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생활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하였습니다.
김지혜: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김지혜 목사입니다. 오늘 ‘수다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한창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다뤄보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무한도전>에서부터 <놀면 뭐하니?>의 찐 팬인 한 분을 초대해봤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태진: 저는 현재 연세대학교 교목실에서 전도사로 섬기고 있는 ‘안태진’입니다.
임주은: 저는 문화선교연구원 기획간사로 섬기고 있는 ‘임주은’입니다.
#<놀면 뭐하니?>의 흥행 이유는?
김지혜: <놀면 뭐하니?>의 첫 시작은 “스케줄 없는 날, 놀면 뭐하니?”라고 말하는 유재석에게, 김태호 PD가 카메라를 맡기면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였었죠. 처음엔 시청률 3%로 시작했었는데, 가장 최근 시청률은 13.3%로 주말 예능의 강자가 되었잖아요. 여러분은 이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게 된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태진: 요즘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현실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 김태호PD와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새로운 영역에 ‘꿈’을 갖고, 도전하고, 목표에 다다르는 것을 보면, 시청자인 저에게도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임주은: 아마도 김태호pd의 이전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 비교했을 때, 진행자가 6인 체제에서 1인 체제로 변하면서 콘텐츠의 영역이 조금 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주제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게 대중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시대성
김지혜: 요즘 화제가 되는 키워드나 콘텐츠를 <놀면 뭐하니?>에서 가져와서 다루기도 하고, 반대로 <놀면 뭐하니?>에서 다룬 것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프로그램의 특성들이 마침 요즘 시대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임주은: 사실 ‘부캐’라는 용어가 <놀면 뭐하니?>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잖아요. 이미 요즘 온라인 트렌드에 ‘멀티 페르조나’라는 개념이 있기도 했고요. 그렇듯이 <놀면 뭐하니?>가 소위 ‘요즘 세대’가 이미 향유하고 있는 문화를 캐치하고, 시의 적절하게 프로그램에 녹여낸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렇다고 해서,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유행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애청자로 포함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 주제들이 포함될 때 시청자 층도 더욱 확장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안태진: ‘뽕포유’의 경우, 물론 젊은 세대들도 좋아했지만, 어르신 세대들이 굉장히 좋아하셨고, ‘유케스트라’ 때는 트렌디한 것보다는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선호하셨겠죠. 그리고 ‘싹쓰리’ 에피소드 마지막 회 때 시청자가 멤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처음으로 우리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궁금해졌어요”라고 쓴 걸 보면서, <놀면 뭐하니?>가 세대 간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했어요.
김지혜: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에 고정된 ‘틀’이 없다는 게 매력이에요. <무한도전> 때는 여섯 명의 출연진이 정해져 있어서, 그들에게서 나오는 ‘케미’가 한정적이었다면, <놀면 뭐하니?>는 예상치 못한 출연진과 소재들로 시청자들이 더욱 재미를 느끼죠.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성을 가진 프로그램 같아요. <무한도전>이 포착하지 못했던, 뉴 미디어로 인해서 변화하고 있는 대중문화 트렌드를 <놀면 뭐하니?>가 포착했죠. 똑같은 포맷이 아닌, 새로운 시대성을 반영한 새로운 포맷을 담은 프로그램으로요.
#입덕 포인트 한 단어씩!
김지혜: 앞에 나눠주신 이야기들을 토대로, <놀면 뭐하니?>의 입덕 포인트를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안태진: #대리만족 #꿈
<놀면 뭐하니?>를 보고 있으면, 김태호 PD가 어떤 꿈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면, 유재석이 함께 그 꿈을 꾸고, 노력해서 조금씩 그 꿈에 다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유재석이 우연히 뱉은 말인데, 김태호PD가 기억해두었다가 꿈을 실현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고요. 그 꿈을 이루고 나면 함께 기뻐하며 또 새로운 꿈을 찾아서 꾸게 되고. 거창하기보다는 일상적이면서도 굉장히 우연적이고 돌발적이기도 한, 꿈을 발견하고 성취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꿈을 향한 기독교인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는 꿈과 나를 향해 세우신 계획에 대해 계속 기도하면서 기다리기만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꿈을 향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자세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청년들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소위 ‘계시’를 받기까지 기다리라는 말보단, ‘움직여라’라고 전해주어요.
임주은: #확장성 #다양성
인터넷 상에서 요즘 세대들이 새롭게 만들어 활발히 사용하는 ‘신조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언어 사용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은, 문화적 격차도 점차 커져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 하나를 통해서 다양한 세대가 한 곳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긍정적인 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러한 힘이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봤어요. 아무래도 교회는 시대와 대상을 초월하는 메시지 전달, 그리고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가르침의 방식을 갖는 특성이 있어요. 그런데 메시지가 더욱 ‘잘’ 전달되려면, 시대와 대상에 따른 다양한 전달 방식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교회는 한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다양한 세대를 그 프로그램 하나에 욱여넣어서, 마치 “세대 통합 프로그램”인 것처럼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게 아쉬운 점이에요. 설득력도 참여도도 기대보다 낮은 결과가 나오게 돼요.
