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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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를 물을 때....

<멜랑콜리아>(라스 폰 트리에, 미스터리, 판타지, 15세, 2011)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는 유럽영화상에서 유러피언작품상을 수상하고, 칸 영화제에서는 커스트 던스틴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대단히 무겁다. 나치 발언으로 칸 영화제에서 추방된 감독 자신은 물론이고 내용에 있어서 많은 화제를 낳은 작품이라 호기심으로 가득했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비극적인 정서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두통을 앓아야만 했을 정도다. 그만큼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를 잘 표현해냈다고 보면 되겠다. 영화매니아가 아니라면 감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나, 그럼에도 대중적인 글쓰기가 요구되는 이곳에 소개하는 이유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니 오늘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대사회의 우울한 정서와 종말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전제하지만 지구 종말을 다룬 여느 영화보다 더욱 실감나게 연출되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종말의 리얼한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영화는 총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저스틴(커스트 던스틴 분)”이며, 2부는 그녀의 언니인 “클레어(샬롯 갱스부르 분)”이다.

저스틴은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다. 성과를 중시하는 직종으로 정상에 올랐다가도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는 일이 다반사인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며 인정받았던 그녀가 일을 포기할 결심으로 결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은 가장 즐거워할 결혼식에서 보이는 그녀의 이상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데, 가족 모두가 짐작하고 있을 정도로 그녀는 이미 오랜 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듯이 보인다. 이것이 과잉성과를 요구하는 직업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엄마에게서 느껴볼 수 있는 가족력에서 비롯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선택이 우울증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녀의 우울한 정서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대로 표출되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결국 하객은 물론이고 신랑과 그의 가족 모두가 떠날 정도가 된다. 그 후에 그녀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고, 언니의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살게 된다.

대부호의 남편을 둔 클레어는 저스틴을 돌보는 책임감 있는 생활에서도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낸다. 충돌로부터 오는 비극을 맞이하기 전에 자살할 수 있도록 약을 준비해놓을 정도다. 남편의 위로로 어느 정도는 안심을 하지만, 불안과 공포의 정서는 숨길 수가 없다. 놀라운 일은 이런 정황에서도 저스틴이 보이는 평정한 상태다. 우울증 환자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평정한 태도를 취한다고 하는데, 저스틴이 그랬다. 클레어의 불안해하는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스틴은 평온하다. 오히려 멜랑콜리아 행성이 지구 가까이에서 밝게 떠오른 밤에 숲속의 냇가로 가서 나신의 상태로 스스로를 노출시킬 정도로 의연함을 보인다. 장면은 비록 에로틱하지만, 의미적으로는 다가올 모든 운명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과학자들의 예측은 빗나가고 지구가 행성 멜랑콜리아와 충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종말에 임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미국식의 재앙영화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 지구 종말에 임할 때 소요가 없진 않겠지만, 그래서 할리우드식 표현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되나, 개인이 겪는 불안과 공포의 정서와 관련해서는 <멜랑콜리아>가 압도적이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일 것 같다. 하나는 우울함이다. 감독 스스로가 앓았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울한 정서가 지구멸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어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종말상황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과 공포로서 종말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이다. 종말 이후의 세계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다면, 클레어 남편의 경우와 같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선택이나 클레어가 보여주었던 불안과 공포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경제와 정치가 우울한 정서로 가득하고 또 지구 종말론이 만연한 현실에 직면해서 기독교인이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세상은 지금 희망의 이유를 묻고 또 찾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성경적인 종말론에 근거해서 희망의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과잉경쟁에서 도태될 염려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약속을 소망하는 가운데 세상을 신뢰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또한 종말적으로 보이는 상황에 직면해서 절망하는 인간을 돌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마저 과잉경쟁에 빠지고 또 세상의 요동에 동요한다면, 사람들은 도대체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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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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