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포럼 시네나잇 스케치]영화도 보고, 강연도 듣자! 이무영 감독님과 함께한 영화 <행복한 라짜로>



필름포럼 프로그램 ‘시네나잇’은 매달 의미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이무영 감독과 함께 토크쇼를 진행한다. 지난 7월 12일 시네나잇은 영화 <행복한 라짜로>를 선정했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장치들도 궁금했고, 기독교적인 느낌이 다분한 모티브들도 알고 싶어졌다. 그렇기에 더욱 이무영 감독과 함께 읽는 영화 <행복한 라짜로> 시네나잇은 좀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무영 감독은 먼저 이 영화를 보며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기독교적 세계관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익숙하고, 기독교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낯선 것이다. 또한 성경 뿐 아니라 다른 신화적인 모티브가 사용되어 더욱 어려운 느낌을 준다고 했는데, 예를 들면 이탈리아 신화에서 등장하는 늑대의 의미와 같은 관련성들이다. 또한 라짜로와 라짜로를 제외한 등장인물들 사이의 시간이 차이들도 보는 내내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가늠하지 못하게 만드는 헷갈리는 효과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무영 감독은 이어서 관객들과 함께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무영 감독의 바람대로 그 시간은 서로 느낀점들을 공유하고 해석의 깊이를 넓혀가는 시간이었다. 


“어떠한 기독교 모티브가 담겨있나요?”

이무영 감독은 희생과 헌신 그리고 핍박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강력한 기독교 모티브가 드러난다고 보았다. 라짜로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이용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을 이용한 탄 크레디를 위해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스토리에서 기독교적인 모티브가 녹아져있다. 


늑대와 침묵 

특히 이무영감독은 라짜로에서 등장하고 있는 늑대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그리고 하나님의 침묵을 묶어 설명했다. 

“로마의 건국신화를 살펴보면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형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 늑대는 어머니 혹은 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 늑대가 라짜로의 순교, 즉 헌신의 마지막 장을 지켜보고 홀연히 떠나는 모습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대속의 사역과 그것을 침묵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하나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죠.”


음악이 떠나는 장면

영화 속에서 라짜로와 함께하는 무리들이 아름다운 예배음악에 끌려 예배당을 찾았을 때, 이 음악은 외부인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며 나가라고 쫓아낸다. 이무영 감독은 이 장면이 참 가슴아픈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노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실 누구보다 예배음악의 치유와 아름다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라짜로와 같은 마음이 가난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인데, 교회는 자신들만의 천국을 만들고 문턱을 자꾸만 높이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무영 감독은 과거 초기 교회시대 즉 로마에 핍박을 받으면서도 굳건한 신앙을 지켰던 교회의 역사를 돌아볼 때 과연 지금 교회가 그 때 만큼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라짜로의 멍한 표정

이무영 감독은 중간에 멍한 상태, 초점을 잃을 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라짜로의 얼굴의 느낌이 담고있는 의미, 그에 대한 성서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쯤 유일하게 눈물을 흘리고 무표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건 슬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줄거리 상 라짜로 개인이 처한 처지에 대한 슬픔으로 포장될 수도 있지만, 그 의미를 넘어서는 그가 세상에서 느끼는 슬픔인 것 같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에 십자가에 달리기 전날 밤 피땀 흘리며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왔기 때문에 당시 가장 무서운 로마 제국의 형벌, 번역자들을 처단하는 형벌이기 때문에 무엇인지 알고 자기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제자들에게 부탁하지만 제자들은 그것이 무겁고 힘겹고 피곤하기 때문에 그 청을 따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슬퍼하지만 결국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홀로 기도하다가 자기에게 정해진 그 길을 가시게 되죠. 저는 그 부분과 굉장히 흡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무영 감독은 라짜로의 슬픔을 다른 장면으로 한 번 더 설명했다. 은행의 기능도 모르는 라짜로가 탄 크레디의 과거 재산을 회복해주기 위해서 은행으로 가서 그의 재산을 돌려달라고 한다. 그것은 라짜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내가 아니라 타인의 유익을 위해 헌신하기 전 세상을 향해 바라보는 시선이 나오는데, 이무영 감독은 그 때 라짜로가 느끼는 슬픔은 자신을 넘어서 신의 슬픔이 아닐까 거의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객들의 적극적인 감상평이 이어졌다. 한 관객은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짜로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살아났을 때 늑대가 선한 사람의 냄새를 맡고 잡아먹지 않는데서 감동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선한 사람들, 그런 신의 모습을 우리가 마주하면서도 때로 너무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선한 이들의 존재 자체를 터부시하게 되는 오늘날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우정을 위해, 이웃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라짜로의 모습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한 이웃사랑을 상징적으로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고 말하였다.      

