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와 한국교회의 남은 과제(임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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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와 한국교회의 남은 과제

논설위원칼럼 임성빈 교수l승인2013.11.07l 기독공보2922호



지난 2주간 한국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치렀다. 무엇보다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이 감사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우리 한국교회의 현실을 차분히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가 감당하여야 할 과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사실 한국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유치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복음이 들어온 지 100여 년에 불과한 피선교국의 교회가 세계교회를 초청하여 대규모 행사를 치른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또한 세계교회를 초청할 만한 영적인 토대를 갖춘 것도,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지닌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다. 총회를 감개무량하게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베푸신 깊고 넓은 은혜가 결국 민족 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하여 주신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한국교회는 민족을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복음이 필요한 선교현장에서 복음을 나누는 일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이번 총회는 세계교회사적으로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세계교회는 로마가톨릭, 정교회, 주류개신교회,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로마가톨릭을 제외한 나머지 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는 이른 바 남반구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새로 부상한 교회들과, 기존 정교회와 주류 개신교회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지금까지 주류 개신교회들과 정교회 등, 서구 유럽 교회들이 주축을 이뤄 전개해 왔다. 남반구의 복음주의 교회들과 오순절 교회들의 영향력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교회들은 에큐메니칼 영역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그동안 서구교회가 중심이 된 연합 운동에서 남반구 교회들이 상당부분 소외되어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0차 총회가 부산에서 열렸다는 것은, 이제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이 남반구와 북반구를 통합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제10차 총회는 우리 한국교회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전통적인 주류와 새롭게 부상하는 주류, 북반구와 남반구의 교회들의 만남이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반면, 정작 한국교회 내부에서 총회 자체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외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교회사적인 통합의 물꼬를 텄다는 자부심이 내부의 격렬한 반대 시위 앞에서 도전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내부에서 아직 서로의 신앙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필자는 이번 총회를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쓰시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해했다. 뜨거운 영성을 지닌 한국교회가 서구 교회의 효율적인 행정과 탁월한 경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의 다양한 교회를 접하면서 문화적 포용성을 겸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를 위하여 더욱 긴히 쓰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먼저 우리 안에 회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예수와 그리스도를 나눈 현실을 치열하게 회개하여야 한다. 예수교 장로회, 그리스도교(기독교) 장로회 등등으로 분열시킨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이제는 에큐메니칼과 에반젤리칼을 나누어 놓은 것은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어찌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분리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무엇보다 신학과 역사교육부터 새롭게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교회사는 나만의 시각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 아니라, 너의 시각과 너의 이야기도 담아내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편협한 역사관과 신학관은 우리 스스로를 제한하며, 후손들에게도 하나님 나라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다시 한 번 신학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한국교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 지난 2주간의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였다.




본 글의 저작권은 기독공보에 있으며 원문은 http://www.pckworld.com/news/articleView.html?idxno=61938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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