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광우] 영적 고구려를 꿈꾸며




주광우


 중국의 명나라와 청나라가 대립하던 때 청나라에선 인접해 있던 조선에 파병을 요구하였다. 당시 조선의 임금이었던 광해군은 국제적 정세를 파악하며 청을 지원하였다. 하지만 이런 청을 향한 지원은 그의 실각 때 재집권 세력이었던 사대부들의 거병에 대한 중요한 대의명분이 되어 버렸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중국의 명왕조가 멸망한 지 100년이 지난 후에도, 임진왜란 때 파병해 나라를 구원한 명왕조에 대한 충성과 의리를 기억하며 숭명반청 운동을 적극 지원하였다. 청왕조 수립 후 명을 견제하기 위해 국교 수교에 적극적이고 우호적이었던 청은 결국 조선을 침략해 조공국가로 굴복시키고야 말았다. 당시 조선 정권이 국제적 정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흐름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대응하였다면 아마도 조선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나라와 나라와의 관계는 극히 이기적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가장 끔찍한 원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진리와도 같다.
현대의 역사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당시 우리 민족의 사대주의적 성향의 문제점을 들며 주체성 결여와 여기에 따른 자존심의 실종을 이야기한다. 우리 역사의 이런 아픔은 너무도 많은 외침 속에서 충분한 힘을 갖추지 못한 약소국의 왜곡된 생존본능이었으리라.
아파도 표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삭히고 삭혀 어느 순간 무감각해져 버리는, 아니 이젠 이런 시린 감정이 몸 바깥의 모든 사물 속에 투영되고, 멈추지 않는 ‘한’이라는 이름의 눈물이 되어 우리의 발등을 적셔왔다.


그래도 그 가슴은 인내를 바탕으로 주체적인 국가로서의 비전을 품고 있었나 보다.
요즘 한국 TV에서 고구려 역사가 재조명받으며 인기를 얻는 이유는 스스로를 천자의 나라로 표명하고 주위 국가와 정세를 이끌어갔던 고구려의 주체적인 민족성과 진취적 기상이 상대적으로 유약하게 보여지는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대표적 정서였던 ‘한’과 대조되어 우리의 응어리진 욕구를 해소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한 바람과 욕구해소로만 끝낼 것인가?


이젠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의 대가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안에 있는 우리만의 것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세계 열방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뤄야 한다. 혹자들은 이러 자주성의 모습을 극단적 국가 이기주의라고 말들한다. 하지만 냉엄한 국가간의 현실 속에서 국가적 이기주의가 없다면 현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 국가가 존립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는 국가는 이미 그 주권을 빼앗기고 속국의 치욕을 금할 수 없는 법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호흡하고 살아왔던 정신적, 환경적 체제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품기 위해선 많은 고통과 비판을 껴안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 길이 진정한 생존의 길이라면 끌어안고 발전과 더 큰 자아를 위해 그 고통과 비판을 기꺼워해야 한다.  우선은 우리가 처한 위치가 어디인가를 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모습이 자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성장해 왔던 체제를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건 아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민족주의자가 되자는 말이 아니라 경쟁적인 현대 세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가자는 말이다.
신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타민족의 곁다리로 역할하는 신앙인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누리고 향유할 수 있는 우리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영적인 자주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민족의 영적 우수성을 단순히 쫓아가는 신앙의 엑스트라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선민 의식을 지니며 그 어떤 나라와 민족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동일한 사랑과 섭리로 함께 하시는 우리의 신을 만날 수 있어야겠다.


북방민족을 정복하여 동북아 정세의 주인공이었던 고구려처럼 이젠 영적 자주성을 갖추고 세상을 정복하고 변화시키는 영적 주인공으로 한국이, 한국 교회가 거듭나야할 때가 바로 21세기이며 이러한 자주 의식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이유이며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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