이무영 감독은 분명히 리얼리티 같았던 영화가 헷갈리기 시작하는 지점이 바로 그 지점, 라짜로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서부터라고 답했다. 그 장면 이후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현실을 뛰어넘는 설정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장면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는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하셨다(요 15:13). 개인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희생의 스토리가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어서 또 다른 관객은 라짜로의 캐릭터를 통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속 미쉬낀 공작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자기가 만든 수많은 인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인물을 탄생시키고 싶다는 열의로 만든 작품 <백치> 속 미쉬낀이 생각났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고. 그 사람 앞에서는 거짓을 이야기하기 힘들어지고 자기 가면을 벗게 되죠.” 

관객은 이어서 마치 행복한 라짜로에서 라짜로는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존재감이 있는데 그러한 장면들이 모두 뭉클했다고 전했다. 백치의 미쉬낀 공작도 마찬가지로 큰 도움을 주지는 않아도 모든 고난 가운데 함께 있다. 그런 모습 속에서 두 캐릭터의 만남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또 다른 감동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늑대에 대한 상반된 해석

이무영 감독 역시 인간의 감각으로는 모두 느끼지는 못하지만 신이 항상 인간의 곁에 있다는 것, 그 공간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묵직함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객은 이무영 감독에게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늑대가 차량 사이로 걸어오는데, 큰 의미가 있어보이는데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시는지요? ”

이무영 감독의 대답이 이어졌다. 

“저는 그 늑대를 신의 입장으로 봤습니다. 신은 심판하시는 분인데 라짜로가 떨어졌을 때 선한 냄새가 나서 잡아먹지 않아요. 30년 전에 제가 한 줄 써놓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라는 주제인데, 성경말씀에 예수님께서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 하니까 사람들이 모두 돌을 내려놓고 가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라짜로에게 다 돌로 칩니다. 그 장면에서 늑대가 마지막으로 은행에 등장하는데 인간들이 하는 행동을 보며 인간세계에 대한 포기와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적이건 사회적으로건 시스템의 문제를 떠나서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른 관객도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늑대가 어딘가 정처없이 가지 않고 스크린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신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도 역시 늑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올 때 “너는 어떤 선택을 할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답했다. 


"영화 제목이 왜 <행복한> 라짜로 일까?"

이어서 한 관객은 영화 제목인 <행복한 라짜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라짜로는 불행해 보이는데, 왜 행복하다고 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라짜로 같은 사람만 있다면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죠. 라짜로가 모자라 보이고 안 되어 보인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가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팔복의 말씀들이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행복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의를 위하여 핍박 받는 사람들..’ 왜 이들이 행복할까? 가만히 보니 라짜로가 팔복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어서 우리가 라짜로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성서에서 말하는 행복과 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라짜로의 삶을 절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희망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그 관객은 이어서 오늘 행복한 라짜로와의 만남을 라짜로처럼 살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저런 삶의 귀함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계기로 삼아보겠다고 말했다.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무관심이 당연한 세상 속에서 우리를 향한 라짜로의 존재감은 너무 묵직해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 필요하다.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라짜로의 존재는 우리에게 신비이자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완전한 사랑 그 자체다. 오늘 우리는 라짜로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날 7월 12일에는 <행복한 라짜로>에서 탄 크레디 역을 맡았던 루카 치코바니가 필름포럼에 특별 게스트로 오셨어요. 

정말 행복했답니다♥ 필름포럼이 반짝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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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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