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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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살아갈 이유

<버킷리스트>(롭 라이너, 드라마, 2007, 12세)

근자에 우리 사회에서 회자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공공정책과 교수로서 안타깝게도 30대의 나이에 요절한 고 위지안 박사이다.

이병철 회장이 회자하는 이유는, 그가 죽기 전에 제기했다는 질문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그 질문들이 세간에 이미 잘 알려진 차동엽 신부에 의해 “잊혀진 질문”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소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질문들 가운데 눈길이 가는 것은 “내가 사는 이유를 찾을 방법이 있을까요?”이다. 이 질문은,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발견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류는 오랫동안 고심해왔고, 수많은 현인들과 학자 그리고 종교가 대답을 시도했지만, 하나의 견해일 뿐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으로 여겨지지는 않고 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차동엽 신부는 고 이병철 회장의 위의 질문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목적으로 삼는 것”에서 대답을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목적으로 삼을 때, 사명이 분명해지고, 그때 비로소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유는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거나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한편, 낯선 이름의 위지안은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중국의 여성학자로서 암으로 요절한 그녀는 생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일상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현실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학문과 일에 사로잡혀 살다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상을, 가족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 가족, 일상, 주변의 모든 것들이 오늘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라고 밝혔다. 사실 그녀는 학문을 통해 그 이유들을 구성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그녀가 발견한 것은 이미 자기 주위에 주어져 있는 많은 것들이었다. 그녀의 글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왜 생의 끝자락에 가서야 비로소 가족과 일상의 가치를 보게 된 것일까?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병철 회장의 질문과 위지안 박사의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질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왜 이런 질문들이 살아있을 때 진지하게 고민되지 않고 꼭 죽기 직전에 제기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영화 <버킷리스트>역시 오늘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를 고민한 결과를 담고 있다. 앞의 두 사람의 질문과 유사하지만, 대답은 조금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영화는 죽음을 몇 달 앞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두 사람 모두 살만큼 산 것 같이 보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아직 여생에 대한 욕심을 가질 만도 하다. 둘은 같은 병실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인데, 두 사람 모두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죽기 전에 의미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 ‘버킷리스트’을 작성한다. 버킷리스트라 함은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한 목록을 말한다.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달리 말한다면,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말한다. 버킷리스트에 따라 이집트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은 장엄한 피라미드를 바라보면서 감격적인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집트 신화 가운데 한 부분을 묵상한다. 죽은 후에 영혼이 하늘에 가면 신이 두 개의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집트 신화에서 따온 것 같은 두 개의 질문, 곧 “인생의 기쁨을 찾았느냐?”와 “자네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이다. 이 질문은 사실 그들의 ‘버킷리스트’를 압축한 것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인생의 기쁨을 찾는 것과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은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에 따라 본다면, 나의 삶의 이유가 기쁨에 있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의 삶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기적인 기쁨을 배제하는 것이다. 자신의 기쁨을 포기하고 타인의 기쁨만을 위해 올인하는 불균등한 삶도 배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이고,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삶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버킷리스트>는 우리에게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죽기 전이 아니라 생명력이 충일할 때 발견할 방법은 없을까?

시편 8편의 기자는 하나님에 의해 생각되고 또 그의 돌보심을 받는 것에서 구원의 기쁨을 느꼈고, 또한 그러한 기쁨의 연장선상에서 하나님으로부터 피조물을 돌보는 자로서 살도록 부름을 받았음을 고백하며 감격해 한다. 그의 고백에 근거해서 말한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오늘 살아야 할 이유는, 오늘 우리가 하나님에 의해 생각되고 있고 그의 돌보심을 받기 때문이며,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피조물에 대한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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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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