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대의 창조신앙] 여섯 번째 이야기: 과학시대 세계관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_김정형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과학 시대의 창조 신앙 앞으로 6회에 걸쳐 발표한 글들은 필자가 최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10집(2018.10)에 발표한 논문(“과학 시대의 도전과 기독교교육의 과제”)의 내용을 일부 편집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과학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변화된 세계관에 눈높이를 맞추어 전통으로부터 물려받은 창조 신앙을 새로운 언어로 다시 기술하고 고백하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기억할 점은 현대 과학을 통해 변화된 세계관은 대게 기독교 창조 신앙의 핵심 진리에 관계하기보다는 그 핵심 진리를 전달하는 매개 혹은 수단과 관계한다는 점이다. 이미 성서 시대로부터 하나님의 백성은 그들이 믿는 신앙의 핵심 내용을 당대의 ‘과학적’ 세계관과 통합하여 신앙 진리의 이해력과 설득력을 증가시켰다.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다음세대의 창조 신앙 역시 변화된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것을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 혹은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관은 대체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큰 상관이 없다. 우리는 복음의 핵심과 별로 관계가 없는 현대 과학의 세계관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일에 장애물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특별히 다음세대를 생각할 때에는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대 과학의 세계관을 매개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방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복음은 상황화된 복음이다. 오늘날 우리의 문제의식은 과학 시대를 사는 다음세대에게 복음의 진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본질적인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비본질적인 영역에서는 성육신적 적응(눈높이 맞춤) 전략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성경의 저자들은 당대의 언어와 문화와 과학적 지혜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당대의 청자들(독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이후의 모든 신앙인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성서 저자들의 주된 관심은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섭리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과 성품에 대해 알리는 것이었지만, 당대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그들의 사고방식, 언어, 세계관, 문화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종교개혁자 존 칼뱅은 성경의 영감을 설명할 때 눈높이 맞춤(accommodation)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이 점을 분명해 했다. 오늘날 신앙인에게 필요한 것은 성경의 저자들과 이전의 모든 신학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독자들(청자들)의 사고방식과 세계관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언어로 고백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 과학이 밝혀낸 창조세계의 구체적인 모습과 역사와 메커니즘이 전통적인 신학에서의 그것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응당 감당해야 할 과제 혹은 도전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우리는 성경과 기독교 전통 안에서 하나님에 관한 영원한 진리와 시대적, 문화적 한계를 가진 세계 이해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 과학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 이해를 제시할 때, 현대 과학을 거부하고 과학 이전의 세계 이해를 고수하며 그것이 마치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인 양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 시대 창조 신앙은 신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신앙과 과학이 서로 갈등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도, 서로 무관하다고 보는 것도 다음세대를 위해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 시대 창조 신앙은 다음세대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는 확고한 신앙 안에서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관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현대 과학이 이야기하는 빅뱅에서부터 오늘날까지의 빅 히스토리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의 원칙에 따라 자연 세계의 물리적 측면을 설명한다. 빅 히스토리가 이야기하는 세상은 신앙의 눈으로 볼 때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이요, 죄와 악이 가득한 세상이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속된 세상이요, 종국에는 새 창조를 통해 완성될 세상이다. 현대 과학의 빅 히스토리와 성경의 하나님 나라 이야기는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두 이야기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나의 세계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로 다른 언어로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 시대 창조 신앙은 빅 히스토리의 과학적 세계관을 품고서 그것을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낸, 보다 포괄적인 기독교 세계관을 지향해야 한다.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성직자이며 2002년 템플턴상을 수상한 존 폴킹혼(John Polkinghorne)은 2011년 기독교 교사들을 위해 쓴 한 논문에서 과학의 불완전성을 강조한다. 폴킹혼은 20세기 과학이 발견한 자연 세계의 근본적인 예측불가능성이 우주가 닫힌 인과율의 체계가 아니며 하나님과 인간의 행위에 열려 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고 해석한다. 또한 우주가 이해 가능하다는 사실은 창조주의 지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주가 유기체의 탄생이 가능하도록 미세 조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피조물이 스스로를 만들 수 있도록 하나님이 우주를 만드셨다는 사실은 신정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폴킹혼의 이러한 접근밥식은 과학 시대 창조 신앙이 나아갈 방향의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각주:1] (이상으로 "과학 시대의 창조신앙" 총 6회의 연재를 마칩니다.)


김정형 교수(장신대) 예수님을 사랑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며, 평화의  나라를 소망하고,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며,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신학자. 우주의 종말에 관한 신학과 과학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 작성, <분단 한국을 위한 평화의 신학>의 저자,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조교수.





 

  1. John Polkinghorne, "The incompleteness of science: reflections for Christian teachers and for others interested in the science–religion relationship," International Studies in Catholic Education 3, no. 2 (2011), 136-144. [본문으로]

게 시 글 공 유 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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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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