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대의 창조신앙] 네 번째 이야기: 과학적 무신론은 없다!




과학의 발전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을 요청하지 않고도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역사가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은 초월적인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이 땅의 역사를 결정하는 주권자라는 인상을 준다. 말하자면,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역사 속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새로운 무신론자들”으로 알려진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 과학 기술이 누리고 있는 권위에 호소하여 자신들의 세속주의적, 유물론적, 무신론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중략) 그렇다면 과학의 권위에 기댄 무신론자들, 유물론자들, 세속주의자들의 주장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물리적인 세계를 넘어선 초월적인 세계의 존재에 대한 우리의 믿음, 나아가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자” 곧 사랑과 능력으로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을 지켜낼 수 있을까? - <과학 시대의 창조 신앙: 첫 번째 이야기>(www.cricum.org/1391) 중에서

과학 시대가 제기하는 과학적 무신론의 도전과 관련하여, 우리는 과학이 어떤 경우에도 무신론을 지지하고나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 무신론’은 말하자면 자체 모순된 표현이다. 무신론은 과학적 근거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무신론 과학자’ 곧 무신론을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을 따름이다. 

과학이 결코 무신론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과학은 방법론적 자기 제한을 통해 자연 세계만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자연 세계를 넘어선 또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아무런 주장을 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 시대 창조신앙 교육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에 근거한 과학적 탐구와, 과학적 탐구 영역을 벗어나 형이상학적 자연주의를 주장하는 유물론적 무신론 사이에 아무런 논리적 연결고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다음세대 아이들이 후자는 배척하되 전자는 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 시대 창조신앙 교육은 과학이 종교적으로 중립적이며 과학 이론에 대한 무신론적 해석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 이론에 대한 유신론적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앙 교육 안에 빅 히스토리에 대한 과학 교육을 포함시키면서 현대 과학이 밝혀낸 세계가 다름 아닌 우리가 신앙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과거 아이작 뉴턴은 자연 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함으로써 하나님이 자연 세계에 새겨두신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연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손의 작품을 알아간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광대한 시공간의 우주와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의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창조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 탐구 결과로부터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연신학의 시도와는 전혀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과학으로부터 우리는 하나님의 존재나 부재에 대해서 어떠한 결론도 도출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근거하여 우리가 가진 신앙의 눈으로 현대 과학이 밝혀낸 자연 세계를 하나님의 창조 세계로 해석하고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경과 자연이라는 두 책을 주셨는데, 성경은 하나님의 성품과 경륜에 관하여 권위 있게 증언하는 책이라면, 자연은 하나님이 창조 섭리의 일면에 관하여 권위 있게 증언하는 책이다. 신학자가 성경의 책을 해석하는 전문가라면, 과학자는 자연의 책을 해석하는 전문가이다. 과학자는 성경의 책을 해석하는 신학자의 권위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신학자는 자연의 책을 해석하는 과학자의 권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신학자는 신학의 고유한 영역을 주장하되 신학 자체의 한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고, 과학자는 과학의 고유한 영역에 집중하되 과학 자체의 한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신학자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구체적인 모습과 역사와 메커니즘에 관한 한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성경이 그 주제에 관한 권위 있는 주장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구체적인 모습과 역사와 메커니즘에 관한 한 비록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과학자가 내놓은 이론이라고 할지라도 과학자 공동체 안에서 권위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신학자 역시 과학의 한계 내에서 그 과학자의 이론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과학자는 자연의 책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자는 그 과학자의 의도나 신념과 상관없이 그의 과학적 통찰로부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요컨대, 과학 시대 다음세대를 위한 창조신앙 교육은 자연 세계에 대한 탐구에 관한 한 과학의 고유한 권한을 인정하도록 가르치고, 그 점에서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과 상식을 공유하며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나아가, 과학이 탐구하는 자연 세계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임을 강조함으로써 과학을 무신론의 근거로 삼는 무신론 과학자들의 논리에 맞서도록 훈련시키는 한편, 과학이 밝혀낸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과 광대함과 오묘함과 조화로움을 보며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글쓴이 김정형

예수님을 사랑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며, 평화의  나라를 소망하고,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며,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신학자. 우주의 종말에 관한 신학과 과학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 작성, <분단 한국을 위한 평화의 신학>의 저자,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조교수.

6회에 걸쳐 발표한 글들은 필자가 최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10집(2018.10)에 발표한 논문(“과학 시대의 도전과 기독교교육의 과제”)의 내용을 일부 편집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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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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