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대중문화 읽기] 내 이웃이 되어줄래요? - 영화 <Won't you be my neighbor?> 를 보고



교육 부서를 지도할 때, 놀이터 전도를 한 적이 있다. 초청 잔치를 앞두거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날 좋은 어느 주일날, 예배를 드린 후 풍선을 하나씩 들고나갔다.. 주변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미션’(?) 후에 신나게 놀이터에서 노는 게 다였다. “전도란 단어가 주는 거룩한 부담감이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큰 열매를 바라기보다 전도가 즐거운 것이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기획한 활동이었다.

전도 받는 이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풍선에 친구가 되어줄게요, 이웃이 되어줄게요라고 써 붙였다. 왕왕 잊어버리고 오해받기 일쑤인 교회의 의미를 잘 담은 말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스도께서 나의 친구가 되어주시고 이웃이 되어주셨듯이 다른 이에게도 그리 하라 하신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바로 전도였구나 하고 말이다.

지난해 열린 제16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상영작 중에 <Won't you be my neighbor?(내 이웃이 되어줄래요?)>(2018)란 작품이 있다. 1968년부터 33년간 진행된 미국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Mr. Rogers' Neighborhood(로저스 아저씨의 이웃)>의 제작자, 작가, 음악가이자 주인공인 프레디 로저스 목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만듦새만으로도 충분히 좋은데 담긴 메시지가 더욱 강력해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뿐 아니라 2018년 타임지 선정 10대 영화에 꼽혔을 정도이다. 그의 선교적 사명이 녹아있는 방송 <로저스 아저씨의 이웃>은 삶의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르면서 가치 있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미국 사회와 교육 프로그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대학생이던 그가 텔레비전을 처음 봤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폭력적인 행동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장면이었다. 이게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학교 입학까지 미루고 텔레비전 업계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지는 관심 없이, 빠르고 자극적인 방송이 범람하는 가운데, 누구도 요청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보고 듣는 것이 정체성의 일부를 결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취약한 존재인 어린이가 삶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것, 아이들의 공포와 불안, 실수하는 자신에 대한 의심과 실망 같은 것들을 어떻게 대처할지, 도와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에서 목회자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하나님의 자녀인 이웃과 자신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신앙을 시청자들과 깊이 교감하는 탁월한 설교자였다. 어린아이의 감정이 어른처럼 강력하다는 것이 소신이었으며,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지 않고도 아이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여겼다. 존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이나 인종차별, 미국의 우주 왕복선 발사 실패와 같이 어둡고 무거운 시사적인 이슈도 외면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동네에 상냥한 하루가 밝았어요. 아름다운 이웃과 함께할 상냥한 날에 내 이웃이 되어줄래요? 그래 줄 수 있나요? 난 언제나 이웃을 꿈꿨답니다. 당신 같은 이웃을요. 늘 당신과 한동네에 살고 싶었거든요. 그러니까 이 아름다운 날을 한껏 즐기자고요. 우리가 한데 모였으니 이렇게 말해볼까요? 내 이웃이 되어 주지 않을래요?”

<로저스 아저씨의 이웃>을 시작할 때 부르는 노래 가사다. 기독교에서 가장 큰 계명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인데, 흔히 추상적으로 여기기 쉽다. 그런데 그는 진정한 이웃이란 동화처럼 행복한 일만 있는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군상이 모여서 갈등도 발생하지만 때로 근심을 느끼거나 두렵고 불안할 때 서로를 돌봐주며 이해하고 지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웃이 사랑을 갈망하고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기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나에게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웃을 자신의 곁으로 초대하는 노래 내 이웃이 되어주지 않을래요?”를 불렀다.

삶 가운데 균열이 있고 옆자리가 비어있는 존재에게 그 자리를 채워주는 이웃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복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신앙인이란, 그리고 전도란 바로 내가 당신의 이웃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에서 시작되고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이웃이 될 것인가? 비단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왼쪽은 다큐멘터리 영화 <Won't you be my neighbor?>포스터,  오른쪽은 개막작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포스터

관심 있을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작년에 영화제에서 상영한 <Won't you be my neighbor?>(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에 이어, 동일인물 프레디 로저스를 다룬 극영화 또 한편이 이번 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6/2~7, 필름포럼)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톰 행크스가 프레디 로저스로 출연한 극영화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2019), 한 가족의 화해와 용서를 다뤘다.

그밖에도 이번 영화제에는 2015년 미국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 총기사건이 벌어졌을 때, 유족들이 백인 가해자를 용서하고 추도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찬양 “Amazing Grace”를 불러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던 일을 다룬 <Emmanuel(엠마누엘)> 등 다양한 기독교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사랑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여러분을 초대한다. “내 이웃이 되어주지 않을래요?”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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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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