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미국의 추수 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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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말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이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풍성한 만찬을 나누는 시간이다. 한국의 추석처럼 집을 떠나 멀리서 공부하던 자녀들과, 다른 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자녀들이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서 칠면조 요리와 다양한 음식을 나누는 가족들만의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추수감사절 예배도 오랜만에 모인 온 가족이 함께 같은 교회에서 예배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러므로 미국의 많은 교회들은 여전히 가족적인 예배를 드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가족들과 함께 모일 수 없는 이웃들, 풍성한 음식을 나눌 수 없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 여러 이유로 추수감사절을 홀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웃들도 주변에 많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 중심, 내 가족 중심의 추수감사절을 뛰어넘어, 교회가 앞장서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추수감사절 예배와 사역들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교회 주변 이웃들을 모셔서 식사를 대접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초대를 넘어, 직접 교인들이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웃들을 방문해서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단체와 기관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며 서로를 알아가는 사역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추수감사절 신학과 역사를 살펴보고 미국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추수감사절 신학

미국에서 추수감사를 Thanksgiving이라고 부른다. 추수감사예배를 Thanksgiving Service 또는 Thanksgiving Worship이라고 한다. 미국에선 11월 마지막 주가 추수감사 연휴라서 그 주간을 Thanksgiving holiday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추수감사라고 할때 Thanksgiving이 핵심 단어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Thanksgiving 은 성만찬과 관련이 있다. 영미권에선 성찬을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Lord’s Supper, Communion, Eucharist 등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 Eucharist는 헬라어(eucharista)로 Thanksgiving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성찬의 뿌리는 성경적으로 예수님의 만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실 때, 떡과 잔을 주님께 올려 드리고 감사를 드렸다. 성찬이란, 기본적으로 예수님의 제자들과의 식사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The Last Supper) 이전부터 여러 만찬을 즐기셨다. 세리의 집에 들어가서 세리들과 함께 만찬을 나누셨다. 또 여러 죄인들과 함께 식사 만찬을 함께 즐기셨다. 

그러므로 추수감사절 날 성도들끼리 함께 감사예배를 드리고, 떡을 떼며 함께 만찬을 나누어야 한다. 더불어서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한 만찬에서 떡과 잔으로 하나님께 감사 기도하였듯이, 지역사회와 함께 추수감사예배를 드리고, 함께 만찬을 나누는 것은 더욱더 예수님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2.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추수감사절 역사

추수감사절의 기원에 대해선 프로테스탄트들의 고유 창작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퓨리탄(청교도)들이 1621년에 한해 농사지은 농작물로 하나님께 감사 예배를 드렸다. 그 감사 예배 때 그들을 도왔던 인디언들을 초대해서 함께 떡을 떼며 만찬을 나누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추수감사예배에 대한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에 대한 역사적 기원을 미국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유럽으로 확대를 해보면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역사적 기원을 발견할 수 있다. 퓨리탄들이 미국에 도착해서 드린 추수감사예배는 그 이전에 유럽에서 이미 자신들이 경험했던 추수감사예배의 습관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추수감사절이 퓨리탄들의 고유 창작물이라기보단, 유럽의 고교회(High church)들이 이미 감사축제를 하고 있던 예식을 새로운 땅 미국에서 감사로 표현한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미 추수감사예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Harvest Festival in Autumn(가을 추수 축제)이 있었다. 영국의 대부분의 국교회들은 가을 추수감사 축제를 드렸다. 이 축제 때 교회들은 다양한 가을꽃들로 장식을 하고, 여러 색깔의 호박들로 교회를 꾸미는 것이 일반이었다. 이뿐 아니라 성도들은 교회를 올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먹을 것, 입을 것들을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풍성한 가을 수확을 자기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함께 나눈 것이다. 

미국 기원의 추수감사절에도 퓨리탄들은 낯선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디언들을 초대해서 예배를 드리고 만찬을 나누었다. 미국을 넘어 유럽 기원의 추수감사절에도, 가난한 이웃들에게 우리의 소유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므로 추수감사의 역사적 뿌리는 오늘날 교회들에게 이웃과 함께 해야 할 이유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3.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사례

1) 도시락을 전달하는 살렘교회(Salem Church)

피츠버그에 있는 살렘교회는 매년 추수감사절 날 지역사회에 도시락을 전달한다. 2001년부터 Thanksgiving Dinners Project 라는 이름으로 교회 주변의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나누어 주고 있다.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교회에 모여서 정성스럽게 매년 300개 이상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도시락을 포장하는 살렘교회 교인들

도시락의 내용물은 칠면조 고기와 으깬 감자 그리고 호박 파이로 이루어진다. 이 음식들은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 날 먹는 음식들이다. 걸어서 직접 배달하지만, 먼 거리는 차로 직접 배달을 하기도 한다. 

