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칼럼] 교회와 지역 공동체 - 교회 공간 개방에 대한 목회신학적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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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지역공동체

임성빈(장신대 교수, 문화선교연구원장)

 

 

21세기 시민사회의 반성과 대안운동

 

최근 몇 년간 '커뮤니티 빌딩‘(community building)이라 불리는 지역공동체 만들기 운동, 이른바 마을 만들기 운동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공동체 복원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건설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 이 커뮤니티 빌딩 운동은, 한 마디로 지역사회의 구성원들 스스로가 주거 복지 문화 교육 등의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관심함으로써 그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산업화 이전에 마을은 가정 다음의 최소화된 사회적 집단으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소통의 단위였다. 이웃끼리 왕래하며 도움을 주고받고, 필요한 물건들을 나누어 쓰며, 서로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 보살피며, 마을의 문제들이 있을 때 함께 논의하는 연대와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이후 전통적인 지역공동체는 붕괴되었다. 도시의 급격한 팽창, 상품의 유통구조의 변화, 매스미디어를 통한 소통방법의 변화는 이제는 더 이상 마을이라는 지역공동체를 통해 이루어졌던 소통과 연대성의 확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역 공동체의 붕괴는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개인주의 팽배, 연대성 상실에 따른 개인 간 이웃 간의 갈등 증대, 이로 인한 불신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들이 지역공동체의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이 공동체의 성격을 지니기보다는 단순 베드타운의 성격을 지니면서 거주자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역 공동체의 부활을 모색하면서 역동성을 회복하고 주체적인 지역 시민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동의 선을 도모하는 것이 지역공동체 만들기 운동의 과제가 되고 있다.



ⓒ 디자인정글

 


공동체와 공간

 

지역공동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공간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공간을 존재론적으로 정의한다면, 그곳은 점유하는 주체들의 관계를 담아내고 만들어내는 창조적 공간이다.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교류와 접촉을 경험하며 사회적 자아를 형성해간다. 공간속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의미들을 생산하고, 공동체적 존재임을 자각하게 한다. 공간은 그런 점에서 사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오늘날 공간마저 하나의 상품화되는 상황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하다. 과거에는 상업화될 수 없다고 여겨지던 결혼식장이나 교육 장소, 심지어 지역 주민의 회의장소 등 무엇을 하든지 금전적인 지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공간이 지닌 공공재적 성격이 위협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한 상황이다.

공간의 공적 성격의 담보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공간을 개방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단체, 단체와 단체가 공간을 함께 사용할 때, 그 공간은 소통의 장()으로서 교육과 나눔, 문화와 휴식 등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줄 뿐 아니라 공동체안의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도심속에 형성된 자연 친화적인 공원을 이용하고, 미술관, 마을 공연장, 소극장 등에서 예술을 통한 심미적 경험을 하거나, 마을 도서관 등에서 인문학 강연 등을 통한 지식의 확장을 경험하고, 무료로 개방되는 회의 공간 등에서 지역의 중요한 이슈들, 정치적 사안들을 나누고 토의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고 커뮤니티는 더욱 결속된다. 공간은 공동체의 심미적인 연결망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을 공유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변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공간들의 확장은 공간의 상업화에 따른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건강한 책임적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내부 구조(infra-structure)를 확보하게 된다.



 

교회 사역의 기반으로서의 지역 공동체

 

이러한 지역 공동체 만들기의 지향점과 교회의 공간개방은 중요한 관점을 제안한다. 그것은 교회의 공간 개방이 단순한 전도나 교회확장의 관점에서 탈피해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중요한 과제의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일차적으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나님의 공동체이다. 교회 공간은 무엇보다 하나님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예배의 공간이요 교육의 공간이다. 아울러 친교, 선교, 봉사와 같은 하나님 나라의 다차원적 목적을 구현하는 곳이기도 한다.

사실, 지금까지 교회 공간은 대개 예배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교회 구성원들만을 위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교회공간이 지니고 있는 공적 성격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왔다. 교회공간이 도시에서 떨어져 산속에 있지 않고 지역사회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것은 교회가 지니고 있는 공적인 성격을 드러내준다. 더 나아가 이것은 교회가 터하고 있는 지역공동체와의 관계를 다시금 재고하게 한다. 교회가 그동안 잊어왔던 것 중의 하나는 그 교회가 터하고 있는 지역사회와의 연관성이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지역사회라는 배경위에 기반하고 있고, 지역공동체는 교회공동체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사회와 교회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교회의 문화화 그리고 하나님 나라

 

