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한국 교회와 평화 이루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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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와 평화

평화이루기(peacemaking)를 위한 교회의 과제 -


임 성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 장신대 기독교와문화 교수)

 

[1부 왜 평화인가? / 갈등사회, 반평화적 상황의 원인 읽기] (현재글)

[2부 평화 만들기를 향한 교회의 우선적 과제]

[3부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교회됨의 전제]


. 왜 평화인가?

오늘날 한국의 사회 갈등은 심각하다.[각주:1] 예전에는 좌우의 이념적 갈등과 계층 간 갈등, 지역 갈등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는 세계관 갈등과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갈등의 심화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속화되는 세계화로 인해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사회는 저성장체제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사회적 역동성이 저하됨에 따라 계층이나 신분상승도 어려워졌고, ‘헬조선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마저 등장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한국은 여전히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원인이며, 또한 우리 사회의 갈등 극복, 평화 이루기(peace-making)가 국내적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과제임을 인식하게 해 준다.

성경이 증거하는 평화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 형성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표식이 바로 평화다. 평화는 하나님의 주권을 전제로 한다. 갈등과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하나님, 인류, 만물과의 모든 관계가 올바르게 설정되는 행복하고 조화로운 상태를 뜻한다. 또한 평화는 아버지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간구하는 것, 즉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갈망과 잇대어 있다.[각주:2] 그리스도인이 평화 이루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단지 그것이 시대적인 요구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평화 이루기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각주:3]

그러나 오늘 신앙인 된 우리의 삶과 평화는 거리가 멀다. 교회와 평화가 동의어적 관계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본 글의 기본적 관심은 신앙과 평화의 당위적 상관성에도 불구하고 반평화적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교회의 현실에 대한 원인분석과 그 대안 모색에 있다. 나아가 한국 교회가 위치한 한국 사회의 갈등 상황, 즉 반평화적 현실에 대한 사회문화적 관점과 분단 상황과 세대갈등이라는 관점에서의 심층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우리 사회 갈등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경제적/지역적/세대적 성격과 그에 대한 분석은 우리에게 사회문화적 요소를 넘어서 평화를 향한 사회적 소통과 합의를 가능케 하는 초월적 근원과 토대에 대한 모색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글의 한계는 평화 이루기가 국내를 넘어선 세계적 과제라는 현실인식과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의 책무를 직접적으로 연계함의 어려움에 있다. 그러나 평화 이루기는 신앙인과 교회의 기본적 정체성의 표식이자 책무임을 인식할 때, 지금 여기에서(hic et nunc) 신앙인과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로서 교회 안의 평화이루기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려 한다. 교회 안팎에 만연한 갈등, 즉 반평화적 현실은 신앙인 됨과 교회됨의 정체성 위기를 뜻한다. 그러므로 갈등의 사회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인식과 실천은 곧 신앙인 됨의 정체성이자 성숙의 과정이며, 교회다운 교회됨으로의 여정인 것이다. 또한 평화이루기를 위한 교회의 여정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신앙성숙의 차원과 함께 구조적 차원에서의 성숙, 즉 교회정치의 개혁을 요구한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적 주장이다.

 

 

. 갈등사회, 반평화적 상황의 원인

 

1. 사회문화적 요인


1) 신유교적 인식론과 한국 기독교 문화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지속된 조선왕조의 공식 이데올로기였던 유교는 개인의 인격도야를 통하여 더욱 조화로운 세계를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의 이치와 사물의 원리가 세계 안에 있다는 내재적인 관점으로 인하여 유교는 철학적으로는 실재론적인 진리관을 가지게 되었으며, 윤리적으로는 현존하는 계층 질서를 옹호하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의 기독 신앙인들과 교회에서 발견되는 현상들과도 괄목할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 이런 유사성은 이른바 정통 보수주의 신앙을 표방하는 이들과 교회에서 발견된다. 한국 교회 안에서 성경을 진리의 경전으로 강조하는 것도 신유교적 문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정통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정통보수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교회와 교단을 분열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과연 신앙인다운 신앙인 됨의 의미, 교회다운 교회가 된다는 것의 의미와 표식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도록 만든다.

