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하나님 나라





영화와 하나님 나라

 

임성빈 (문화선교연구원장, 장신대 교수)

 

 

현대교회의 위기와 영화

 

로버트 존스톤(Robert Johnston)의 관찰에 따르면 현대교회의 위기는 현실 외면의 위험자기만족의 위험으로 대변된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동 떨어진 곳이 되어 사회와의 일반적인 소통(communication)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른바 게토(ghetto)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은 교회가 이러한 위험들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교회가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하여서는 사회와의 소통을 회복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이루기 위하여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중 하나가 영화이다.

 

그것은 영화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문화적 양식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가지는 많은 매력이 있지만 우리가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사람들의 숨겨지고 억압된 욕망과 그것으로 인하여 파생하는 개인적, 사회적 갈등들로 구성되는 사회문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영화를 통하여 우리는 그 시대의 문화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21세기의 특징 중 하나는 영상시대가 더욱 본격화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문자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문자는 우리들의 의사소통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영상시대의 도래를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문자시대와는 다른 차원의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나름대로 문자시대에 적응하여 살기 위하여 수많은 준비를 하여 왔다. 의식이 발달함과 거의 동시에 우리는 부모님의 이야기와 책읽어주기를 통하여 문자해독 능력을 길러 왔다. 또한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책을 읽었고, 학교에 가서는 국어 교육을 받았다. 그 모든 노력을 통하여 우리는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배양하여 왔다. 덕분에 우리는 문자문화에 그런대로 적응하여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문자의 해석은 문장 안에서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온전히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문장이 위치하고 있는 전체적 주변 맥락(context)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더욱 온전한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자시대에도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이제 영상 시대가 본격화되는 21세기 초반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우선적 과제중 하나는 영상을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에 문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였듯이 이제는 문자이해의 노력과 함께 영상이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 때로 우리들은 오늘날의 영화가 주로 의존하고 있는 폭력과 성의 노골적 이미지와 표현에 당혹스러움을 느낄 적도 많다. 특별히 이러한 영상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들이 우리와 청소년들에게 미칠 교육적,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대하여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당혹감과 우려는 영상읽기를 통한 바른 이해를 거쳐서 더욱 적극적인 대안, 즉 기독교 문화적 대안으로 열매 맺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열심히 책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하듯이 영상 메시지도 읽을 줄 아는 우리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문자시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시대에도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선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교회의 관계

 

그러나 영화와 교회의 관계는 그렇게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영화가 등장한 초기에는 교회가 매우 적극적으로 그것을 활용하려 하였다. 이 시기에는 복음 전파의 새로운 수단으로서의 영화라는 새로운 문화적 도구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예컨대 오버아머가우(Overammergau)의 그리스도 수난극(1898)과 성 안토니의 유혹(1898) 등이 이때 제작되었다.

그러나 급속한 영화산업의 성장은 교회의 영화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부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게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1913-16년 사이 21,000개의 극장이 문을 열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추세는 결국 교회가 영화를 경쟁자로서 경계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것은 교회와 영화는 가치와 의미와 삶의 비전에 관심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또한 극장과 교회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점차로 그 관심을 교회로부터 영화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는 이른바 영화발명의 시대로 불리는 시대로서 스타 시스템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 무렵에는 직장인들의 80% 이상이 특정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비판적으로 본다면 점차로 영화는 현실 도피의 장이 되어 갔다. 또한 대형 스튜디오와 극장 체인이 영화산업의 기반을 다져감으로써 점차로 영화산업의 예술성이 위협을 받게 되었고, 교회와의 관계도 상당한 긴장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유흥이라는 요소의 유용성을 발견한 영화계는 영화의 힘을 깨달은 교회, 특별히 로마 가톨릭과의 사이에 심각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결국 1927년에 이르러서는 종교계의 영향력과 정부의 검열위협에 직면한 영화계 스스로 MPPDA(Motion Picture Producers and Distributors of America)를 조직하고, 자체 검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불경스런 말, 성직자에 대한 조소, 반 애국주의 등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대공항의 시작으로 상황이 급변하였다. 영화의 생존을 위하여 영화계는 감각주의, 즉 섹스와 폭력에 눈을 돌리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자 영화계와 교회의 관계는 더욱 갈등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예컨대 가돌릭은 품위단(Legion of Decency)을 조직하였다. 이 모임의 성격은 다음의 견해들에 잘 나타나 있다. 1933년 미국의 바티칸 사도직 대리자는 가톨릭 신자들은 도덕에 치명적 위협이 되어 버린 영화를 정화하는 켐페인에 하나되어 활발히 참여하라는 소명을 하나님과 교황과 주교와 사제들로부터 받았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1934년 필라델피아의 더거티 추기경은 모든 영화를 멀리하라... 이것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죄로 인해 고통당하는 모든 양심에게 주는 단호한 명령이다”. 이러한 부정적 반대운동의 결과 필라델피아 주에서는 영화관객이 40%나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50년대에 이르러 검열제도는 확연히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점차로 수용 가능한 것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바뀌어 가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등급체계가 등장하였으며, 영화의 내용도 매우 다양하여져서 심지어 악행과 죄를 호의적으로 묘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포스트 모던적 문화가 부상하여 득세하는 21세기를 맞이하여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과 함께 일반적으로 교회는 영화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영화는 이전만큼 교회를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지 않아도 될 만큼 자체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교회는 영상시대를 맞이하여 영화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가 되었다.

 



하나님 나라와 영화

 

일반적으로 영화를 비롯한 대중예술은 우리에게 삶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보여주는 것은 실체 자체가 아니라 예술적으로 묘사된 경험(Imaginative ordering of experience)임을 알아야 한다. 즉 영화는 문화적 텍스트일 뿐 아니라 예술적 구성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삶의 다양한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주고,삶의 복잡성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여 줌으로써 "삶을 구비케 함"의 역할을 한다. 또한 영화를 비롯한 대중예술은 문화적 개념과 가치의 전달, 즉 문화소통[cultural communication]의 주요한 수단, 사회 문화적 비평의 도구 (social and cultural criticism), "특정한 집단에 의하여 선택되고 형성된 과거의 모음"으로서 집단적 기억(collective memory)의 도구로서, 또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의 감각을 통하여 경험하는 실체와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영화의 기능은 우리들에게 그것이 우리로 이 세상과의 대화와 이해에 매우 중요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한 영화는 한 개인의 한정된 시각을 넘어서 존재하는 다른 세계에 대한 소개를 통하여 우리의 감각적인 경험을 넘어서는 세계에 대한 탐색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영화가 기독교문화의 형성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시사하여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사회를 제대로 보지 못함도 의미한다. 물론 영화가 보여 주는 사회적 현실이 실제의 현실 자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사회에 그러한 시각으로 현실을 이해하는 이들이 존재함을 우리는 영화를 통하여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우리는 영화를 통하여 이 세상을 더욱 온전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제대로 보기위해서 신앙인들은 영화를 취사선택하는 것과 식견 있는 영화 관객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위해서 신앙인들은 예수님이 우리 삶의 빛이시라는 것을 보여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의 여정에 빛이 되고 길잡이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예컨대 일상의 고통이나 부정의, 용서나 구원, 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른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던 기독교문화적 영화는 노골적으로 종교적 주제를 다루거나, 혹은 가족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욱 넓은 관점에서, 즉 하나님의 일반 계시의 차원에서도 하나님의 나라와의 관계성을 다양하게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화라는 독특한 문화적 양식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더욱 넓혀 나갈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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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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