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히어로 #5] 취미로 메달 모으는 사람들 : 스포츠와 아마추어리즘



반응형

 

2016년 리우 올림픽 사격 트랩 부문에서 동메달을 딴 에드워드 링(Ed Ling)은 인터뷰에서 ‘빨리 농장에 돌아가 옥수수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농번기와 겹친 올림픽 시기 때문에 서둘러 귀국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올림픽에서 전업 스포츠인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 메달을 따는 경우가 꽤 많다.

같은 올림픽에서 유도 여자 48kg급 금메달을 딴 파울라 파레토는 내과의사이다. 그녀는 한국의 정보경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운동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거기다 올림픽에 나갈 정도인데 의사로서의 직업도 성실히 하고 있다니..참 대단하다.

 

그런데 특별한 누군가만의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한국 등 어떤 국가들을 제외하고 많은 국가의 올림픽 대표선수들이 자신의 생업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선수들의 이색직업에 대한 기사가 꼭 올라오곤 한다. 너무 많기에 간략히 소개하자면..

야자와 가즈키(일본, 카누) - 승려

라헬레 아세마니(벨기에, 태권도) - 우체부

너태샤 퍼듀(영국, 역도) - 청소노동자

우리게 부타(노르웨이, 마라톤) - 건물관리인

미구엘 코이라(아르헨티나, 카약) - 요리사

알렉산더 나두어(미국, 체조) - 애리조나 면허를 지닌 부동산 중개업자

앤드류 캠벨 주니어(미국, 조정) - 보스턴의 핀테크(금융) 스타트업 Quantopian 근무

청치입(홍콩, 유도) - 소방관

라헬레 아세마니(벨기에, 태권도) - 집배원

후지사와 사츠키(일본, 컬링) - 보험회사 직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과 맞붙어서 화제가 된 일본대표팀의 주장. 오전에는 동일하게 사원 유니폼을 입고 보험업무를 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정말 많다. 한국적 정서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올림픽처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메달을 따려면 전업으로 해도 부족한 판인데 다른 직업을 갖고 하다니!

하지만 원래 올림픽은 아마추어(그러니까 운동을 생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무대였다. 1896년 근대 올림픽 제1회가 개최되었을 때, 쿠베르탱 남작은 선수 자격기준에 대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은 아마추어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1986년 스위스 로잔 총회에서 규정이 바뀌며 프로선수의 올림픽 출전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라는 이슈가 연관되어 각 나라별로 접근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그동안 엘리트 체육을 추구해왔다. 쉽게 말해 커서 운동선수가 될 아이는 학교 공부에서 열외 되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축구부로 유명했다. 전국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고, 여기서 잘하면 추후에 프로선수로 입단하는데도 큰 경력이 되었던 거 같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자리에 없어도, 시험을 보지 않아도 "걔 축구부예요~" 이 한 마디면 선생님은 모든 것을 눈감아 주었다. 축구부 친구들은 오로지 축구만 하면 되었다.

물론 그러한 방식으로 운동에 전념하면 좋은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겠다. 하지만 한 인간의 삶을 놓고 볼 때에 과연 바람직한지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만약에 중도에 그 운동을 그만둔다면, 그 학생은 길을 잃은 듯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요즘은 이러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유독 ‘죄송합니다’라는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을 본다. 국민들도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많이 실망하고 심지어는 질타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운동을 ‘즐긴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반면 외국 선수들은 동메달을 따도, 메달을 아예 따지 못해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은데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스포츠라는 하나의 예에서 우리는 생업과 아마추어로서의 취미에 대해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꼭 생계가 되어야만 하는가. 돈이 되거나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야만 나는 그 일을 시작할 것인가.

또한, 꼭 직업으로 일주일 내내 그 일을 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가? 다른 생업을 갖고도 올림픽 대표선수가 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물론 이런 이야기마저도 성과를 전제로 한다면 건강하지 못하리라. 그저 내가 좋아서, 나의 이끌림을 따라 몰입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오는 게 아닐까.


글쓴이: 이재윤
늘 딴짓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동시에 인디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했다.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현재는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다양한 딴짓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이전 글 보기

▶[취미로 히어로] 시리즈

▶[개척교회X문화공간 만들기 Project] 시리즈

▶[새로운 기독교문화콘텐츠를 기다리며] 시리즈

 

반응형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게 시 글 공 유 하 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미지 맵

    웹진/문화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