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독일교회는 돈을 모아 배를 샀다?!



한국교회는 돈을 모아 건축을 한다!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헌신이 세계 그 어디보다도 두드러지는 교회다. 특히 십일조를 비롯한 성도들의 헌금은 교회성장의 원동력 중에 하나다. 그런데 한국의 교회들은 피땀어린 성도들의 헌금으로 어디에 가장 돈을 많이 쓸까? 교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정답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바로 교회 건축이다. 

오늘날 서울 시내나 수도권 일대에는 멋있는 교회들이 세워지고 있다. 백화점인가 교회인가 싶은 으리으리한 교회 건물도 많다. 물론 교회 건축은 성도들의 꿈과 희망일 수 있다. 수십년이 지나 노후된 교회를 새롭게 건축한 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고 나면, 교회 건축에 대한 일방적인 부정적 시선이 얼마나 건방진 지적놀이였는지 대한 반성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피같은 성도들의 헌금을 쓸 데가 오직 교회 건축 뿐이라면 문제가 있다. 이건 마치 한국경제가 부동산이라는 블랙홀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논의이다. 한국교회의 건축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로 비하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교회가 빚더미에 파산한 경우도 왕왕있고, 사치스럽고 과도한 건축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일도 비일비재하다. 개교회 입장에서는 교회 건축이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돈 쓸 데가 건축 밖에 안 보인다면, 도대체 우리가 500년 전 경쟁적으로 대성당을 짓는데 혈안이었던 과거 가톨릭 교회와 무엇이 다른가? 최근 독일교회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교회에게 건축말고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리게 한다.


독일교회는 돈을 모아 배를 샀다!

2019년 독일교회 최대의 뉴스는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개신교 대회(Kirchentag)였다. 하지만 정작 독일사회 속에서 교회가 일으킨 가장 큰 뉴스는 대회 자체가 아니라, 이 대회에서 결정한 내용이었다. 독일 개신교회의 총회를 뜻하는 EKD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는 지난 대회에서 특별한 결의를 했는데, 그것은 바로 지중해에서 죽어가는 난민들을 현실적으로 돕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그 방법은 바로 구조선을 사서 난민구조단체인 Sea Watch와 공조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에만 독일교회는 약 백만 유로를 썼다. 우리 돈으로 치면 약 13억이라는 돈을, 정체도 모르는 난민을 위해 바다 속으로 내던진 것이다. 


지중해의 난민들을 바라보는 EKD 베드포트 슈트롬 총회장



지중해 난민들을 구조한 이탈리아의 입항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 난민들을 입국시킨 죄로 체포된 카롤라 라케테 선장.

 

문제는 난민이라는 주제가 여전히 유럽 전체와 독일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같은 사안이라는 것이다. 2015년 난민의 갑작스러운 대거 유입은, 결국 독일의 극우정당인 AfD의 출범과 급부상을 불러 일으켰고, 철옹성 같았던 메르켈 총리의 장기 집권을 꺾을만큼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특히 독일교회가 구조선 구입을 결의한 뒤, 한 난민구조단체의 독일의 여성 선장인 카롤라 라케테는 지난 6월 지중해 위에서 난민을 구조하고 이탈리아에 입항을 해서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독일과 이탈리아의 양국관계는 국가적인 갈등 상황으로 비화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독일교회는 지중해에서 죽어가는 난민들을 돕기로한 결의를 취소하지 않았다. EKD의 현 총회장인 베드포트 슈트롬은 “고통 앞에 국경없다!”(Not hat keine Nationalität)는 말로 논란을 일축했다.  

독일사회에도 교회의 이런 결정에 논란이 많았다. 이건 단순한 선행을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아주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라고 교회세내고 헌금낸 게 아니라며 반발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교회는 이 모든 반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교회가 내부적 반발과 외부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기로 하는데에는 그만큼 값비싼 댓가가 따른다. 그것은 백만 유로가 넘는 엄청난 예산이고, 눈앞에 보이는 현실적인 어려움의 증가이고, 마지막으로는 비난과 피해를 각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댓가를 각오하는 교회의 공적 책임, 좀더 성경적으로 표현하자면, 교회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길을 걷는 것은, 교회의 높은 공공성과 윤리성의 재건이다. 그때 다시금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된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
: 많은 예산, 내부의 반발과 외부의 불확실성 그리고 정치적 논쟁


교회는 배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의 로고에는 십자가를 높이 든 채 거센 풍랑을 헤치며 나가는 배가 그려있다. 이것은 교회가 바로 배라는 것을 뜻한다. 

물론 오늘날 선교학에서는 교회를 방주로 국한시키는 것은 우주적인 하나님의 선교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지만, 어쨌든 그림에서 보듯이 교회는 성보다는 배에 가깝다. 즉 우리끼리 우리의 영토를 짓고, 울타리를 세운 뒤, 우리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종교적인 성이 아니라, 배처럼 거센 풍랑을 헤쳐 나가고, 물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가고, 건져내어 살려주는 그런 배에 더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독일교회에서 결의한 구조선 구입과 난민구조 활동은, 성같은 교회 짓기를 좋아하는 우리보다 더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독일교회는 성도들과 세계의 다른 정치적 입장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거나 중재하고, 실제로 지중해에 방문해 난민들을 만나고 도와야 했다. 그리고 이 일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인해 독일교회는 값으로 다할 수 없는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과 공공성 및 윤리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13억이면 우리가 교회를 건축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교회의 공공성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건축보다 더 가성비가 좋은 실제적인 일이다. 

이재용 

독일 빌레펠트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Ruhr Universität Bochum 에서 조직신학과 기독교윤리 박사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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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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