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지역과 소통하는 ‘장소’로써의 도서관 – Books and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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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장소라는 말은 얼핏 비슷한 단어인 듯하지만, 사실 사뭇 색다른 표현일수 있다. 데카르트는 "공간은 좌표가 없는 균질 공간의 개념이고 장소는 좌표가 있는 것" 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좌표가 없는 공간에서 그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 공간은 장소가 된다. 그리고 그 장소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며, 현대사회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장소들이 서로 얽히고설키어, 소통과 교류를 이루어 간다. 

교회라는 공간은 분명한 좌표, 즉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장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소 또한 다른 이야기를 담은 장소와 소통하고 교류 할 수 있어야한다. 이에 교회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장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고 그 고민은 여러 형태의 장소들로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교회 카페, 도서관, 문화센터, 공부방 등은 그렇게 생겨났다.

그렇지만, 세상은 늘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담은 장소, 그리고 장소에 담긴 이야기 또한 늘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한다. 세상은 2017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교회는 아직 1990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미 그 장소는 소통으로써의 매개 역할을 상실한 것이다. 때문에 이런 장소는 늘 새롭게 변화될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한다. 이에 이번 문화선교리포트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새로운 이야기를 담기위한 장소로 거듭난 노력의 현장을 찾아보았다.


2017의 새로운 이야기, 어떻게 담을 것인가

소망교회 도서관은 1989년에 만들어졌다. 대충 계산을 해봐도 거의 30년에 가까운 긴 이야기가 담긴 장소였기에,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필요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담을까 하는 것이었다. 기존에 해오던 교회중심의 방식으로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교회는 현대의 흐름에 맞는 이용자 중심, 사용자 중심의 재배치에 중점을 두게 된다. 그래서 교회는 일본의 츠타야 도서관, 교보문고, 코엑스 별마당과 같은 유명한 도서관 및 서점을 벤치마킹한다.


디테일과 머물고 싶은 장소

이러한 노력은 공간의 디테일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도서관에는 이용자 편의를 위한 많은 디테일이 숨어 있다. 이용자를 위한 방석, 서서 책을 고르며 메모할 수 있는 작은 받침대, 그리고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바닥에는 열선을 설치해 난방이 가능하다. 기존의 환하고 조용한 도서관 이미지 탈피를 위해 조도나 음악 등을 섬세하게 조절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도서의 분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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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많은 공간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되었다. 그 이유는 그 공간을 소비함으로 인해 기대되는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처음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이용객들이 최대한 그 공간에 정지 할 수 있는 의미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이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과 배치로 이어지게 된다.

소망 도서관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이용자 중심의 도서배치를 차용한다. 기존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이용자 중심 도서 분류 원칙의 가장 쉬운 예는, 아동도서가 배치된 곳에 엄마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서적들이 함께 배치되는 방식이다. 같은 카테고리, 비슷한 의미의 주제들을 연속성 있게 배열하는 것이다. 아이와 엄마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 한 공간에서 의미를 찾는 장소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소망교회 도서관은 기존의 십진분류법에 이러한 이용자 중심으로 그룹을 묶고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도서 분류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지역사회를 매개하는 전이공간(Transition Space)으로써의 재배치

도서관과 카페가 위치한 장소는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도서관과 카페는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장소는 예배당 건물과 예배당 앞쪽 주택단지 사이에 위치한다. 이것은 이 매개 공간이 교회와 지역 사회를 이어주는 전이공간으로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연결점으로 보여 졌다. 예배당을 나와 바로 보이는 카페 출입구로 들어서면 카페를 지나 건물 뒤편의 주택단지로 나갈 수 있다. 반대로 주택단지에서 들어서는 그 출입구는 카페를 지나 예배당을 바라보며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이 카페는 바로 옆에 도서관과 하나의 통로로 연결된다. 이러한 공간의 연속성은 이 장소가 지역사회와 교회를 이어주는 전이공간으로써 의미 있는 상징성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공간의 연속성을 위해 주택단지와 연결되는 문이 수 년 만에 개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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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카페는 소망 복지재단의 장애우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하는 의미로써의 장소, 주일에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소,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그 공간에서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의 장소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자랑이 아닌 섬김의 모델로

소망교회는 올해 40주년을 맞는다. 이번 카페, 도서관 사업의 관계자는 이 일의 시작이 ‘교회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교회가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 눈높이를 더욱 낮추고,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세상의 흐름과 변화와 트렌드를 읽어 한국교회에 이러한 것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통을 위한 교회의 노력은 옛것과 새것, 교회와 세상,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이루어내야 하는 과업이다. 그것은 어느 한 교회만의 일도 아니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한국교회라는 ‘공간’속에 각각의 상황과 각자의 역할에 맞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장소’들이 더욱 풍성해지고 많아지길 소망한다.


이 글을 쓴 정민식 목사는 문화선교연구원 기획간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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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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