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월호 참사·문창극 낙마 논란 한국교회의 과제는(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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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문창극 낙마 논란 한국교회의 과제는-목회자 좌담

“한국교회, 말의 종교에서 행동하는 몸의 기독교로 나가야”

정리=백상현 기자  (국민일보)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임성빈 장신대 신대원장, 이상화 한목협 사무총장(오른쪽부터)이

지난 7일 서울 여의공원로 국민일보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사진 국민일보]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총리 후보자 관련 논란은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뜻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잇따른 참사와 대형 사건·사고 앞에 한국교회는 기독교적 답변을 내놔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 본보는 좌담을 갖고 두 사태가 지닌 종교·정치·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 한국교회의 과제를 살펴봤다. 

<참석자>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
◇임성빈 교수 (장신대 신대원장·기독교윤리학 전공)
◇이상화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세월호 참사가 갖는 사회·정치적 의미는. 

△이상화 사무총장=

꽃다운 청소년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국가 능력에 대해 근본적 회의감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임성빈 교수=

한국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나서도 되지 않는다. 무력감이 느껴진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었어도 똑같이 한 사람도 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사회적으로 권위에 대한 불신, 리더십 상실 등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도, 어떤 집단도 권위를 가질 수 없는 리더십의 위기 시대다. 

△지형은 목사=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인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민낯이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시대적 쇼크,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평형수를 빼서라도 이윤 추구를 극대화한 데서 볼 수 있듯 신자유주의적 사고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구사회는 아우슈비츠 대학살을 겪은 뒤 세계관이 확연히 달라졌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그 정도의 충격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교회에 던진 메시지는. 


△지 목사=

구원파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훨씬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지닌 우리는 한국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가. 반성이 필요하다. 이제 충격에서 벗어나 문제를 객관화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때 민족사적·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임 교수=

기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바라본 세상은 뭐냐’ ‘이런 문화가 신앙적 가치에서 맞는 것이냐’는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신앙도 물신숭배문화 속에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구별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잊자’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두 흐름이 있다. 당파적 해석에 휘둘리지 말고 신앙적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이 사무총장=

참사 이후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진행된 것을 보면 통절하지도 않았고, 근본적 접근 방법도 아닌 대증요법에 머물렀다. 지도자들이 좀더 냉철하게 자기인식을 하고 반성해야 한다. 






-문 후보 사건을 이야기해보자.

△임 교수=

참사 이후 한국교회의 과제는 애통의 공감대, 에너지를 사회 변혁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 후보 사건으로 그만 정치적·당파적 이분법의 틀에 걸려들었다. 신앙은 역사적 차원, 실존적 차원, 고백적 차원을 거친다. 그 다음 그것을 이론화해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적 차원이 있다. 역사적으로 조선이 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존적 해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비신자들과 대화할 때 그걸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 대화가 더 이상 되지 않는다. 대화가 가능하려면 진리의 문제 외에는 아디아포라(가치 중도적 문제)의 자리에 놓고 말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많은 목회자들이 실존적 차원의 이야기를 하나님의 차원이라고 너무 쉽게 등치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 목사=

한국교회 특성이 그렇다. 근본주의적 신앙을 갖고 있다 보니 금방 정죄, 단죄하는 경향이 있다. 문 후보 사건은 한국교회가 가진 일반적인 신앙적 틀, 역사 해석의 관점을 보여줬다. 역사의 실존이나 신학적 문제에 대한 대화가 성숙하지 못했다. 특히 기독교의 언어가 소통이 안 될 정도로 게토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복음 전파는 기독교에 대한 변호, 변증이지 게토화를 뜻하는 게 아니다. 

△이 사무총장=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젊은 세대들이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나’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학자,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우리에게 설명해줄 것이라고 봤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꾸준히 준비하고 대화해야 한다.





-문 후보 관련 논쟁은 기독교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문제 아니었나. 

△임 교수=

문 후보의 발언에 반감이 일었던 것은 518년 조선 역사를 폄하했기 때문이다. 최근 초·중기 조선왕조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다. 역사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태에서 하나님의 뜻을 들이대면 하나님의 귀한 은혜가 값싸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프레임, 편향성 속에 끌려가 오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 목사=

문 후보 관련 사건은 철저하게 사회·정치화된 문제였다. 한국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기독교적 주제는 부차적이었다. 갈등 자체가 사회·정치적인 것이었다. 문 후보가 불교나 가톨릭 등 타 종교인이었더라도 양상은 같았을 것이다. 핵심은 대통령이 우편향적 인물을 기용하려 한 것이다. 기독교가 아닌 정치 프레임의 문제였다. 문 후보의 강연은 기독교 세계관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를 두고 기독교의 정체성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대신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데 기독교 신앙이 어떤 답을 해줘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문제 앞에서 교회 지도자들의 자세는. 

△지 목사=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싸우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목회자 입장에서 교회 성도가 관련됐다 하더라도 순진하게 찬성, 반대의 자리에 서면 안 된다. 

△임 교수=

하나님의 정치는 정의를 추구한다. 목회자가 신앙인을 위로하고 지원하기 위해선 분별력이 필요하다. 





-자비로운 하나님과 악의 공존을 신학적으로 설명하는 신정론(神正論) 이야기를 해보자. 


△임 교수=

신정론을 이야기할 때 하나님과 인간, 자연, 사탄을 말한다. 인간과 자연, 사탄은 하나님의 피조물로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자연에는 질서가 있다. 하나님은 피조세계에 나름대로 자유의지를 허락하셨는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았을 때 비극이 일어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하나님께 원인을 돌리기보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했는지 먼저 살피는 게 바른 자세다. 

△이 사무총장=

인간이 자유의지를 오남용해 놓고 선하신 하나님께 결과를 돌리는 태도는 잘못이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자유의지를 악용했는지 볼 수 있다. 맘몬주의, 사욕에 빠졌던 것을 통렬히 회개해야 한다. 타락한 자유의지가 결국 문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존재로 거듭난 자유의지를 행사해야 한다. 

△지 목사=

하나님의 뜻은 크게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로 나뉜다. 특별계시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이며, 일반계시는 인륜도덕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일반적 인륜, 도덕을 짓밟는 분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볼 수 있듯 물질을 사람보다 위에 세운 것은 큰 잘못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남용했다. 유일한 창조주 하나님은 악이나 사탄을 조장하는 원인자가 절대 아니다.





-두 사건 이후 한국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이 사무총장=

‘말의 종교’에서 삶으로 움직이는 ‘몸의 기독교’로 가야 한다. 기독교 가치는 결국 십자가다.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상징이 되어야 한다. 가족 중 한사람이 아플 땐 그 사람이 나아야 온 가족이 행복해진다.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한다.

△임 교수=

참 신앙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코람데오의 삶을 사는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이웃을 사랑하게 돼 있다. 한국교회는 수직적 영성과 수평적 영성이 함께 가야 한다.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신앙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복음적 가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담보한다. 하나님 나라에 그런 뜻이 있다. 기독교는 소수 종교가 아니다. 사회는 기독교가 인적·물적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미워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런다. 

△지 목사=

수평적·수직적 차원의 신앙 통합,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신앙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진지한 자기성찰과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 본 기사는 2014년 7월 10일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29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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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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