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세계의 기독교 축제를 찾아서(3): 독일 개신교 대회(Kirchentag)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독일 개신교회 최대의 행사인 Kirchentag이 2019년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도르트문트에서 열린다. 한국에는 '교회의 날'이라 소개가 되지만 사실 정확한 번역은 독일 개신교 대회 또는 총회가 더 정확한 번역이다. 이번 대회의 표어는 "신뢰란 무엇인가"(Was für ein Vertrauen)였다. 열왕기하 18:19에서 앗수르의 장군인 랍사게가 이스라엘과 히스기야를 조롱하며 비난한 욕에서 차용한 이 표어는 자못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주제선정의 배경에는 신뢰가 무너진 현대에 대한 교회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스캔들과 무기력으로 얼룩져 있고, 미래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로 불투명하며, 여론은 가짜뉴스와 극우화 그리고 포퓰리즘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실과 진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은가? 이러한 시대에 독일 개신교 대회는 신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19일 여는 예배를 앞두고 도르트문트 중앙역 뒷편 슈타인바케(Steinwache)에서 사전 행사가 열렸다. 이곳은 나치시대 때 게슈타포에 의해 약 66,000명이 희생된 감옥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제37회 개신교 대회가 열린 것은 과거의 불신과 광기 그리고 폭력이 어제의 역사가 아니라, 바로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비극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저마다 초록색 배너를 가방에 매달고 사람들은 함께 '우리는 극복하리라'(we shall overcome)는 노래를 부르며 이동했다. 

첫째날은 독일과 유럽 각지에서 모인 그리스도인들의 친교와 교제가 주요 활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개신교 대회의 등록 참가자 수는 약 12만명이었다. 그마저도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만 12만명이니, 이런저런 방문객이나 자원봉사자까지 합치면 20만명 정도가 참가한 대회였다. 도르트문트의 도시인구가 40만명인데 20만명이라니! 이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시끄럽다고 모욕을 하고 위협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 대회 자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조형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동안 큰 사고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친교와 교제로 서로를 이해하며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신교 대회에는 연일 다채로운 장터와 놀이 그리고 공연이 계속됐다. 대회의 전 일정에는 도시 전역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 기도회와 성경공부가 이루어졌는데,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분들 중에는 저명한 목사님들과 신학자들도 있었다. 기도회와 성경공부는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졌는데, 렉시오 디비나나 떼제기도회 또는 관상기도와 같은 전통적인 순서가 있는가 하면, 기공수련으로 아침을 열거나 유대교의 랍비와 함께 성경을 묵상하고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성경 속 이야기를 만드는 파격적인 시간도 있었다. 

이어진 날부터는 이번 대회가 가지는 주제의식인 믿음을, 다양한 분과별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듣고 토론하는 순서가 주요 활동이 열렸다. 프로그램이 담긴 책자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는 2400개가 넘는 강연과 세미나의 정보들이 가득가득 들어있었다. 게다가 이게 어느 한구역에서 진행되는게 아니라 도시전역 동서남북 전역에서 이루어지니, 어떤 강연이나 세미나를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른 내용은 구경도 못했다. 심지어 사전에 해당 강의나 세미나를 등록했어도, 1시간 정도 전에 미리 와서 줄을 서있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하는 불상사를 겪게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눈물을 머금고(?) 수많은 매력적인 강의와 세미나를 접어야 했는데, 내가 선택한 주제는 모두 개인적인 연구주제인 4차 산업혁명의 격변 속에서의 신뢰에 대한 강연이었다. 오전 프로그램에는 커다란 경기장에 대략 수 천명 이상의 청중들이 들어왔다. 이때 독일의 대통령인 슈타인마이어와 독일의 문체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던 안네트 샤판, 그리고 과학자이자 독일의 유명한 진행자인 랑가 요게쉬바가 패널로 나와 대담을 이어갔다. 이어 대담시간에는 메르켈 총리가 방문해 가볍고도 진지한 토크쇼를 이어갔다. 이외에도 수백개의 소그룹 세미나와 토론회, 대담과 인터뷰, 체험과 견학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심지어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미술작품 전시회와 토론의 시간도 열렸다. 그만큼 독일 개신교 대회는 그저 교계의 행사가 아니라, 독일의 전 사회와 정치 일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인 행사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회는 강연과 세미나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스포츠 활동과 게임, 공연과 판매들이 대회 곳곳에 가득차있었다. 가판대에는 기독교 관련 용품과 책들을 팔았고, 공정무역 커피나 환경친화적인 제품들, 그리고 현지 농산품도 팔았다. 도르트문트 중앙역 뒷편에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인형극도 있었고, 레고로 성경 이야기 만드는 등등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청소년 활동은 17m의 거대한 크레인에 두명이서 서로 도와가며 올라가는 게임이었다. 추후에 설명을 들으니 이 게임은 신뢰라는 대회의 주제를 체험시키기 위해 고안한 게임이었다고 한다. 대회 곳곳에는 탁구부터 축구, 하키, 물놀이, 원반 던지기 등 어린이부터 청소년들까지 참여할만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열렸다. 어른들 집회한다고 조용히 하라는 분위기는 없었다. 꼭 말씀을 듣고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다. 그에 비해 우리네 수련회나 집회들은 말씀과 예배라는 우선순위를 강조하다가 정말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자문했다. 바로 다음세대에 매력적인 교회의 모습 말이다. 

독일 개신교 대회를 가봐야 독일교회의 진가를 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참 맞는 말이었다. 그 거대한 규모와 방대한 스펙트럼은 일찍이 보거나 들어본 일이 없다. 부러운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이게 평신도 운동이라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그리고 벌써 50년이 넘도록 이 풀뿌리 평신도 운동이 유지되고 계승되고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이점은 우리나라 교회의 평신도들의 각성과 연합이 절실한 지점이다. 목사 말 안듣는 안티 성도들 때문에도 골치가 아프다아프다 하지만, 사실 목사 말만 맹신하는 교인들 때문에도 교회가 곪아간다.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는데도 좋다고 박수나 치고 있는 교인들로는 안 된다. 독일 교회 교인들은 200년 전부터 목사만 믿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온게 독일사회의 핵심적인 사회복지기관인 디아코니다. 평신도라는 말자체도 종교개혁의 정신에 위배되는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며, 사람들이 바뀌어야 교회가 바뀐다.

믿음이 무너진 사회는 존속할 수 없다.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린 세상 속에 교회는 무엇을 답해야 할까? 믿음은 우리의 전공이다. "네가 무엇을 믿느냐?"는 질문은 세상의 조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질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요즘 세상에서 무엇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교회는 우리의 믿음을 세계에 증거해야 한다. 그러나 그 믿음이 그냥 죽어서 천국이나 가겠다는 소박한 다짐이라면, 이미 이땅의 교회가 이 세계에서 유통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자명하는 길이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소망의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답변할 답을 준비해야 한다.(벧전 3:15-16) 

이재용 (독일 빌레펠트교회 담임목사, Ruhr Universität Bochum 조직신학과 기독교윤리 박사과정 중)


<함께읽기> 

[문화선교리포트] 세계의 기독교 축제를 찾아서(1) : 독일의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

[문화선교리포트] 세계의 기독교 축제를 찾아서(2) : 영국의 그린벨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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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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