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리뷰] 영화 <리멤버> :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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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영화 <리멤버> 리뷰

Die Verlorene Zeit, Remembrance, 2011

영문제목Remembrance
감독안나 저스티스
출연앨리스 드바이어마테츠 다미에키
배급사(주)마운틴픽쳐스
제작국가독일
등급15세 관람가
상영시간105분
장르멜로·로맨스
개봉일2012-12-13

[영화정보 씨네21]



 

<리멤버>는 일종의 홀로코스트 영화다

과거와 달리 최근의 홀로코스트 영화는 

과거 나찌에 의해 자행된 비인간적인 만행만을 다루는 차원에서 벗어나 

그것의 현재적인 결과와 미래적인 의미를 성찰한다

예컨대, 과거에는 <쉰들러 리스트>등과 같이 나찌의 극악무도함을 직접적으로 다루었지만

<피아니스트>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는 한 방법으로서 예술의 의미를 보여주고

<사랑의 열쇠>는 나찌와 동조했던 프랑스 정부의 잘못을 폭로한다

<어둠 속의 빛>은 유대인 학살을 피해 지하 하수도에서 살아야 했던 

비극적인 상황과는 반대로 감동적인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생존 이야기를 전해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멤버>는 한편으로는 나찌의 만행을 폭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과 독일 사이에 끼인 국가로서 

폴란드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숙명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만들어졌다

영화에 영감을 불어넣어준 불가능한 일이란 강제 징용되어 

수용소에서 일하는 폴란드 청년 토마슈와 유대계 독일인 여성 안나 사이에 

일어난 러브스토리다.



이런 부조리하고 질식할 것 같은 긴장된 상황에서도 

남녀의 사랑이 싹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수용소 탈출을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용기를 내어 탈출을 감행하는 숨 막히는 장면들은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여준 요소였다.



영화는 주인공 안나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가족 안에서 전개되는 

번민과 갈등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를 단지 시간적으로 연결시키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다시 이을 수 있도록 연출했는데

그녀의 기억이 뜨거워질수록 현재의 삶은 더욱 긴장되고 

또 갈등의 국면으로 치닫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지만, 30년이란 세월은 

아무리 뜨거운 사랑이라도 차가워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새로운 인생을 30년 동안 살았는데

갑자기 그동안의 삶이 무의미해지고, 그 이전의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일어날 수 있을까

첫 사랑, 게다가 남성들보다 더욱 현실적이라고 알려진 여성에게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그토록 강렬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생명을 담보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단지 첫 사랑의 열정에만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잃어버린 시간’, 

곧 역사의 비극에 휘말려 강제적으로 잊고 살아야만 했던 시간을 더욱 강조한다

영화 이해의 관건은 그 잃어버린 시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안나와 토마슈는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였지만

반유대주의적인 분위기 때문에 탈출 후 그들의 신변은 물론이고 사랑마저도 위협받는다.

결국 토마슈 모친은 가족의 불행을 염려해 

유대계 독일인이었던 안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토마슈의 모친은 죽은 것으로 알았던 아들이 돌아왔을 때

안나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아들이 안나 찾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에 비해 토마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안나는 

토마슈의 생사를 확인하며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결혼하여 미국에서 안정된 삶을 사는 중에도 계속 되었다.



어느 날 자신과 토마슈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과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를

텔레비전을 통해 본 안나는 토마슈를 떠올리게 되는데

기억이 강해지고 또 토마슈의 생존을 확신하면 할수록 

그녀가 현실에서 겪는 번민과 갈등은 더욱 커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기억은 토마슈를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자책감과 함께 어우러져 

도무지 행복한 가족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했다.

감독은 토마슈를 재회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데

과연 재회 후 두 사람의 미래와 현실의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리멤버>는 헤어진 이후 두 사람의 인생을 두고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뜨거운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려는 시도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현실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그녀가 토마슈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태도일 것인데

안나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서 그것은 충분히 표현되었다.



안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의 삶에 매여 마땅히 살아야 하는 삶을 놓친 것에 대한 후회였다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만 하는 현실의 굴레에 매여 

마땅히 살아야만 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의 30년은 잃어버린 시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말하는 잃어버린 시간은 현재의 삶의 현실에 매여 

마땅히 살아야만 하는 삶을 살지 못한 삶을 일컫는다.



이런 의미에서 잃어버린 시간은 우리의 인생에서 언제라도 고개를 들 수 있다

만일 기독교 신앙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말할 수 있다면

믿음 이후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지 못하는 시간일 것이다.

믿음의 순간에 가졌던 첫 사랑을 회복하고 또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는 

처음 주님을 만났던 일에 대한 뜨거운 기억을 갖는 것이리라

그리고 하루 속히 주님께로 돌아가는 일일 것이다.



[ 최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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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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