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보고 - 엄마의 의미를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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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의미를 탐구하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장진, 코미디, 12, 2014)


최성수


목사와 박수무당이 한 형제로 등장하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대하면서 복잡한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 첫째 이유는 장진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장진 감독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유의 유머감각과 사회비판의식은 살아 있으나 영화 이야기에 함의된 메시지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꼼꼼히 따져가며 보지 않으면 그저 웃음을 주는 영화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둘째, 가족에서 엄마의 의미와 역할을 넘어 엄마의 종교사회적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순히 다름의 차이를 넘어서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갈등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 있는 다종교 상황을 단지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영화적인 장치로만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엄마를 하나의 기호로 보면, 인간의 다양성을 넘어서 있는 원초적인 근원과 궁극적인 대상에 대한 물음을 영화를 통해 묵상해볼 수 있다.

 

엄마는 누구일까? 엄마의 생물학적인 혹은 가족사회학 혹은 가족생태적인 의미는 이미 여러 형태로 성찰되고 있으나, 엄마의 의미에 대한 사회학적인 연구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가족사회학의 범위에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엄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글들은 많다. 그러나 엄마가 사회 구성과 발전 혹은 사회 구성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을 만한 자료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 태어나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자녀들에게 미친 영향이 크고, 그렇기 때문에 엄마의 존재와 역할이 사회 구성과 성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해당되는 일이지만, 이것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았어도 사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도에 인기리에 방영된 텔레비전 방송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3남매를 둔 엄마와 아내의 무한희생을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엄마의 휴가를 유행처럼 만든 드라마다. ‘엄마의 휴가는 가족의 삶에서 엄마가 갖는 의미를 도드라지게 했고, 또 엄마를 사회의 한 구성체로 간주해야 하며, 건강한 가족은 물론이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에 출간되어 한반도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비록 사회학적인 의미는 아니라 해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엄마의 의미를 성찰한다. 곧 소설은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 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되는데,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엄마를 회상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가족들은 그동안 지나쳐버렸던 혹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엄마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갖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엄마 혹은 아내를 향한 기대와 원망 그리고 아쉬움 등을 통해 인간 욕망의 민낯을 드러냈다.

 

엄마를 부탁해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전개되는 상황과 유사해, 장진 감독이 영화제작에서 소설을 참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는 홀로 남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엄마가 두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다가 형이 미국으로 입양되어 감으로써 헤어진 후 30년이 지난 시기에 일어난 형제 상봉-아니 치매에 걸린 엄마도 함께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가족 상봉은 한 방송국의 도움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문제는 방송사 직원의 주의 부족으로 엄마를 잃어버림으로써 발생한다. 엄마를 찾아 서울에서 여수까지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로드무비의 형태로 전개된다.

두 형제가 좌충우돌의 상황들을 겪으며 엄마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해프닝이 코믹하여, 이런 장면에만 집중해서 감상하다보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간과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로 화합할 수 없는 두 개의 종교가 엄마를 매개로 평화로운 관계를 갖게 된 점을 지나쳐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여기서 물어야 할 질문은 이렇다. 영화에서 엄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단순히 웃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엄마라는 기호가 갖고 있는 심층적인 의미 혹은 사회적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종교사회적인 의미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아이들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엄마로 인해 서로 헤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를 찾기 위한 노력에서 서로 협력하고 또 공존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자는 말이다. 달리 말해서 모든 종교를 가능케 하였을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발견하려고 하고, 또 비록 모양은 달라도 서로 협력하고 또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비록 유신론적 다원주의(신은 하나이지만,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의 신이 있고 또 그 신에 따라 종교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서로 다름을 단순히 현상의 차이로만 보는 입장)를 따르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으로 고백한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존재도 사실 하나님이다. 그러나 하나님을 바로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서만 절대자를 받아들이려는 인간의 무지와 편협함 때문에 하나님은 오히려 상호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는 존재로 전락되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그 결과들을 염두에 둔다면, 아무리 갈등이 현존한다 해도 모든 종교를 같다고 보아서는 안 되겠지만, 절대자에 대한 진솔한 신앙심과 관련해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지낸다면, 적어도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종교의 갈등에 대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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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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