어진 정보가 네트워크를 타고 공유되면서 정보의 평준화가 이루어졌고 정보의 격차가 줄어든 만큼 권력의 차이도 좁혀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IT 분야의 권위자인 리처드 헌터(Richard Hunter)는 이러한 세계를 비밀 없는 세계(World without secrets)”라 불렀고 그러한 세계 속에서 정보의 공유와 감시가 두 얼굴로 공존하고 있다고 보았다.

중요한 것은 정보가 한계를 뛰어넘어 소통되면서 일방적 감시가 상호적 감시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감시의 권한이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으로 분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다수를 감시하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진정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힘이 편재한다는 사실은 곧 새로운 권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오늘날의 네트워크를 ‘U-네트워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새로운 권력이 편재하는(Ubiquitous) 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힘의 편재 현상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권력의 형태들 속에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권력은 소유권력이 아니라 관계권력이라는 것이다. 분산되어 있는 힘들을 어떻게 나의 소유된 힘으로 만드는가의 문제는 이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사고가 되었다. 오히려 그 분산된 힘들을 어떻게 엮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물론 네트워크 사회라 하더라도 독점적 소유 권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둔화되어 가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하자면 독점적 소유 권력이 둔화되어 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 개념이 등장했으며 U-네트워크의 형식은 이 변화를 더욱 견인하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는 소유하고 있는 강력한 소수에 의한 소유하지 못한 다수의 종속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을 띠고 있다. 네트워크 연결 양상의 다변화와 그 범위의 급속한 확대로 인해 어느 한 결절의 독점적 소유가 절대적이지 않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소수 대 불특정한 다수의 힘에 변화가 발생하고 그 저울추는 점점 평형에 가까워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강력한 소수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이 뭉쳐진 다수에게도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강력한 소수가 갖고 있는 권력의 원천은 배타적 소유권의 집중에서 구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권력의 원천은 소유가 아닌 관계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오늘날 관계권력을 소유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로 변모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통신기술의 발전과 확산, 그리고 인터넷의 발전 등으로 인해 각 개인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든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진 열린 세상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권력의 독점이 아니라 권력의 보편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길을 네트워크 기술이 더 활짝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U-네트워크 사회가 갖고 있는 특성과 맞물려 관계권력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관계 범위의 확장성이다. 관계권력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의해 나의 소유권력의 크기가 아닌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관계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유보다 관계에 집중하는 사람은 관계성이 갖고 있는 확장성과 가능성에 집중하게 되고 편만한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권력을 지배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의 관점에서 해석하게 된다. , 자신의 통제력의 범위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의 범위를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계의 밀도가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관계를 느슨한 관계(Weak Ties)”라고 불렀다. 느슨한 관계란 어쩌다 연락이 닿는 관계를 말하며 이는 확대된 네트워크에 포함된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며 이것이 느슨한 관계의 힘이라고 그라노베터는 주장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서 불특정 다수의 지식들을 공유함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식 iN’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해 호의를 받게 되는 현상은 느슨한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수평적 관계의 모습이다. U-네트워크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수직적 위계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힘이 편중되어 있지 않고 편만해졌다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약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보의 편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곧 관계가 평등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각자가 창조해 낸 정보를 함께 나누는 공유의 가치가 만들어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2) User‘U’ - 새로운 주체, 사용자



