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독교 축제를 찾아서(2) : 영국의 그린벨트 페스티벌
the Greenbelt Festival
독일의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의 <수난극>에 이어 또 다른 기독교축제로 영국의 그린벨트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다. 그린벨트 페스티벌은 영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음악 축제로, 매년 8월 3-4일간 개최된다. 1974년인 초기에는 전 세계에 불던 록페스티벌의 열풍을 쫓아 크리스천 음악페스티벌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세상의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교회와 세상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음악뿐만 아니라 현대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회담, 워크숍, 토론, 코미디, 토크쇼 등의 장르를 보여주고 있으며, 음악과 시각 및 공연예술, 체험, 다양한 예배 등도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 축제와 문학, 고전, 영화, 청소년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그 밖에 각종 NGO와 대안교회, 공정 무역 단체들과 기업들이 참여하는 부대행사 등 영국 내 다양한 기독교 단체들을 이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40주년을 맞은 2013년의 주제는 “Life Begins in the imagination", 41번째를 맞는 2014년의 주제는 ”Travelling Light“이었다. 1999년부터 남부 도시 칠튼햄(Cheltenham)의 한 경마장에서 축제를 열었지만 15년 만에 처음으로 축제의 장소를 이동해 Northamptonshire의 Kettering 근처 Boughton House 부지에서 개최한 상황을 주제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페스티벌이 가졌던 유목민적 근원에 기인한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이동했던 고대 이스라엘의 믿음의 선조들처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을 담은 주제가 아닐까?
매번 축제는 넓디넓은 잔디 부지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대개 텐트 혹은 캠핑카에서 지낸다. 샤워는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 비가 오면 장화를 신고 진흙탕을 질척대면서 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린벨트 페스티벌의 상징은 장화다!) 뿐만 아니라 얇은 텐트 속에서 밤낮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영국의 기온 차를 견뎌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자그마치 2만 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이 페스티벌에 참석한다. 더 놀라운 건 이들 중 65%에 달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이곳을 다시 찾는다는 사실이다.
축제는 그리스도인의 삶,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정의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신앙, 문화, 정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그 방향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나님 편에 서라』는 책을 쓴 짐 월리스의 강의에는 2천 명이 모였고, “호모포비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란 주제의 강의가 그린벨트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로 손꼽히는 현상은 그들이 세상의 이슈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한 물음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진지하거나 한없이 무겁지만은 않다. 동시간대 캠프장의 이곳저곳에 다른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면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취향과 관심사대로 움직이며 여러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한다. 그러니까 참석자 모두가 정해진 동선이나 진행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쪽에서는 떼제 예배가 열리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콘서트, 또 다른 곳에서는 강사들의 강의나 설교가 이어진다. 유일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맥주를 들고 건배하며 찬송가를 부른다. (이렇게 은혜로울 줄은 몰랐다는 한국 참가자들의 간증이 이어진다!)
개중에는 로커들의 공연과 개인작업, 단체 작업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통 예배와 현대적인 이머징 예배도 공존한다. 모든 행사에 참여 가능하지만 참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9명이라는 최소한의 주최 측 인원만으로 축제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작은 불편함을 감내할 만큼의 자유와 여유로움이 이곳에는 있다.
2만 명에 달하는 참석자의 65%가 매년 다시 참석하고, 모든 재정의 15%를 정기 후원자가 담당한다. 거기에 2천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그린벨트 페스티벌은 이들의 자발적 헌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주최자가 만든 축제에 관객들이 와서 즐기는 기존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와서 즐기면서 행복해 하고, 나이가 적건 많건 여자이건 남자이건 이성애자이건 동성애자이건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 그들만의 축제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페스티벌의 훌륭한 취지는 곧 세상의 문화를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그린벨트 페스티벌은 신앙적이면서도 자유롭고 다양성을 포괄하는 소통의 장이다. 현대문화를 반영하면서도 결코 이 세상의 죄성을 간과하지 않고 축제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 그들은 교회와 세상의 간극에 갇혀 살지 않는다. 자신의 신앙을 문화를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며, 이를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그린벨트 페스티벌은 진정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 페스티발 http://www.greenbelt.org.uk/
사진
출처
박재필, 『즐거운 하나님: 교회, 놀이를 말하다』, (서울: 문화선교연구원, 2014), 부록Ⅱ. 축제, 사람들과 함께 놀다 중
성석환, “‘2013 그린벨트 축제’와 영국 교회의 새로운 도전”, 목회와 신학 292호(2013.10.)
이선화, “시도 때도 없이 떠나는 여자 - 삶은 여행(5)”, ivf 매거진(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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