 

2) 한국문화의 문법과 소비문화, 그리고 기독교문화

정수복은 한국 문화를 구성하는 근본적 문법의 구성요소로 돈과 재물, 권력과 지위, 관능적 쾌락을 삶의 목표로 삼는 현세적 물질주의를 지적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무교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한국의 문화전통에서 초월적 세계는 현실에 윤리적 긴장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현세적 물질주의는 20세기 들어서 서양 근대의 물질문명과의 만남을 통하여 더욱 강화되었으며, 1950년 한국전쟁과 전후 시대를 거치는 동안 한국사회 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5.16 이후의 경제성장 제일주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현세적 물질주의를 정당화하고,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된다.[각주:4] 이러한 현세적 물질주의는 출세지상주의로 이어진다. 내재적 초월을 강조하였던 신유교적 문화는 현세적 물질주의와 기복주의를 낳는 기반이 되었으며, 다른 종교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독교 역시 오늘의 문화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세적 물질주의-출세지상주의-소비주의-쾌락주의[각주:5]로 구성되는 현실문화는 자유와 정의와 사회적 공동선 등의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문화를 지향하는 기독교 문화와 갈등을 유발한다. 개인주의와 연관된 소비문화, 즉 개인의 필요와 욕망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문화가 신앙의 영역마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앙인들은 공동체보다 자신들의 요구를 앞세우는 경향성을 가지게 된다. 소비자가 항상 옳다는 소비문화가 주도하는 이 시대의 풍조는 자신의 유익을 넘어 공동선을 추구함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변혁적 신앙공동체에 큰 위협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임을 방기하는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언약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와 욕망에 따라 모였다가 다시 분열되는 이익 공동체, 자신의 종교적인 욕구[각주:6]를 충족시키고 종교적 상품을 구매하는 시장터로 전락할 수 있다.

 

 

2. 분단 상황과 세대 갈등, 반평화적 문화

피를 흘리는 전쟁을 치른 이후 격화된 남과 북사이의 이데올로기적 갈등 상황은 우리에게 평화에 대한 갈망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평화주창이 반체제적 행위가 될 수도 있는 안보현실은, 평화를 이상주의적 이념으로 여기는 체념적 사회문화를 만들기도 하였다. 즉 냉전시대에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은 안보의식과 반공의식을 내면화했는데, 이런 과정에서 성경이 증거 하는 평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문화에 순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 문화에 획일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분단 상황에 대한 이해도 다양해지고, 분단이 고착화된 사회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대 간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 인식의 차이가 생겨나고 향유하는 문화가 달라지면서 사회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든 세대는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분단현실과 평화통일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통일이 공동의 과제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통일을 민족의 숙원이자 당위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있는 반면에, 경제적인 필요와 국가적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는 세대가 있다. 과거 한국사회의 지배와 저항구도의 중심축이 되었던 민족주의가 쇠퇴하고 탈근대적인 사조들이 이입되는 시대에, 젊은 세대는 민족이나 통일에 대한 담론들을 일상사와는 동떨어진 거대 담론으로 치부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로 현실적인 중압감을 느끼는 세대에게 평화와 통일은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인기 없는 주제다. 평화에 대한 관점도 세대마다 다르다. 예컨대 60대 이상의 세대는 반공주의적 평화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386세대가 주요 구성원인 40-50대는 상대적으로 반공주의보다는 민족주의적 평화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30대는 탈이데올로기적이면서도 더욱 개인주의적, 탈권위주의적 평화관을 선호한다. 이들에게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이나 민족주의적 갈등보다 더 우선적인 과제가 있다. 물질주의가 심화되고 경쟁문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그들은 실존적 차원에서의 반평화적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가 과연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평화적 과제의 다양성과 방법론의 차이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교회 안의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 지도층은 냉전시대를 체험한 세대다. 평생 동안 반공을 학습한 세대는 전쟁을 성전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정당 전쟁론을 지지하는 평화관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와 탈이데올로기적인 평화주의에 관심을 가지는 다음 세대들이 평화 만들기의 여정을 합의하고 함께 동행 하는 것은 매우 버거운 과제이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 선교와신학 제38집(2016.02.)에 실린 글을 요약, 3부로 나눠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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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사회갈등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1.043으로 터키(2.940), 그리스(1.712), 칠레(1.212). 이탈리아(1.119) 다음으로 높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한 조사 대상 국가 24개국 중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편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관리지수(0.380)도, 조사대상 34개국 중에서 27위로 하위권이었으며, 하위권에 속하는 일본(0.569)와 미국(0.546)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정영호, 고숙자, “사회갈등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6-3(2014), 74-78. [본문으로]
  2. World Council of Churches, 기독교평화센터 엮어 옮김,『정의로운 평화동행』(대한기독교서회, 2013), 33. [본문으로]
  3. Wolfgang Huber,『진리와 평화를 위한 교회의 투쟁』, 8. [본문으로]
  4. 위의 책, 112. [본문으로]
  5. 위의 책, 118. [본문으로]
  6. Jim Van Yperen, Making Peace: A Guide to overcoming Church Conflict (Moody Publishers, 2002), 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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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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