교회에서는 ‘하나의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할 책임이 있어요. 거기에는 시대와 대상에 맞는 창조적인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최근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왜 인기가 있는지?”, “어떤 설득력을 가지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김지혜: #융합 #유연성 #진솔함
<무한도전>때는 지금의 <놀면 뭐하니?>가 갖는 특성인, 확장성이나 유연성을 보여주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거예요. 물적으로 동원되어야 하는 토대들이 너무 큰 편이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고 해도, 완벽한 콘셉트와 스토리가 미리 준비되지 않는다면 시작할 엄두도 못 냈었을 것 같아요.
저는 한국교회의 모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물론 전통과 관습이라는 장벽도 있지만, 아무래도 조직과 시스템이 규모적으로 대형화가 되면, 더욱더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따라오는 부담이 커지게 되잖아요. <놀면 뭐하니?>가 가지고 있는 가변성과 끊임없는 시도의 자세를 교회도 가지기 위해 노력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청년들이 속한 부서에서만이라도 말이죠.
임주은: 맞아요. 많은 애청자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김태호PD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무리 지을 때, 문화적 시대성을 고려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또 여전히 통하는 프로그램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요. 시대와 문화를 고민하고 고려하면서, 불연속성과 연속성간에 유연한 자세를 가지는 교회 프로그램들이 되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안태진: 이상민이 던진 한마디에 ‘싹쓰리’ 멤버를 모아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환불원정대’ 멤버도 이효리의 지나가는 말에 의해서 실현됐잖아요. 이처럼 한 사람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불가능한 소리야~”, “이미 다 해본 거야”라는 반응보다는, 함께 수용하고 고민하고, 더 나아가 만들어가는 제작진들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처럼 우리 교회들도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이 아닌, 서로가 가진 꿈과 비전들을 공유하면서, 이루어가려고 노력하는 한 ‘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독교문화 콘텐츠
김지혜: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로, 대부분의 콘텐츠의 지형이 온라인상의 영상으로 바뀌었잖아요. 그에 따라 기독교 문화 콘텐츠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제까지 기독교 문화 콘텐츠들이 비교적 ‘의미’를 중심으로 생산되어 왔다면, 요즘 시대의 키워드는 ‘재미’거든요. 뉴미디어 안에서 복음을 전할 콘텐츠를 만들 때, ‘재미’과 ‘의미’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큰 과제인 것 같아요.
임주은: 오늘날 ‘재미’의 정의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도 생각해요. 예전처럼 누가 봐도 똑같이 재미있고 볼거리가 많은 것보다는, 더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어차피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 주제들이 각자 다르기도 하고, 소소하고 작은 소재들에 더 관심을 갖기도 하거든요. 반면, 어떤 크고 중대하고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재미를 못 느끼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기독교가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뉴미디어 상에서 ‘잘 통하는 내용, 잘 통하는 소통방식’을 조사하고, 배우고, 녹여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유튜브에서 통하는 형식들이 있거든요. 짧고 간결하고, 삶과 실제적인 연결점이 있어야 하고.. 복음이 유튜브라는 장에 들어와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코드와 언어를 새로운 장의 형식에 맞추어 녹여내서 생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안태진: <놀면 뭐하니?> 에피소드들을 보면,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다양한 콘텐츠들 안에서 사실 제작진들이 의도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보통 콘텐츠들을 보면, 재미를 찾으려고 본질을 너무 훼손한다던가, 의미를 찾으려고 너무 본질만 부각시키면서 재미가 없게 되거든요. 우리가 교회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흔히 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진리가 변질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져요. 하지만 우리가 가진 복음이라는 진리를 변질시키지 않으면서,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수많은 콘텍스트와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기독교 문화 콘텐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사유 없이 쉽게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를 패러디하는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살리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나가며
김지혜: <무한도전>에서 <놀면 뭐하니?>로 전환했을 때, 기존의 틀을 깨트렸던 것처럼, 기독교문화 콘텐츠도, 소위 ‘기독교적’이어야 한다는 강박들이나 고정관념들을 내려놓고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복음의 아름다운 정신을 ‘어떻게’ 뉴미디어라는 플랫폼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오늘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 나왔잖아요. 대리만족, 꿈, 다양성, 확장성, 유연성, 진솔함 등... 그런데 사실 기독교 문화라는 장은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복음의 정신을 가지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기독교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정되어 있는 콘셉트를 강조하기보다, “이거 해보면 어떨까? 저거 해보면 어떨까?” 가볍게 던지는 이야기들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이 이어져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 새로운 생각과 시도 그리고 도전들로 이어져오고 있잖아요. 기독교 문화 콘텐츠도 그런 삶의 흐름에 따라 확장된 영역과 새로운 시도들로 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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