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배, 디지털 세상을 만나다>를 읽고: “예배의 전성시대를 예견한 가톨릭교 예배학자의 통찰을 엿보다”



저자인 테레사 베르거(혹은 버거)는 예일신학대학원(Yale Divinity School, YDS) 예배학 교수이며, 2014년부터 Thomas E. Golden Jr. Professor of Catholic Theology , 가톨릭 신학을 위해 기부한 토마스 골덴 주니어 석좌교수이다. 저자와의 짧은 인연은 20079-20088월까지 YDS의 리서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기간 중이었다. 부임 전부터 유명세가 컸던 베르거 교수는, 호기심 반 기대 반 청강생 자격으로 들어갔던 수업의 첫 시간에 겸손하면서도 친절한 말투로 짧게 자신을 소개한 다음 오히려 당시 10대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말을 푸념하듯이 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이론만이 아니라 교내에서 다양한 기도모임을 주관하는 실천하는 예배학자셨고, 귀국을 앞두고 인사차 찾아갔을 때에도 책에게 직접 사인해주면서 격려해주셨던 따뜻한 분으로 남아있었다. 이미 저자의 배경이 가톨릭 신학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에 잠깐 놀라긴 했지만, 곧 속으로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책상에서의 연구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실천하려 애썼던 베르거 교수님의 모습이, 오래된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올해부터 세계를 강타한 COVID-19로 인해 급작스럽게 시작된 온라인 예배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듯,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배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실행에 대하여 상세하게 써내려 간다.

전체 서론에 해당하는 <1장 디지털 세상과 예배 연구 왜, 어떻게,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에서는 다음의 중요한 5가지 질문과 도전을 먼저 제시한다. 디지털로 매개되는 기도 가운데 하나님과 만남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사이버 공간에서 에클레시아 오란스(ecclesia orans), 즉 기도하는 교회에 속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온라인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디지털 거룩한 공간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의 표식은 무엇인가? 디지털 미디어 안에서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매개되는 은혜를 어떻게 느끼는가?

이어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예배 실행들에 대한 탐험의 탐구 주제2장부터 5장까지 차례대로 나온다: <2장 가상의 몸, 디지털 프레전스, 온라인 참여>, <3장 온라인 예배공동체>, <4-가상의 물질: 물질성-시각성-사운드 스케이프>, <5장 성례전의 비트와 바이트> 마지막으로 결론 격인<제6장 디지털 현재와 예배의 미래>, 참고 문헌 및 디지털 자료와 출처가 나온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5장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맞물려 있기에 더욱 상세하게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저자는 온라인 예배에 있어서 가장 도전적인 문제는 디지털로 매개되는 성례전 실행의 문제이다5장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성례전에 관한 스펙트럼의 양극단을 소개한다. 그 한쪽 끝은 디지털을 부정하는 입장으로, 이러한 문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적절한 질문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미리 필연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 반대쪽 끝은 인터넷 세례식, 사이버 성찬식, 디지털로 매개되는 고해성사, 그리고 사이버 공간으로 이주하는 여러 단계에서 실행되는 여러 다른 성례전 실행들을 안일하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는 대부분 미리 제기되어야 할 질문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 대답을 앞당기는 것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그런 다음 직접 경험했거나 참여했던 내용들을 매우 상세하게 소개한다. 디지털로 매개되는 성찬 예배에서 미사 앱, 웹 미사, 온라인 성체조배, 온라인 성찬식, 신학적 성찰과 실험에 대해 또한 디지털로 매개되는 세례식에 대한 내용이 그것이다. 저자의 명확한 찬성이나 반대 소견은 찾아볼 수 없으며, 5장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움직이며 성례전을 거행하는 디지털 시대의 세부 사항들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지속적인 신학적 성찰뿐이다.” 중도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결론에 공감하면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온라인이라는 상황에 대면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문제점과 현실에 대해 매우 깊은 신학적 통찰과 함께 하나님 앞에 선 예배자로서의 저자가 고민했던 부분들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비록, 중간중간에 용어의 생소함이 있지만, 시의적으로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저자처럼 철저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예배학자로서의 부담감과 의무감을 갖게 된 것이 소득이라고 하겠다. 다만, 저자가 카톨릭 신학자임을 감안하더라도 탐험의 영역을 개신교까지 확장해서 비교하면 어땠을까 라는 점과 그 용어의 생소함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색인목록이 없다는 것이 제일 아쉽게 느껴졌다. 아울러 출판되기 전에 선행되었어야 할 일로 여겨지는데 용어를 포함한 표기의 일치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예배회복운동(Liturgical Movement)’의 경우,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하나로 통일되게 사용해야 마땅한데 예배갱신운동’(82), ‘예전갱신운동’(87), ‘예전운동’(89)으로 각각 다르게 나온다. 인물 표기도 일치되지 않고 있다. 제일 처음 나올 때 원어 이름까지 소개하고 그 다음부터 한글로만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순교자 유스티누스의 경우 84쪽에서 한글로만 나오고 116쪽에서는 순교자 유스티누스(Iustinus)로 나온다. 아시시의 성녀 클레어의 경우도 89쪽의 아시시의 클레어(Claire of Assisi)가 바로 이어서 성 클레어로, 116쪽에서 아시시의 성녀 클레어(Sancta Clara Assisiensis), 121쪽에서 아시시의 클레어로 127쪽에서는 성녀 클레어로 계속 다르게 나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도 필요없는 한문 표기의 중복, 큰 따옴표와 작은 따옴표와 같은 문장 부호가 혼용되어 과다하게 사용된 점, 동일 인물이나 용어에 대해 영어와 라틴어가 혼용되어 사용된 것이 이 책에 대한 몰입을 조금씩 방해하는 부분이었다.

예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의도는 천차만별로 달랐지만, 올해 초만큼 안팎으로 예배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뜨겁게 논쟁과 논의의 주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지금껏 예배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 정해진 방법으로 당연하게 드려오다가, 전적인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 전환되고, 심지어는 장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한국교회는 지금 완벽한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호되게 성장통을 앓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 젖어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추스르고 일어나서 이미도래했지만 아직 오지 않은그 때를 바라보며,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의 삶에서 학문적인 영역과 목회적인 영역을 아우르면서 철저한 준비를 함께 해나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성급하게 양극단에 서서 찬반으로 갈라져서 대립하기보다는, 변화의 가능성을 통찰하면서 유연하게 준비해 나가는 열린 마음이다. 다양한 시공간을 초월하여 두루 누비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흔들림과 두려움의 시간까지도 함께 하고 계심을 믿으며 그 탐험에 참여하길 바란다.

유재원 교수
이머징 예배를 주제로 장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연구지원처와 서울여대 바롬연구소 연구원으로, 20123월부터 3년간 장신대 예배설교학 조교수로 있으면서 2013년 북미예전학회 정회원이 되는 기쁨을 누림.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인천 주안장로교회에서 예배기획국장과 교구목사로 열심히 사역하다가 다시 올해부터 장신대 예배설교학 교수로 임용되어 전환점을 맞았으나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에 맞춰 아직도 적응해 나가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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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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