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영화보기 <빅쇼트> -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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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사회적 책임

<빅쇼트>


최 성 수*


(아담 맥케이, 드라마, 청소년관람불가, 2015)

 



금융과 주식 용어로 가득한 대사 때문에 화려한 캐스팅과 소문만 듣고 영화를 보러 갔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경제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은, 그만큼 경제 분야가 전문가들에 의해 위임되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사정을 헤아린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었다. 곳곳에 용어를 설명하는 장치를 삽입해-그럼에도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그나마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의 논픽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극영화이면서도 실존인물들을 다루는 영화라 그런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맥케이 감독은 경제 대공황 이후 전 세계적으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초래한 2008년 금융 위기를 다루면서, 왜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진원지인 미국에서 벌어진 사태를 추적하였다. 특히 대형 참사를 미리 예측하여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인 네 명의 괴짜 혹은 천재들을 중심으로 전개하였다. 영화는 그들이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파악하고, 이 사태를 역 이용하여 대박을 쳤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투자 행위를 촉구한 당시 상황의 부조리함을 폭로함으로써 당시 미 행정부의 경제 각료는 물론이고 금융계의 거물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무책임함을 고발하는 데에 집중한다. 그래서 사기라는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하였다.

 

사태는 이렇다.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그들은 사람들의 수입은 늘지 않았는데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상황을 눈여겨보았고, 결국 주택 대출금 연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생금융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주택담보 대출을 더욱 부추겨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다는 것이 영화가 보여주는 금융위기의 팩트다. 이런 팩트를 보여주면서 영화가 지적하는 문제는 금융 및 경제 전문가들이 이런 사태를 전혀 모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적으로 입는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을 알면서도 철저히 무시한 것이었다.

전문 영역에 해당하는 금융과 주식 그리고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차치하고, 무엇보다 전문가 집단의 무책임한 태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영화가 의도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금융위기를 겪고도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문가들 가운데 누구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오히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통해 제공한 보조금으로 책임 있는 사람들은 보너스 잔치를 벌였음을 개탄해 한다. 전문가들의 나태하고 심지어 사기성 짙은 행동과 전망 등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또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것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는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회피했던 전문가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무책임함과 사기성 짙은 일부 전문가 집단의 말과 행동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란 누구인가? 전문가는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경험과 지식에서 남보다 뛰어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회가 분업화되고 또한 복잡해지면서 전문가 집단의 출현은 자연스럽고 심지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는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통해 비전문가들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낯선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스스로 획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문가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생각과 판단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는 지도자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의료, 과학, 종교 등의 전문가는 그 분야는 물론이고 때로는 분야를 막론하고 지도자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전문가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책임한 판단을 한다면, 게다가 자신들의 실속만을 챙길 요량으로 행동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바로 그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문가 집단은 오히려 금융위기로 떼돈을 벌어들였거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위기를 통과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었다.

문제는 전문가 집단, 곧 지도자의 책임성과 도덕성 그리고 윤리성이다.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공인된 사람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는 그 분야의 지도자다. 사람들이 신뢰해도 좋다는 인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도자가 무책임한 생각과 판단을 하고, 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한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삯꾼 목자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내게는 사태를 예견한 사람들이 덕분에 대박을 쳤지만, 그 가운데 끝까지 고민하며 돈 벌기를 주저했던 '마크 바움'에 대한 기억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유대인인 그는 자신이 비극적인 참사를 예견했으나 정작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채, 오히려 남들의 불행 때문에 자신이 돈을 번다는 것에 깊은 회의에 빠졌다. 그가 주저했던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남의 불행에 힘입어 이익을 얻는 행위라는 것이 결국 무책임한 전문가 집단의 행동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의 고민에서 세상에서 인간을 통한 구원을 말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불행을 알고도 구원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오히려 인간은 남의 불행을 통해 행복에 이르려고 할 뿐이다. 구원은 오직 자기 생명까지도 내어주고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에 나타내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온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 지도자들의 목회윤리와 교회적, 사회적 책임

<빅쇼트>를 보면서 한국 교회의 현실을 떠올리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교회 내적인 비판을 넘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단 교회만 유지되면 괜찮다고 여긴다. 성도의 수가 줄고, 주일학교와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하나님의 뜻을 내세우며 낙관적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성도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신앙의 이름으로 주입한다. 교회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불신앙이고, 긍정적인 시각만이 바른 신앙으로 판단한다.

한편, 많은 교회들이 분쟁과 분열이라는 내홍을 겪으며 해체되는 상황에서 흩어진 교인들을 흡수하여 교회 성장을 이룬 교회들이 적지 않다. 소위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통해 부흥한 교회들이다.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이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로부터 떨어져 나간 사람들을 흡수하여 성장한 것을 과연 하나님의 은혜에 따른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교회 문제에서 전문가는 교회 목회자이며 교계 지도자이며 또한 신학자들이다. 교회 문제에서 전문성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자신의 안일만을 생각하며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쓰나미처럼 교회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해서든 제 살길을 찾아가겠지만, 설 자리를 잃은 성도들이 겪는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독교적 가치 

작품성 

대중성 

최성수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의 취지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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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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