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연칼럼]교황이 떠난 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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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떠난 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문화선교연구원 김승환 연구실장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일까? 개신교내의 찬반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황을 바라보는 상당수의 시각은 ‘희망’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 있었다. 그가 떠나간 한국사회와 교회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어디인지는 분명히 집어 준 듯하다. 모두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으로 살아내지 못한 복음의 정수, 낮고 소외된 자를 향한 따스한 관심과 사랑, 구조적인 사회 제도가 낳은 폭력에 대한 저항, 인간으로서 회복해야할 생명에 대한 애착과 사랑 등을 그를 통해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교황이 떠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

종교는 일차적으로 개인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공공의 영역이기도 하다. 개인의 행복과 구원에 초점을 두는 사적인 영역에서 사회 안정과 평화, 번영을 위한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있다. 종교는 사회로부터 절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의 삶이 존속되는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듯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는 늘상 종교가 존재한다. 삶의 의미를 깨닫게하고, 저너머의 세상을 향한 소망을 던져주던 종교는 세계화속에서 오히려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큰 요소로 변질되고 말았다. 각자의 신념과 교리에 근거하여 타종교를 판단하면서 상대방에 대해서 적대적인 집단으로 변화되고 만 것이다. 자신들의 논리와 공동체에 집중하고 세불리기에 관심을 두면서 정작 사회적 아픔과 갈등의 치유, 정화의 기능도 상실한게 아닌가 싶다.

교황의 방한으로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가져야하는 위치와 영향력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과연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종교인지, 아니면 자신들만을 위한 종교인지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라 생각되는데 이 땅에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선교적 사명을 이유로 교회만을 위한 복음을 강압적으로 앞세우지 않았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사적인 종교를 넘어서 사회 정의와, 화해, 통합을 위한 종교로서 공공적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욕심을 내려놓고,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구원의 소망을 줄 수 있는 교회로의 변혁을 소망해본다.

섬김의 권위로 살아가는 목회적 리더십 요청

가톨릭은 수직적인 성직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 사제로부터 해서 주교, 추기경, 총대주교, 교황 순서로 이어진다. 개신교에서 비판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수직적인 구조가 낳는 문제들로, 교황절대주의, 교황무오류설 등과 같이 성직자를 절대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모습은 가톨릭의 최고 권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한명의 겸손한 신자로서의 모습이었다. 그의 행보에서 묻어나오는 사람을 향한 친절과 사랑의 모습은 교황으로서의 권위를 넘어선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고자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경청하며, 장애인들을 끌어안고, 사회적 약자를 힘들게 하는 정치사회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흔히들 하는 비판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지는 비판이다.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목회자들이 삶으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을 교황을 통해서 접하는 우리에게는 가장 신선하면서도, 부러운 대목이다. 권위는 지위와 정치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지, 또 그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는지에 따른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한다.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모습을 교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권위는 스스로 세우며 누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상대방의 자발적 동의와 협력을 통해 세워지는 것이며, 반대로 상대방의 존경과 신의를 얻지 못한다면 그 어떠한 권위도 통용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성직의 권위를 등에 업고 교황의 지위를 부러워하던 목회자들에게, 가톨릭의 성직제도를 비판하면서도 사뭇 그들의 권위가 지위를 부러워하던 목회자들에게, 또한 자신의 교회에서 교황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목회자들에게 이번 교황의 방문이 좋은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신앙을 가지고 세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이성이 극대화된 시대,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 부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서 하나님을 신앙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믿음, 소망, 사랑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인류애적 가치가 소비문화에서도 중요한 사회 구성 요소로 작동될 수 있을까? 돈으로 환산될 수 없기에 하찮은 것으로 여기질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교황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서로안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을 일깨워줬다. 신앙을 가지고 사는 참된 의미를 주었고, 사회의 불의와 부패를 넘어설수 있는 종교적 숭고한 가치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교회를 다닌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웠던 신앙인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시간이라 생각된다.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낮은 곳에 머물러야 함을 말이다.

교황은 가톨릭의 수장이지만 이 땅에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세상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일깨워준다. 좋은 이웃과 친구로 살아가는 삶, 함께 손잡아주고 진심어린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어우를 수 있는 참된 인간의 삶을 말이다. 내 안에 머물러 있는 복음이 아니라 나를 넘어서 너와 우리에게로 향하는 그리스도이 복음의 참된 능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풀어야 하는 숙제도 여전하다. 개신교 내의 교단간의 갈등, 타종교에 대한 신학적인 입장, 사회참여에 대한 여러 논의들도 남아 있다. 하지만 사회가 종교를 향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분명히 보았다면, 진영논리를 넘어서 소망과 희망으로 복음을 살아내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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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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