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백광훈] 성탄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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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훈|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우생불의 시간? 
요즘 세간의 유행어 중에 ‘우생불’이란 단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불황’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제목을 패러디해 만든 표현이라지만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수만도 없는 것은 사실 우리가 이 불황의 그늘을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불황속에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보내고 있다. 이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거라는 우울한 예측 속에서 우리는 차분하다 못해 침체된 연말 성탄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이렇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덩달아 인심도 각박해지는 것 같아 더욱더 우울한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소식들이 있어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져 온다. 다름 아니라 이 불황의 시절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손길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다소 의외의 반가운 소식이다. 이른바 기업으로 대표되는 ‘큰손’ 후원은 줄었지만, 일반 시민이 주축이 된 개인 소액 후원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사람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꽁꽁 닫은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의 지갑을 약자들을 위해 열고 있다니 참 세상은 신비하고 묘한 데가 있다. 모 언론보도를 보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아대책, 세이브 더 칠드런, 굿네이버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등에 접수되는 기업의 ‘큰 손’ 기부액은 동결되거나 혹은 줄었지만 소액 기부는 예년에 비해 20-30%가량이 늘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대해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는 “경기가 어려운데도 이런 소액 후원자들의 증가가 지속된다는 게 놀랍다”고 말하였다. 경기가 그래도 좀 나았다는 시절에도 들을 수 없었던 일들이 이런 불경기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손길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의 어려운 이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국제 어린이보호단체로 아프리카 말리의 저체온증 신생아를 돕기 위해 세이브 더 칠드런이 벌이고 있는 ‘아기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의 경우, 모자뜨기 세트(하나에 1만 원)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도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 뿐 아니라 환율 상승으로 인해 후원해야 할 원화 금액이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후원자들 중에서 작년과 별반차이 없이 후원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니, 모처럼 반갑고 훈훈한 이야기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점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제 기부라고 하는 것이 어떤 특별한 소수의 부유층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기부문화의 확산이야말로 사회가 성숙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이 나눔과 기부의 확산 현상 속에서 우리가 더욱 더 주목해 볼 점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의 소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소외계층들이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제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래도 그동안 이 세계화시스템 속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어려움을 그럭저럭 피해나간다고 하지만 그런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들은 오늘날과 같은 경제위기속에서 더욱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차원에서는 서민과 빈곤층을 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써야 하겠지만, 더불어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동체의 연대적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요근래 우리사회가 보여주는 소액 기부와 나눔의 확산 현상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사회의 희망이다. 

공동체 정신의 책임적 주체로서의 그리스도인 
이점에서 우리는 우리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이 공동체정신의 확산에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할 책임적 주체들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의무를 지님과 동시에 또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해야 할 책임을 지닌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늘 나눔과 연대의 실천을 통해 증명되어왔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긍휼과 구제를 통해 저들이 참된 그리스도인이었음을 증명했듯이, 우리 또한 나눔과 연대를 통해 우리가 터한 공동체의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처한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늘 낮은 곳에 귀기울이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기독교 문화가 아니겠는가.

성탄의 정신을 다시 되새겨볼 때 
성탄의 정신이야말로 바로 이런 낮은 곳에 임하는 놀라운 사랑을 보여준다. 높고높은 하늘보좌를 떠나 고통당하고 있는 인간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하나님의 모습 속에서 그의 자녀된 우리들이 마땅히 본받아야 할 자기비허와 긍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가 가난해졌다고, 힘들어졌다고, 덩달아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면 이 시기를 그렇게 우울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런 상황 속에서 도리어 공동체의 돌봄의 정신이 이 사회 속에 살아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고 공동체의 건강함을 다시금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마땅히 그리스도인들이 책임적 주체로 그 역할을 감당한다면 바로 여기에 우리는 한국공동체와 교회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낮고 낮은 이 땅에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성탄의 정신을 우리가 다시 깊게 되새겨봐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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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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