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타의 매>를 보고 -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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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들

<말타의 매>

 

최 성 수




말타의 매 (0000)

The Maltese Falcon 
8.3
감독
존 휴스턴
출연
험프리 보가트, 메리 애스터, 글래디스 죠지, 피터 로리, 바톤 맥레인
정보
범죄, 미스터리 | 미국 | 100 분 | 0000-00-00


(글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오래 전 영화의 작품을 택했다. 존 휴스턴 감독의 데뷔작인 <말타의 매>. 이 영화는 1930년에 출간된 대실 해미트의 동명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세 편 중에 하나다. 다른 두 영화보다 휴스턴의 작품이 더욱 유명해진 원인을 들면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14회 아카데미에서 세 개(최우수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부문에서 수상했고, 다른 하나는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로서 최초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르를 정의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하드보일드 장르를 추구하는 영화들은 캐릭터, 연출, 분위기 등과 관련해서 한결같이 <말타의 매>를 참조하여 만들어야 했다. 마지막 하나는 원작 소설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적인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장르에 부합하는 캐릭터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탐정 역의 샘 스페이드나 팜므 파탈의 역할을 메리 애스터가 대표적이다.

 



영화는 1539년 말타에 있는 템플 기사단이 찰스 5세에게 보낸 값진 선물을 해적에게 빼앗겼는데, 그것의 소재 파악이 지금까지도 불가능하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자막은 관객으로 하여금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무엇을 중심으로 전개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해도, 결국에는 값진 선물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을 암시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사설탐정 사무실에 미모의 여인이 방문한다. 자신의 이름은 윈덜리(메리 애스터)고 뉴욕에 산다고 소개한 그녀는 자기 여동생을 꾀어 먼 지역까지 데리고 온 남자에게서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평소 수임료에 비하면 꽤 많다고 생각할 정도의 돈을 받은 스페이드는 동업자를 보내 약속 장소에서 문제의 남자를 미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미행하려고 나갔던 동업자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는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도 아무런 감정적인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어떤 사람임을 말해준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죽은 동업자의 아내와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그녀와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 그녀와의 불륜 관계로 스페이드는 경찰에 의해 살인혐의를 받는다. 그 후에 이뤄진 의뢰인과의 만남에서 스페이드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고, 본명은 오쇼네시임을 알게 된다. 동료의 죽음이 오쇼네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스페이드는 의뢰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집요하게 캐묻는 경찰에게 그녀의 신상과 소재를 알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가 도와달라는 부탁을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들어준다.

그러는 중에 또 다른 의뢰인 카이로가 고액의 돈을 제시하면서 매 형상의 조각상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거트맨에게서는 더욱 큰 액수의 보상 약속을 받는다. 오쇼네시를 비롯해서 두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소재가 불투명했던 보물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보물에 혈안이 되어 좌충우돌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막상 모두가 추구하는 것을 찾았을 때는 그것이 한낱 납덩어리에 불과한 가짜임이 밝혀진다. 결국 오프닝에 제시된 자막에 나오는 템플 기사단의 고가 선물인 매 형상의 보물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감상하도록 유도한 맥거핀에 불과했다. (맥거핀은 영화에서 긴장을 높이려고 사용하는 플롯의 한 장치를 말한다.) 매의 조각상은 모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또한 모두를 황당한 결말로 이끄는 매개였다.


이와 관련해서 영화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다. 그들의 욕망은 한결같이 재물과 성적인 관계에서 드러났고, 또한 그들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폭로했다.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오직 돈을 볼 뿐, 사람이나 그 사람의 말을 결코 믿지 않는 일이나, 동료가 죽었다고 해도 아무런 감정적인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시체를 확인하고 돌아온 날에 과거 불륜의 관계를 가졌던 그의 아내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인간으로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그녀와의 관계 때문에 살인혐의를 받게 되었을 때, 스페이드는 그녀와의 관계마저도 단호하게 정리하려 한다. 자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오쇼네시를 보고도 자신이 가는 길에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냉정한 태도를 견지한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매가 가짜임을 알고 난 후에는 그녀를 살인혐의로 경찰에 넘겨준다. 오쇼네시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수시로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일을 다반사로 행했가 때문이다.


<말타의 매>는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을 이렇게 변화시킨 요인은 매의 조각상이었다. 비록 그것이 가짜로 판명 났지만, 관건은 그것으로 드러난 욕망이다, 욕망과 욕망의 충족 방식은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지를 드러낸다. 사랑에 대한 욕망, 재물에 대한 욕망은 스페이드와 오쇼네시 등 모든 인물들을 수시로 변화시키고 또한 어리석은 자가 되게 한다. 욕망하는 모든 것은 허황된 꿈의 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 위해선 그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보면 된다.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에덴에서 쫓겨나야 했고, 흩어지지 않고 또 이름을 내기 위해 성읍과 탑을 건설하려한 사람들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살아야 했다. 이에 비해 다윗은 비록 죄인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 8편에서 자신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존재로 보았고, 자신을 하나님이 보호하시고 감찰하시며 은혜를 베푸시면서 사명을 주시는 대상으로 보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며 사는지를 돌아볼 일이다.

 

 

최성수 │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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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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