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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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와 같은 가족?

<디센던트>(알렉산더 페인, 코미디, 15세, 2012)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후손이다. 비록 뼈대는 없을 수 있어도 조상 없는 사람은 없다. 조상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 현재는 적어도 성공한 과거이다. 입신양명의 과거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있도록 한 과거를 말한다. 그래서 현재는 여전히 과거와 긴장관계를 갖는다. 아니, 긴장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방향이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제대로 된 현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가 흔들리면 미래 역시 사라진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예컨대, 현재에 밀려 과거와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매 한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우리들의 삶은 과거와의 긴장상태를 잘 유지해야 하며, 미래에 대한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미래를 소망하며 오늘 살면서도 굳이 조상을 기억하는 까닭이다.

<디센던트>는 ‘후손’이라는 뜻이다. 제목 자체만을 볼 때는 ‘영웅적인 조상’이나 ‘영웅적인 자손’을 떠올리지만, 사실 영화의 방점은 오늘의 삶에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가족을 새롭게 발견해가면서 과거와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민족과 나라 그리고 종교를 초월하는 현대인을 기의한다. 영화는 현대인의 삶, 특히 현대인의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무엇이 과거와의 긴장상태를 깨뜨리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지를 조심스럽게 터치한다. 그리고 가족 관계의 경우를 들면서 그 이유를 성찰한다. 현대인의 가정을 파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어떤 인생, 어떤 짐, 또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가?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진지하고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스케치했다는 사실이다.

맷 킹(조지 클루니)은 하와이에서 조상의 덕을 톡톡히 누리며 사는 사람이다. 많은 유산의 상속자이고 또 변호사로서 두 딸을 가진 가장이다. 부유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늘 바쁘고 또 빠듯하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돈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바쁘게 일상의 궤적을 좇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맷과 그의 가정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삶의 단면을 본다. 현대인의 가족은 서로를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각자 바쁜 삶을 살아가고 또 그에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이런 삶으로 일상을 엮어가는 맷은 두 딸에 대한 관심은 물론 대화도 없고 아내와도 소원한 관계다. 이런 상태를 두고 맷 스스로는 가족을 마치 여기저기 흩어져 결코 서로 만나지 않는 ‘군도(群島)’에 비유한다. 그렇다. 만일 가족이 서로에 대해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가족 모두가 오직 자신의 관심만을 좇아 살아간다면, 서로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없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형식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군도와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한다. 한국영화 <바람난 가족>(임상수, 2003)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디센던트>는 문제만을 제기하진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해 여기에다 조금 다른 질문 하나를 첨가한다. 즉, 도대체 가족이 이토록 독립해서 살아가게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 만일 가족이 군도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맷의 두 딸은 그야말로 천방지축이다. 제멋대로 컸다는 말을 실감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서 흔히 기대할 만한 규율도 없고 어른들에 대한 공손함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관계도 정상적이지 못하고, 큰 딸의 남친을 보니 사리분별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아내는 바람났고 곧 이혼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다 결국 사고를 당한 빠진 것이다. 가족의 이런 상황은 맷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맷이 이런 위기 상황을 그동안 전혀 모르고 지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그리고 분주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맷의 군도와 같은 가족의 모습이고 또 가장 중심적인 이유로 제시된다.

영화는 이것을 폭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족의 회복을 향한 걸음을 인도한다. 아내가 사고로 뇌사상태가 되자, 비로소 맷은 가족의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동안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가족들의 모습들을 하나씩 발견해가면서 놀라게 된다. 학생으로서 자녀로서 가야할 궤도에서는 한 참 벗어난 두 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이고, 엄마의 외도 현장을 목격했던 딸의 이야기를 통해서 맷은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현실을 접하면서, 맷은 어떻게 가족을 회복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감독은 모두가 짐을 하나씩 지고 살아가긴 하지만, 그 짐을 더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님을 역설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관용과 용서, 그리고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가족의 일상을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단히 인상 깊고 또 한국적인 정서와 맞닿아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두 딸과 나란히 소파에 앉은 맷이 한 담요를 덮고 간식을 즐기며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통해, 감독은 가족이 결코 군도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서로 한 이불을 덮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가 누군가의 후손으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어야 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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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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