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히어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시선과 그 한계

<마이 리틀 히어로>(김성한, 드라마, 전체, 2013)

 

우리 사회에서 작은 자는 누구일까?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작은 자라 함은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약자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권리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관례에 따르면 대체로 장애인, 노숙자, 고아, 저 소득자,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독거노인과 과부, 편모 편부 조부모 소년소녀 가장 가정, 다문화 가정, 실업자, 비정규직 등이 거론된다. 작은 자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과 돕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지만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을 작은 자로 여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다. 여기에는 그들을 보는 우리의 편견과 시선이 포함되는데, 작은 자를 돌보는 일과 동시에 우리는 잘못된 시선과 편견의 이유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자를 위한다며 하는 일들이 오히려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히어로우>는 특히 다문화 가정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그것이 갖는 한계를 잘 드러내는 영화다. 먼저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뮤지컬 조선의 왕을 연기할 아역 배우를 뽑는 오디션에 필리핀 출신의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영광(지대한 분)이 등장한다. 국적으로는 엄연히 귀화한 한국인이지만 피부색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다. 아버지는 엄마와 아들을 버리고 잠적 중이다. 방송사에서 피부색깔부터 다른 영광을 오디션 선발 최종 5명 안에 포함시킨 것은 그의 뛰어난 음악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방송사 이미지와 시청률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순전히 음악 실력 때문에 자신을 선택한 두 명의 음악 감독 중에 영광은 자신에게 웃음을 선사한 유일한(김래원 분)을 선택한다. 유일한은 이제 최종 결정이 있기까지 아이에게 연기 및 노래를 지도해야만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같은 배에 타게 된 유일한은 불만이 적지 않다. 유일한은 그래도 처음에는 성공적인 뮤지컬 음악 감독의 기량을 보였지만, 점점 존재감이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사람이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하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다른 팀과 비교해볼 때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팀이다. 쟁쟁한 경력의 음악감독에다 그들이 맡은 아이들은 젖 떼면서부터 시작한 예능 교육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악조건은 물론이고 열등감마저 극복해야만 했다. 가장 큰 장애는 영광에 대한 유일한의 거부감이었다. 그러나 영광의 뛰어난 노래 솜씨와 될 때까지 이어지는 뼈를 깎는 연습, 그리고 그의 맑은 영혼은 사실 유일한에겐 행운이었다.

한편, 오디션 과정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을 위한 양념에 불과할 줄 알았던 주최 측의 예상과 기대와는 달리 영광이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자, 피부색이 다른 아이가 조선의 왕을 연기할 사람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주최 측은 좌불안석이 된다. 주최 측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노력하지만 결국 영광은 무대에 서게 되고 조선의 왕으로 선발된다.

드라마 장르로서는 꽤 긴 2시간이 넘는 시간이지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감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뮤지컬을 영화 속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빌리 엘리어트, 슈퍼스타 K, 완득이 등 그동안 영화와 TV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지만 스토리 속에서 충분히 용해되어 있어 전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다. 창의적이지 못해 아쉽긴 해도 한편으로는 오히려 익숙한 것들이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오늘 우리 사회에서 회자하는 이슈인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공적 이성을 깨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좋은 영화로 평가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영화에서 드러난 다문화 가정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한계는 이렇다. 첫째, 그들을 우리 행위에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 자신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보다 우리 행위의 정당성과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에 동원되는 존재로 여길 뿐이다. 둘째, 인종 차별적인 시선이다. 백인에 대한 태도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의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미국에서 공부한 것은 무조건 인정하고 높여주는 태도와 비교해보라. 셋째, 인격적으로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기보다는 마땅히 돌봄을 받아야 하고 이해받아야 하는, 그야말로 작은 자로만 보는 것이다. 넷째, 영화의 시선이 갖는 한계인데, 존재보다 기능과 능력에만 관심을 두는 태도다. 만일 영광과 그의 흑인 친구 축구 천재가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시선과 한계는 왜 나타난 것일까? 특히 그들이 이해받아야 한다는 태도는 영광의 엄마로 하여금 반문하게 하고 또 화나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자를 오직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오직 돌봄을 받아야 하는 자,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한 자, 긍휼이 여김을 받아야 하는 자, 우리 사회의 주변부로만 보는 태도다.

편향된 시선과 한계는 작은 자에 대한 신학적인 의미로까지 이어져야 극복될 수 있다. 작은 자의 신학적인 의미는 하나님의 은혜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하나님의 은혜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우리 모두는 작은 자이고, 작은 자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바로 공감적인 연대의식이다. 작은 자를 형편과 처지의 열악함과 낮은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서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연대는 이뤄지지 않는다. 유일한 역시 스스로가 작은 자로 드러났을 때 비로소 영광과 마음 속 깊이 연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갈 뿐만 아니라 각종 불의에 대해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하는 존재이지, 늘 우리의 돌봄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존재만은 아닌 것이다. 상호도움과 상호배려로 이어지는 시선과 생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