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칼럼]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문화선교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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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요한복음에는 예수님께서 간음한 한 여인을 용서하신 일화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성전에 들어가셨을 때, 사람들은 음행한 여인을 예수님 앞에 끌고 왔습니다. 당시 율법에 따르면 간음한 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죽이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니 어찌된 영문인지 서기관과 바리세인들은 예수님을 덫에 걸리게 하려는 그릇된 심보로 여인만을 끌고 예수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사랑과 율법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 예수님은 땅바닥에 한 동안 무언가를 쓰시더니,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는 말씀을 하셨고 살기에 가득 차, 돌을 쥐고 있던 모두는 하나 둘 씩 모두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모든 상황이 끝나자 예수님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는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며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성전에서 일어난 이 일화 속엔, 사람을 향한 마음이 어떠해야 함이 배어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엔 두 종류의 대조된 모습이 드러나 있습니다. 죄를 지은 한 사람을 물건처럼 끌고 온 종교 지도자들은 그 사람에 영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예수님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채로 율법준수라는 자신들의 진리에 사로잡혀 예수님을 정죄할 목적으로 한 사람의 생사를 마음대로 결정지으려 하였습니다. 반면 예수님은 그 사람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셨습니다. 비록 그 사람이 지금은 죄에서 자유하지 못했지만, 다시금 주어진 생을 잘 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아주셨고, 죄에서 해방되어 굳세게 살아가라 격려하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과의 영혼의 만남으로 새로운 삶이 그녀에게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희망의 변두리에 내몰려 있던, 죄인과 세리, 병자와 과부, 사마리아인 여인이 하나님 나라의 주역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진심을 보아주신 예수님의 시선이 있었고 만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 복음이 전해졌고, 사람도, 세상도 바뀌어 갔으며 하나님 나라는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이 만남 속에서 우리는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문화선교의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문화선교란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죽음의 문화들을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꽃피워 내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라 할 때, 이 일은 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분리와 배척, 소외 현상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죄란 본래 자기중심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회개란 그 중심에 하나님을 두는 것이며, 그 새로운 중심에서 타자인 이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통해 바라본 이웃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재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헤아림 받아야 할 존엄성을 지니게 됩니다. 이러한 ‘존재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곳,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이며 교회의 문화선교가 지향하는 가치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 안에 팽배한 긴장과 갈등들을 보게 됩니다.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 서로를 향한 미움과 증오, 혐오마저 느끼는 험악한 기운이 더욱 우리 공동체를 장악하는듯하여 공동체의 긴장지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세력간의 대립은 물론, 세대, 이념, 지역, 정체성 등을 둘러쌓고 서로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듯한 ‘뺄셈의 존재론’에 포로가 되어 있는 듯합니다. 한국사회의 통합이 얼마나 어렵고도 시급한 과제가 되는가를 절감케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의 책임적인 자세가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안에 강고하게 자리 잡은 자기중심성이라는 우상을 직시하고 무너뜨려야 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서로를 향한 긍휼함을 배우고, 인정 어린 시선으로, 그를 향한 돌멩이를 거두어 들임으로,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의 길을 따르는 성숙한 신앙인이자 시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모든 것에서 하나님을 봅니다”라고 말한 옛 그리스도인이 지닌 사랑의 시선을 우리 사회에 더욱 비추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문화선교의 시작이 될 테니까요.

백광훈 목사 (문화선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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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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