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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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올림픽을 지향했던 평창올림픽은 우리에게 평화를 향한 희망과 함께 적잖은 과제를 주었다. 그중 남북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쟁과 젊은 세대의 비판적 여론은 우리에게 세대 사이의 인식에 대한 차이와 함께 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줬다. 일반적으로 세대란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함께 거치면서 같은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세대란 “진정 동시대인이라는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을 함께 겪었던 사람들과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데 이것이 세대를 묶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세대들을 대체로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정보화 세대로 구분한다. 산업화 세대는 경제성장 주역으로 활동했던 세대로, 대체로 60대 이상에 해당한다. 민주화 세대는 권위주의를 종식하고 민주주의 정착에 애썼던 이른바 ‘386 세대’로 상징된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민주화 세대가 50대 중·후반에 이르기도 하였다. 정보화 세대는 주로 20, 30대를 가리킨다. 

산업화 세대는 6·25, 4·19, 5·16 등의 국가적 대사건을 체험한 세대, 가족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세대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기 시작한 세대, 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시 은퇴에 압박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이룬 정보화 및 세계화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지 못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민주화 세대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동조해온 세대, 개인적 욕구와 공동체적 가치 사이에서 고뇌해온 세대, 경제적 풍요와 외환위기를 동시에 체험한 세대, 2002년 대선 이후 사회적 중심세력으로 떠오른 세대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고용불안과 자녀교육으로 시달리는 세대이다. 

정보화 세대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정보환경에 친숙한 세대,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결실을 동시에 향유한 세대, 이념보다 문화 코드로 동질감을 느끼는 세대, 한국적 규범 대신 세계적 규준을 중시하는 세대, 생존 문제를 넘어선 삶의 질을 추구하는 세대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쟁 사회와 청년실업의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나라와 교회를 부흥케 한 기성세대, 특히 산업화 세대는 전통적 가치와 문화를 지키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대 변화에 응답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가진다. 반면 정보화 세대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대는 자신들이 경험하는 현재와 미래가 너무 버거워서 기성세대가 이룬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에 대한 인정과 감사가 부족하기 쉽다.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새롭게 전개되는 세계와 세대 출현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이다. 이제 각각의 세대는 자신들에게 베푸신 은총을 감사하며, 다른 세대를 향한 새로운 역사를 배워야 한다. 서로에게 배운다는 것은 서로를 통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구속의 은총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먼저 산업화 세대는 새로운 세대들의 뿌리가 자신들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기억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열린 태도로 새로운 세대를 품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세대는 나라와 후손들을 위해 노력한 기성세대, 즉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에 대한 역사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감사해야 한다.

세대별로 다른 경험들이 갈등을 낳을 수 있으나 교회는 이해와 포용을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공동선을 이뤄 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의 새 창조 역사로의 부르심은 어느 한 세대에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세대를 향한 것이다. 경제적 이해가 세대를 갈라놓고, 사회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당파적 유익을 위해 세대갈등을 부추기지만 교회는 전 세대를 품는 사랑의 공동체를 세워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교회의 시대적 소명임을 기억하자.


문화선교연구원 CVO 임성빈(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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