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프랜시스 하>: 완전한 내 이름을 갖기까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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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내 이름을 갖기까지의 여정

<프랜시스 하>(노아 바움바흐, 로맨스/멜로, 15, 2012)

 

도시

브룩클린은 뉴욕의 화려함에 비하면 지극히 서민적인 도시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선 변방으로 소개되었다. 다양한 이유로 도시로 진입하지 못한 서민들의 안식처, 그러나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다. 가난과 범죄로 뒤범벅이 된 사람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도시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변방으로 밀려나는 썰물의 힘에 압도되어 도시 밖으로 점점 밀려나가는 현실이다. 화려한 도시는 변방의 사람과 삶을 이류로 만든다. 조용필의 노래 의 현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

프랜시스는 자기 이름 하나 새겨놓을 자리가 없다. 같은 무대에 선다 해도 견습생으로 언제나 무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며, 무대 중앙에 선다 해도 전속 무용수 그늘에 묻힐 뿐이다. 그녀의 지친 몸을 편하게 누일 방도 뉴욕 시의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공유해야한다. 더욱 안타깝게도 더 이상 방세를 낼 수 없어 잠시 비어 있는 집과 친구 집들을 전전할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곳은 오래 전에 졸업한 대학이다. 이곳에서 알바를 하며 학교 기숙사를 서식처로 삼는다.

 

가족

가족을 떠나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일은 고행길이다. 형편과 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자신을 받아주는 가족으로 살고 싶지만, 사소한 오해로 남친과 헤어지고, 쌍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살갑게 지내던 친구는 그토록 함께 다짐했던 말들을 삼켜버리고 이성의 품으로 떠난다.

 

최고의 무용수가 되려고 뉴욕으로 왔지만 견습생 신세를 면치 못한다.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늪인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꿈을 향한 험난한 삶은 기꺼이 참을 수 있어도, 꿈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무용단 사무실 앉아 일하는 삶은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그러나 높은 자존심은 그녀 자신을 꿈꾸는 자의 삶 이전으로 회귀케 할 뿐이다. 꿈꾸는 자로서 도시로 진입할 기회는 점점 요원해진다.

 

친구

떠돌이 생활은 맘 편하게 지낼 친구를 가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안정된 삶을 사는 친구들은 자기를 만날 여유가 없다. 생계를 위해 만나고 형편상 만나는 친구라도 꿈을 위해선 언제라도 각자 떠나야 할 사람들이다. 잠시 동안은 여정의 동반자가 될 수 있어도 목적지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녀가 남친과 헤어지고 돌아온 쌍둥이 같은 친구를 그렇게 오랫동안 쳐다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욕망의 시선이 아니라 단지 친구에 대한 그리움, 안정된 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할 뿐이다.

 

이름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꿈을 버리고 무용단 행정직에서 일하면서, 그녀는 출입문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걸어놓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방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 프랜시스 하는 온전한 이름이 아니다. 비록 더 이상 남의 집을 전전할 이유는 없어졌지만, 아직은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상태임을 암시한다.

 

씁쓸하지만 희망으로 가득한 영화

요즘 같은 시대에 흑백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다. 안정된 자리를 얻은 사람들에게는 추억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여전히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 자체다. 그늘의 인생이며, 주목받지 못한 삶이다. 27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그리고 자신 있게 걸고 살 수 없게 하는 퇴색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발랄한 삶을 포기하지 않는 여주인공의 온전한 이름을 얻기 위한 여정은 희망으로 가득하다.

2012년도 작품이 2014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후 이제야 일반인에게 개봉되었지만, 오늘날 다양한 이름으로 희화화 되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이 얼마나 보편적인 현상임을 가장 잘 표현해준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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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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