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추억



유권자의 추억

<MB의 추억><김재환, 코미디, 15세, 2012)


최 성 수

2007년 12월 19일 몇 명의 대통령 후보자를 놓고 유권자들은 투표를 했다. 63% 정도의 저조한 투표율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한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어릴 때부터 노동자와 환경미화원으로 그리고 시장 바닥에서 잔뼈가 굳어진 것은 물론 현대건설 평사원에서부터 회장, 국회의원, 서울특별시 시장의 이력을 들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데에 성공했다. <MB의 추억>은 대선 과정에서 후보자의 공약과 확신 그리고 각종 호소 등을 영상으로 담았고, 5년 후의 시장 경제 사정과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대비시켜놓았다. 유권자들을 겨냥해서 던졌던 많은 말들이 많은 부분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행위에 어긋나는 말들도 당시 유권자들은 분별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감독은 747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코믹하게 보여주면서, 두 번이나 연거푸 속는 바보 같은 유권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물론 MB를 추억하며 여전히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 특히 고향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다양하게 추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대체로 공약 이행을 추적하는 관점에서 조명한 것이지만 어디 MB뿐이겠는가. 공약 이행을 말한다면 역대 대통령들이나 국회의원들 역시 떳떳하지 못하다. 그러니 영화는 다분히 특권 정당을 비판적으로 겨냥한 내용으로 읽혀진다. 영화라는 것이 감독 예술이고 감독의 개인 생각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이라 그다지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공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마땅한 영화가 지나치게 한 쪽만을 겨냥해 제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공약 이행의 정도에 있어서 다른 정치인들이나 역대 대통령들도 함께 다뤘다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촉구하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비단 대선 공약만을 부각시키고 있지는 않다. 당시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집권 후에 그에 상응하는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도 함께 보여주었다. 그리고 괴벨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결국 MB의 선택에서 온 결과들은 유권자의 책임이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편,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당시 대선이 치러지기 얼마 전 교계 지도자로 꼽히는 목사님들이 모이는 자리에 동석한 때를 추억하게 되었다. 그 때 들은 충격적인 대화 내용은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능보다는 오히려 부패가 낫다”는 말이었다. 공법을 어긴 누적된 전과범이었고 BBK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때에 교계 지도자급 목사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 말은 분명 당시 노무현 정권 말기의 현상으로 지적된 “무능”과 대선후보로 나온 MB의 “부패”를 겨냥한 말이었다. 그리고 MB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무능보다는 부패가 더 낫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필자는 좌불안하여 더 이상 동석할 수 없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비난이나 선호 때문이 아니었다. 목사의 신분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무능에는 하나님이 일하실 기회가 있고 하나님의 복을 받은 기독교인들이 바로 그 부분을 감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패는 하나님의 공의에 반하는 것이고 심판을 피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기독교인은 이 일에 반대하며 저항해야 옳은 일이 아닐까. 이런 말을 하면서 공의를 외쳤던 아모스 선지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전체 분위기에 비해 너무나 작은 목소리라 한 마디로 압도당했다. 당시 정권을 공산주의 추종자, 반 기독교 세력 운운하며 비난할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집으로 오면서 필자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염려했다. 그 후 5년의 재임기간 중에 각종 대형교회 스캔들이 여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교회 설교나 광고 혹은 각종 모임에서 노골적으로 MB를 지지했던 교회들이었다.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가 불교 이하로 떨어진 통계를 보았다. 우연한 일일까?

그들의 일부는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교계에서 굵직굵직한 일들을 하고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해서는 안 되는 장소에서, 곧 설교와 각종 교회 모임에서 한 표를 호소했던 목회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지금 MB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감독은 MB를 추억하며 대선과정의 편린들을 모아 영화로 만들었지만, 내 가슴에는 교계 지도자와 그들의 말을 따른 순진한 성도들의 코믹하면서도 가슴 저리는 추억으로 가득하다.

하나님은 초월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으로서 역사를 통해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또 우리를 다스리신다. 세상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되 특히 믿는 자들을 통해서 하시길 원하신다. 만일 먼저 믿음을 가진 자로서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공의를 저버리고 부패를 택한다면, 하나님은 누구를 통해서 당신의 일을 이루시겠는가. 누구를 통해 당신이 참 하나님이심을 나타내시겠는가. 지금 독서계와 각종 힐링을 겨냥한 모임에서는 가톨릭과 불교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나가수’ 출연 가수나 싸이와 같은 대중가요 가수들 그리고 각종 연예인들의 활약은 복음보다 더 강한 호소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개신교는 사회봉사와 관련해서 실제로 가장 많은 일을 하면서도 대외이미지는 가장 좋지 못한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진정 세상이 타락한 결과인 것일까? 아니면 교회의 개혁을 위한 사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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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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