주지하다시피 한국 교회 상황은 위기이다. 이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교회의 게토화이며, 신앙공동체의 공공성 결핍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것을 지역사회와 교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역사회가 하나의 생활공동체로 기능과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교회가 지역사회의 일부가 아닌 이질적인 종교집단공간으로 간주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교회는 지역 사회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하나의 생활공동체의 현장으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교회의 정체성에 목회자의 신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볼프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결코 그들에게만 있는 고유하고 배타적인 문화적 영토를 가져본 적도 없고 가질 수도 없다고 말한다. 물론 교회는 그 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교회 공동체의 경계란 뚫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성벽과 같아서는 안되고 투과성이 있는 소통을 위해 열려있는 곳이어야 한다.[각주:1]

교회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과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문화화(inculturation)라는 결과를 양산한다. 이것은 교회가 그 지역 사회 속에 들어가고 그 속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문화라는 틀을 통한 기독교 신앙의 표현을 성취하는 것이다.[각주:2]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서 교회가 기반한 지역사회를 문화화하지 않고서는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요원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화화는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구성원의 삶을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시설들을 제공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역 시민들의 자유로운 교류이 있는 곳, 문화와, 예술의 유통공간이 되고 지역사회의 현안들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광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플렛폼으로 거듭나게 될 때, 교회는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의 이익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이러한 교회의 공간 개방은 교회 구성원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회의 공간 개방을 통해 교회의 구성원들은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책무를 인식하게 된다. 교회가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교회의 중요한 과제를 실천하는 것이다. 교회의 공간 개방은 교인들을 넘어서 이웃들을 섬기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공동의 시설들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더욱 교회의 개방이 중요하다.

교회의 공간 개방은 하나님의 나라가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에 전개되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의 실천이다. 오늘 교회의 위기를 불러온 신앙의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 등 신앙의 사사화 극복을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교회 공간 개방은 넓고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 영역, 즉 하나님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배우게 한다. 물론 구원은 특별은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고백하는 신앙고백을 하는 우리는 일상의 영역에서 편만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일반 은총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교회 공간 개방은 우리의 신앙을 더욱 통전적으로 구비케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신앙의 기본적인 영역을 교회 중심으로 전개하여 왔다. 또한 일요일을 주일로 강조하며 일요일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하여 왔다. 그러나 성경적 교회론과 신앙관에 따르면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 주권에 대한 신앙과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우주적인 교회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함을 알게 된다.

이제 교회공동체는 교회의 공적역할을 주목해야 한다. 어떻게 교회가 지역사회 속에서 공적 역할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교회의 대사회적 섬김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교회는 지역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지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아울러 교회를 지역공동체 성장을 위한 초석이자 교육 공간, 소통공간으로 확장 발전시킴으로써 교회공동체의 대사회적 섬김을 보다 효과적이고 실천적으로 실현하게 될 것이다.

 



교회의 공공성과 선교의 만남

 

교회의 교회다움은 신앙 공동체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나가되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공동선(common good)에 관심을 갖고, 공공선이라는 사회변혁의 목표에 지역사회와 함께 동참하는 것과 연관된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분리될 수 없듯이 교회의 교회다움과 사회적 역할 역시 분리될 수 없음은 매우 분명하다.

그러므로 교회 공간은 교회의 문화선교적 사역의 영역으로서 교회 내의 성도들의 영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미지 재고를 통한 교회의 지역사회 선교사역에 선용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운동을 통한 사회적 섬김의 측면에서 교회가 처한 지역사회가 보다 건강하고 민주적인 역량을 지닌 성숙한 공동체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공간 및 인적 자원을 제공하고 정보를 유통시키며, 소통의 공간으로 교류를 가능케 하는 지역공간으로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 공간을 이미 지역사회에 전적 혹은 부분적으로 개방해 지역사회의의 소통을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교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경우 교회가 왜 교회 공간을 개방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다 분명한 사회적이고 신학적인 의미가 담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교회 공간을 개방하더라도 교육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거나 개방 및 지역 주민들의 실제적 참여에 따른 비용의 문제, 실질적 노하우의 문제 등도 잘 공유되지 않아 개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공간 개방이 교회의 공공적 차원의 실천이라는 점을 계속 견지하면서 교회가 게토화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교회의 공공성과 교회의 선교적 본분은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 나라를 향한 비전 아래 하나임을 기억하면서 교회와 지역사회의 창조적 관계를 모색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본 칼럼은 목회와신학 2015년 7월호에 실려있습니다.

  1. M. Volf, A Public Faith, 김명윤 옮김, 『광장에 선 기독교』(서울: IVP), 137-41쪽. [본문으로]
  2. 같은 책, 141-42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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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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