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으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보기 : 기계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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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미국인에게 특별한 해였다. 무엇보다 영화적으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개봉되었다. 3D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 자리매김 되었던 이 영화는 10여년 이상의 준비 작업을 거쳐 제작되었다. 혹자는 영상산업의 혁명이라고도 평가할 정도였는데, 카메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화사에서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자신의 또 다른 작품 <타이타닉>(1998)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영화의 흥행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에 충분했고 또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인들에게 경제회복을 위한 하나의 사인이었다.

이 해에 일어난 일로 기억될만한 것은 소위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비행기 불시착 사건이다. 2009115, 155명의 탑승객을 태운 US 에어웨이즈 1549편 여객기는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버드 스트라이크(항공기와 새떼와 충돌하는 현상)로 양쪽 엔진에 손상을 입었다. 기장은 회항하든가 인근 공항으로 가라는 관제탑의 지시와는 달리 여객기를 허드슨강에 비상 착수했고,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승객들을 차분하게 이끌어 무사히 비행기 밖으로 탈출시켰다. 강에 불시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객 전원이 무사했던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당시 기장은 체슬리 셀렌버거였다.

 

이 사건에 대해 미국 국민이 보인 반응을 말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에서도 잠시 스쳐가듯 언급되고 있지만, 당시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였다. 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2009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던 때에 발생한 이 사건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했을 뿐만 아니라 잔뜩 위축된 미국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기적이라 여길 만큼 이 사건은 미국의 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의 불빛이기도 했다. 그래서 신문은 사건에 대해 연일 대서특필했고, 방송 헤드라인은 언제나 이 사건으로 가득했다. 여론은 단지 자신의 최선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기장 셀렌버거(톰 행크스)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기에 분주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플라이트>(2012)를 만들었을 때 수많은 비행사들의 경험담을 참고하였지만 허드슨강의 기적사건도 참고 했다고 말한바 있다. 난기류를 만나 기체에 결함이 생기고 또 엔진마저 고장이 난 상황에서 뛰어난 비행실력으로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킨 기장 휩 휘태커(던젤 워싱턴)를 가상인물로 내세운다. 재미있는 점은 기장의 탁월한 비행능력을 부각하면서도 그를 알코올 중독자 캐릭터로 내세운 것이다. 항상 술에 절어 살던 그가 어떻게 끔찍한 재난을 피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비현실적인 내용 때문에 오히려 비행기 위기 상황과 알코올 중독자 기장의 조합을 통해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했고,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 당시 미국 사회와 돈의 맛에 취해 사는 미국인들의 현실을 풍자하려 한 것은 아닐까 추측할 정도였다. 저메키스 감독은 감정적으로 파산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여하튼 재난영화를 위해 좋은 소재로 사용할 수 있었던 허드슨 강의 기적을 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시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소 특별했다. 하나는 기계와 인간의 차이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난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영웅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먼저 첫 번 째 특징부터 살펴보면, <플라이트>에서 저메키스 감독이 영웅보다는 영웅 이면에 있는 감정적으로 파산한 한 남자에 주목했듯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영웅이나 영웅적인 행위보다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특성의 차이에 주목했다. 사고의 책임을 묻는 항공 안전국 조사원들이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여론의 영웅 만들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왜냐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자료나 엔진 상태에 관한 기계적인 확인 과정에서 얻은 자료들은 한결같이 비상착수 할 이유가 없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동안 강이나 바다에 비상 착수하는 경우에 성공사례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으로 볼 때 충분히 공항으로 회항하거나 인근 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셀렌버거가 왜 하필 위험을 무릅쓰고 강에 비상 착수할 생각을 했는지 그 이유를 기술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그들이 기계적인 자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정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기장의 판단 착오를 확인해야만 했던 조사관들은 정확한 평가 기준을 필요로 했다. 결국 그들에게 기장에게 책임을 물을 객관적인 기준은 기장이나 부기장의 말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수밖에 없었다.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책임자로서 셀렌버거는 자신의 비창 착수를 결정했던 이유를 기계적인 자료를 믿고 있는 조사원들에게 납득시켜야만 했다. 이 일에서 셀렌버거가 주목한 점은 기계와 인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인간은 기계처럼 사고 후 곧 바로 회항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인간이기 때문에 지체할 수 있는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결국 자동운전이 아니라 수동운전의 상황에서 인간의 직관이 작용할 시간을 고려했을 때 컴퓨터 시뮬레이션 역시 셀렌버거가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기계가 볼 수 없는 부분을 셀렌버거는 오랜 비행경험을 통해 얻은 직관으로 볼 수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 사건을 보는 특별한 과점의 다른 하나는 영웅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해석에 있다. 영웅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한 사람을 말한다. 영웅은 위기에서 태어난다. 할리우드의 영웅 만들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인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영웅 신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임을 경험한 것 같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각종 영웅 캐릭터를 보면, 영웅은 고민하고 약점을 드러내며 심지어 사악한 면까지도 여지없이 폭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영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기적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영웅에 집중하기보다 사고 책임자의 신분으로 조사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또 다른 문제를 통해 영웅의 진정한 면을 조명했다. 이것은 셀렌버거 자신의 입을 통해 설명되고 있는데, 영웅은 한 개인이 아니라 사고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탑승객 모두이며 또한 구조 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 사건을 떠올린 것에 대해서는 굳이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장은 비행기가 침몰하는 직전까지 탑승객이 무사히 탈출했는지를 확인하고 또 안전하게 구조된 후에도 구조된 탑승객 숫자를 재차 확인할 정도로 기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우리 역사에는 임진왜란 때에 자기 혼자 살겠다고 망명하려했던 선조가 있고, 6.25 전쟁 때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일본으로 망명하려 했던 이승만이 있으며, 학생들로 가득한 선실을 밖으로 문을 걸어놓고는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이 있고, 안보를 빌미로 국민의 의견은 아랑곳 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 요직에 부정부패 인사로 채워 넣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각종 국가 사안을 외선 개입을 통해 수행해나간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는 박근혜 정권이 있다.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사실 영웅은 차치하고 국가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지도자가 아쉽다.

 

끝으로 <설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감독은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다. 65mm IMAX 영화필름을 사용한 것도 현실을 실감나게 재현하려는 이유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사고 장면에서 재난 영화의 요소를 반영하여 연출했을 수도 있었지만 감독은 목적을 지향하는 한 과정으로써 매우 깔끔하게 처리했다. 필자가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점은, 감독이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전개되고 또 인공지능이나 무인자동차로 대표되는, 그리고 물리학과 디지털 그리고 생물학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흔히 간과될 수 있는 인간노동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계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에게 고유한 점은 직관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직관적인 통찰은 어떤 인공지능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흔히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노동만이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직관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노동 역시 그 안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를 통해 바로 이점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최성수 박사가 본 <밀정>은?   기독교적 가치                작품성                대중성 


최성수  서강대 철학을, 본 라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신학과 영화라는 주제를 깊이 있고, 적절하게 녹여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의 취지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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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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