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대의 창조 신앙] 세 번째 이야기: 성서 비평을 수용하는 창조 신앙




신앙 교육 내용에 있어 많은 한국 교회는 여전히 16-17세기 종교개혁 시대의 세계관, 언어, 성경 해석, 신학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사실 지난 수 세기를 지나는 동안 수많은 전문 성서학자들과 교의학자들이 과학 혁명 이후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직면하여 신실한 기도와 학문적 열정 가운데 기독교 신앙에 대한 보다 폭 넓고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해 왔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현장 교육 담당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세기 성경 이해 및 신학적 이해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거의 아무런 지식이 없다. 오히려 과거 종교개혁 시대 혹은 이후 정통주의 시대의 성경 해석과 교리 전통을 ‘불변하는 진리’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성경 해석과 신학 전통을 정죄하는 일부 신학자들의 영향 아래, 종교개혁자들보다 더욱 경직된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과 근본주의적 교리 전통을 고수하며 그것을 다음세대 아이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혹자는 교회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신도 교사가 신학교에서나 배우는 성경 주석 방법이나 신학 이론을 배울 여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생각이 매우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음세대 청소년들은 이미 학교에서 최근 과학 이론을 교육 받고 있다. 과학 교사들은 자신들이 학창 시절 배운 과학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과학 이론을 스스로 배워서 가르친다. 그런데 교회 교사들은 어린 시절 배웠던 그 내용을 거의 그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말하자면, 교사들은 물론 교역자들에게서도 최근 성경 해석과 최근 신학 이론에 대해서 배우려는 의지도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 교육과 신앙 교육 사이의 시간적 불균형이 더욱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교육 내용에 있어서조차 둘 사이에 질적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앙 교육의 내용과 관련한 이 같은 수구적 태도는 마치 자라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다 자란 성인에게도 유아기적 사고방식을 계속해서 강요하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의 지성은 대체로 이미 상당한 정도로 성숙했지만, 성경 해석 및 신앙 이해에 있어서만큼은 많은 경우 아직까지 유아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과거에 배운 과학 이론은 대부분 잊어버렸다고 할지라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만은 그 사람의 삶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한국 교회의 신앙 교육에서는 성경의 문자적 진리나 교리의 명제적 진리를 주입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해석학적 사고 훈련이나 신학적 사고 훈련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성세대와 다음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변화하는 세계관과 변화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성경을 시의 적절하게 해석하고 하나님의 뜻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명제적, 문자적 진리를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필자가 볼 때 바로 이와 같은 신학적 미숙함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 시대의 창조 신앙은 신앙 교육의 내용 면에서 축자영감설에 기초한 문자주의적 성경해석과 근본주의적 교리 신학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으로 신앙 교육은 성서 비평을 포함하여 최근 성서학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그것을 넘어서 스스로 또한 공동체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신앙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근까지의 성서학 연구가 반영된 해설 성경이나 최근 성서신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단행본을 소개하고 함께 공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성서공회에서 편찬한 『관주 해설 성경』은 성경 각 책, 각 단락에 대한 역사비평, 문학비평, 신학비평의 연구 결과들을 엄선하여 담고 있으며,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을 극복하는 한편 신학적 사고를 결여하고 있는 단순한 역사적 연구를 넘어서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교육목회를 담당하는 교역자는 물론이고 교회학교의 교사와 기독교가정의 부모까지 최근 성서신학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성경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을 듣는 일을 대체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지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교만한 일이지만, 성경에 대한 엄밀하고 정직한 지적 탐구 결과를 무시하고서 성경의 진정한 메시지를 읽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지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태만한 일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 교육에 헌신하는 모든 지도자는 성경이 형성된 과정, 성경의 기본적인 줄거리, 성경 각 권이 기록된 역사적 배경, 성경에 기록된 글의 다양한 문학 장르, 때로는 공명하지만 때로는 상충하는 다양한 신학적 관점 등 성경의 ‘문자’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적인 지식을 함께 배우며 쌓아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성경 본문의 피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이면을 관통하고 있는 진리,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진리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성경의 문자를 관통해서 하나님의 진리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령님의 조명이 필요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 교육은 이미 주어진 정답을 암기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성경 말씀을 관통해서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법을 훈련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신앙은 과학보다 더 심오한 진리를 다룬다. 둘째, 기독교 신앙은 단순히 맹목적인 신앙이 아니고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다. 과학적 진리보다 더 심오한 진리에 접근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일은 과학적 진리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일보다 더 깊은 차원을 요구한다. 신앙의 진리는 단순히 머리로 암기하고 입으로 고백하는 것으로만 소화될 수 있는 성질의 명제적 진리가 아니다. 물리적, 자연적 원인을 다루는 자연과학의 진리와 달리 신앙의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속성과 계획을 다룬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 그 신앙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비단 전문 신학자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모든 목회자, 기독교교육 지도자, 교회학교 교사, 기독교가정의 부모, 자라나는 다음세대 아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진리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진리를 이해하기 위해 진력하는 ‘신학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서 신학은 신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모든 신자의 책무이다. 이를 위해 유아기나 아동기의 아이들에게는 성경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이 필요하고 또한 유익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육의 수준에 걸맞게 성경 교육과 신학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김정형 교수(장신대) 예수님을 사랑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며, 평화의  나라를 소망하고,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며,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신학자. 우주의 종말에 관한 신학과 과학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 작성, <분단 한국을 위한 평화의 신학>의 저자,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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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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