살렘교회의 비전은 “Don’t just go to church! Be the Church!” 즉 “단순히 교회만 다니지 말고, 스스로 교회가 되라”라는 것이다. 이런 비전 아래에서 추수감사절을 활용해서 지역사회를 섬기는데 온 교인들이 적극적이다. 오랫동안 도시락을 나누자 지역주민들 중에 고마움을 느끼는 분들이 교회를 출석하기도 한다고 한다. 


2)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차원으로, Holston 지역소속교회들 

Holston 지방회(장로교의 노회) 소속 연합감리교회들은 개인에게 집중된 추수감사절을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역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사실 미국의 많은 교회들이 개인이 받은 축복에 그저 감사하는 수준에서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그런데 Holston 지역의 교회들은 이웃들과 따뜻한 식사를 나눔으로써 추수감사절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되고 있다.

유니코이(Unicoi) 감리교회는 지역 사회 주민들을 초대해서 저녁 만찬을 베푼다. 바빠서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잠시 교회를 들러서 잘 포장된 음식을 직접 가져갈(Pick up) 수도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감옥에도 직접 음식을 배달한다. 몸이 불편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장애인들에게도 음식을 전달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정에도 추수감사 특별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어번(Auburn) 감리교회는 매년 조금씩 다르게 지역사회에 접근하고 있다. 2007년도에 처음 추수감사 만찬을 계획했다. 불우한 이웃들을 돕고 있는 지역 단체들을 통해서 교회에서 만찬을 베푼다는 광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 첫해에는 한 명도 참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해엔 교회로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음식을 전달 하기로 결정을 한다. 대성공이었다. 그 이후로는 푸드 트럭을 활용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음식뿐만 아니라, 옷을 선물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장난감을 전달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아가페 가방(Agape Bag)이라는 프로젝트를 전 교회적으로 진행했다. 이 가방 속에는 피넛 버터, 빵, 포도젤리 그리고 전도용 메시지 카드가 들어간다. 이 가방을 전달할 때, 여자와 남자 성도가 반드시 함께 전달한다. 남자와 여자가 한 팀으로 전달할 때, 이웃 주민들이 문을 훨씬 더 쉽게 열어 주고, 마음의 문도 훨씬 더 쉽게 열린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런 사역을 통해서 실제로 교회로 찾아와서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세례까지 받으면서 교회의 일꾼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유니코이교회에서 음식을 가져가는 지역주민들

추수감사 음식을 전달하기 전에 기도하는 어번교회 찰스 커밍스 목사


닫는말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위치가 처참할 정도로 무너져있다. 교회가 더 이상 세상에 영향력을 주기보단 세상이 오히려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추수감사절의 신학과 역사를 기억하며 미국교회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만찬을 나누고, 1년 동안 하나님이 주신 축복들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추수감사절을 기획해보자. 구체적으로 교회 주변의 대학생들과, 경찰, 소방관 등을 초대해서 함께 만찬을 나누어 보자. 가난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직접 찾아가서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것도 추수감사절의 신학과 역사를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요즘처럼 한국사회가 갈등과 분열로 긴장이 높을 때, 교회가 앞장서서 다른 단체들과 기관들과 연합해서 사회적 긴장을 낮추는 사역을 시도해보는 것도 추수감사절의 정신이 될 것이다.

정영진 목사

미국에서 18년째 살고 있다. 미국 풀러 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남가주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그린힐스교회를 담임목회 하고 있다. 그린힐스교회는 다문화 교회다. 백인, 남미, 한국 회중이 하나의 교회를 이루어서 공동목회를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교회다. 다문화 교회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몸으로 직접 경험함으로써 다가올 한국의 다문화 교회의 모습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이머징교회들의 예배들을 분석하며  Music and Art와 Ritual(예배예식) 사이의 다이내믹스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은 교회와 대중문화, 교회와 지역사회 사이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고민들을 미국교회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연구하면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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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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