인간의 주체성을 이야기할 때, 개별적 인간의 결단은 반드시 포함하는 내용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개별적 인간의 결단 못지않은 새로운 주체성의 등장을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파악하는 다양한 사고들의 혼재 속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라짐의 주체성과 더 강력한 주체성 사이의 대립이다.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인간과 기술 간의 차이는 점차 사라지다가 결국 기술이 인간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인간의 주체성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회의론적으로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이러할수록 더 강한 주체성을 함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누어져 대립하는 양상이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는 생산에서 소비로의 전환이다. 근대적 시각의 관심은 생산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가의 문제나 인간에게 실용적인가의 문제는 모두 생산과 관련된 문제였다. 하지만 탈근대적 시각의 관심은 소비이다. 이제 인간은 무엇을 소비하는가’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 번째는 집단적 주체성의 등장이다. 소위 집단지성이라고 불리는 이 관점은 네트워크화된 사회에서 등장하는 주체성의 중요한 측면이다. 과거의 집단적 주체성은 하나의 고정된 관념에 경도되어 형성된 이데올로기였다. 그것은 주체성이 아닌, 객체성이자 주입된 가르침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네트워크화된 사회에서의 집단지성은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것은 결코 하나로 고정되지 않으며 이합집산이 자유롭고 만들어지는 것들이 창조적이고 창발적이다.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에서 주체성에 관한 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특징으로 새로운 주체는 바로 사용자(User)’라는 것이다. 이 사용자 개념은 이중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나는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쓰는 존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를 잘 활용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전자는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주체성을 사라짐의 주체성으로, 비관적인 관점에서 인식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정보의 출현과 동시에 역사의 전개가 끝났고, 인공지능의 출현과 동시에 사유가 끝났다고 말하면서 사유의 종언을 선포했다. 이러한 관점은 주체성의 사라짐을 말하는 것이다. , 얼이 빠져 나간 기술의 사용자로 전락하는 인간, 그리고 결국 그 기술의 노예로 함몰되는 인간상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는 인간이 기술과 관계 맺는 양상이 더 이상 인간 주체와 기술 객체로는 표현될 수 없는 변화 가운데 있으며 기존의 윤리와 도덕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안들이 인간 주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물밀 듯이 밀려서 인간 삶의 곳곳에 퍼져있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처럼 기능하며 살아가게 된다. 활동 자체가 생산이 아닌 소비로 전환되는 존재, ‘생산에 의한 소비(consumption by production)’가 아니라 소비를 위한 생산(production for consumption)’을 하는 존재가 인간이 된다.

반면 후자에 서 있는 입장으로 더 강력한 주체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기술 발전을 통한 물질적인 풍요에만 신경 쓰고 기술적 세계관의 본질적 관심에 소홀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소외를 초래하게 된다. 주체성과 소외는 서로 먼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가까이에 맞닿아 있다. 개별 주체성이 타자에 대한 소외를 낳고 그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시 주체성을 부른다.

그러므로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새로운 주체성을 요청한다. 그것은 이 겉잡을 수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윤리적 자세이다. 마치 연어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상류로 오르는 것과 같은 몸부림이자 저항인 것이다. 질베르 오뜨와(Gilbert Hottois)는 기술의 정언명령에서 벗어나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윤리관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외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나름의 주체성이다.





그런데 주체성에 대한 비판과 대안들이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났는데 그 양상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집단적 주체성이다. 기술 혹은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네트워크 속에서 모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만들어내면서 사회를 바꾸어 나간다. 기술과 기계의 진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를 더 많아지게 함으로써 기술 사용의 보편성을 증가시킨다. 사용자의 증가에 따른 기술의 보편화는 개별자들의 생각을 단시간 안에 공유된 장소에 모을 수 있는 능력을 발생시키고 그것이 구체적 현실로 나타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2001115일에 지미 웨일스(Jimmy Wales)위키피디아(Wikipedia)’라는 인터넷 백과사전 웹을 오픈한다. 이 웹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웹을 오픈한지 15일 만에야 31개 항목이 올라왔다. 그런데 2개월 보름 만에 1,300, 5개월 만에 3,900개가 되더니 1년 후에는 10,700개가 되었던 것이 2007년에는 다양한 언어로 무려 600만개 항목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게 되었다. 피에르 레비(Pierre Levy)는 이러한 지성을 집단지성이라 하였고 끊임없이 향상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기능의 효과적 동원으로 귀결되는, 폭 넓게 분포된 지성으로 규정한다. 누군가에 의해서 생산된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주체가 아니라 지식을 소비도 하지만 지식을 생산도 하는 지식의 생산-소비자(prosumer)’로서의 주체가 등장한 것이다. 결국 집단지성은 탈중심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지는 다중의 자유로운 상호작용과 수평적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집단 지식과 기술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주체성의 측면에서도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는 새로운 주체성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주체와 객체 혹은 주체와 주체를 구분하던 근대적 시각을 넘어 사라지는 주체성과 더 강력해지는 주체성 사이에서 소비적인 주체인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집단적 주체인지의 의견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소비적 주체이기도 하지만 기술 발전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주체이기도 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네트워크 사회를 ‘U-네트워크사회로 부를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새로운 주체성을 사용자(User)’라고 지칭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21세기 교회가 처한 현실 [바로가기]

#2. U-네트워크 사회 이해 [현재글]

(1) Ubiquitous의 'U' - 새로운 권력, 편재하는 힘

(2) User의 'U' - 새로운 주체, 사용자

#3. 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공동체 이해

(3-1) 라인홀드 니버(R. Niebuhr)의 견해에 대한 비판 [바로가기]

(3-2)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바로가기]

#4. 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교회의 현실 [바로가기]

#5. U-네트워크 사회 속에서의 교회 네트워크 [바로가기]

#6. 결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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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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