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대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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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 이상민 변호사의 사례를 통해 ‘김영란법’ 이해하기


1. 투명사회를 위한 첫걸음

마침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법이 시행될 경우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소비 위축으로 경제 침체를 불러올 것이며, 인간관계마저 파괴해서 삭막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자들은 헌법소원까지 내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없고 선진국가로의 진입도 불가능하다는 국민의 절박함과 위기감이 법을 시행하도록 만들었다.

김영란법이 관심하는 대상은 우선적으로 공직자, 언론인, 교직원 등 영향력이 큰 우리 사회 지도층이다. 그 가운데서도 공직자를 둘러싼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가 핵심이다. 공직사회의 투명성 없이는 일반사회의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을 때 IMF가 내건 조건 가운데 하나가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었다. 부끄럽게도 벌써 20년이 지났으나 우리는 아직까지 투명사회를 건설하지 못 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러 해째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패가 심한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권력형 부정부패가 심해서 사회적 공평성을 해치고, 국가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김영란법은 투명성을 통해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며, 우리나라를 국가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만드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법만으로 우리 사회를 금방 투명사회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법을 잘 만들어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머리 좋은 엘리트들은 언제든지 존재할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의 사회라고 하니 돈 앞에 법 적용이 무력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법은 공적 힘을 이용하여 뒷돈이나 검은 돈을 받아 챙기던 사람에게는 슬픈 소식이겠으나 정직하게 살려고 애쓰는 수많은 소시민들을 양심의 갈등에서 자유롭게 한다. 청렴한 공직자가 되고 싶어도 인간관계상 혹은 조직의 문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탁과 부정에 끌려다닌 사람에게 좋은 대응수단이 생겼다. ‘아시잖아요. 김영란법 때문에 저희 둘 다 처벌받을 수 있어요.’ 

()법의 기능 가운데 정치적혹은 시민적기능이 있다. 죄의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겁을 주어 함부로 죄악을 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이다. 그간 관행적으로 급행료를 지불하고, 촌지를 찔러 넣고, 비싼 접대를 하고, 전화를 돌려 청탁을 하던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만든 법이라도 그것이 제 기능을 하려면 법을 운용하는 사람이 변하고, 법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인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가치관과 도덕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이 법도 다른 법들과 마찬가지로 힘없고 빽없는 사람만 희생시키는 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2. 신뢰사회를 위한 가치인 정직과 공평성

일찍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라는 책에서 전통적인 자연 자본이나 인간자본 외에도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사회적 자본에는 신뢰만 아니라 소통과 협력, 공동체와 같은 가치들도 포함된다. 높은 신뢰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0년째 3만 불 문턱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신뢰가 낮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서유럽 국가들과 북미, 심지어 일본의 공통점은 부지런히 일하는 것 외에도 높은 신뢰를 구축한 사회라는 점이다.

신뢰사회는 정직이나 공평성 같은 가치 위에서만 실현된다. ‘정직하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부정직한 사회에서 법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려는 사람은 사라진다. 정직한 사회에서 공짜는 없으며, 대가성 없는 금품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직이란 가치는 진실하신 하나님의 성품에 기초한다. 하나님과 달리 악마는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다.(8:44) 그래서 성서는 거짓된 말과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신뢰사회의 토대가 되는 또 다른 가치는 공평성이다. 지금처럼 돈과 권력, 그리고 빽 있는 사람들끼리 카르텔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각종 이익과 특혜를 주고받고,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회는 불의한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는 '헬조선'을 외칠만큼 '흙수저'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공평성이란 가치는 하나님의 정의로우심에 기초해 있다. 예언자들의 가르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 나그네로 대표되었던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특별히 관심하고, 그들을 편드시는 정의로운 분이다.

정직은 개인의 덕목이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습득하기 어렵다. 조직과 제도가 불공평하고, 관행이 부도덕하면, 개인의 양심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각종 형태의 연고주의나 온정주의 문화를 바꾸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해야만 정직이란 가치도 자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직과 공평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3. ‘산 위의 도시로서 교회 공동체

다행스럽게도 종교인이나 종교단체는 김영란법이 감시하는 주요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에서 볼 때 목사나 교회도 결코 김영란법과 무관하지 않다. 목사들 가운데에는 신학교나 각급 기독교 학교, 기독교 언론기관에 직책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부정청탁을 받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뇌물을 제공하고 부정한 청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교인들 가운데에는 이 법의 직접적 대상자인 공직자나 교직원, 언론인들이 있다.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건 김영란법이 궁극적 목표로 삼는 정직 사회와 공평 사회야말로 교회가 추구하는 사회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해야 할 역할이 소금, , 그리고 산 위의 도시(폴리스)’(5:13-16)라고 하셨다. 교회는 부패한 사회에서 짠맛이어야 하며, 어두움을 내쫓는 등잔불이어야 하고, 숨길 것 없는 투명한 교회여서 세상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모여드는 대안적인 사회여야 한다.(4:2-6)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먼저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정직했고, 교회는 얼마나 정의로웠는가? 세상을 정화하기는커녕 더 썩게 만들고, 새로운 세상의 대안이 되기는커녕 사회적 걱정거리가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권주의자들 사이에서 관행이 되어버린 돈봉투와 향응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성골'이나 '진골'이 아닌 '천민' 출신의 신학생이나 젊은 목회자를 절망하게 만드는 유력한 교회 지도자들 사이의 은밀한 카르텔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교회가 뇌물과 청탁을 통해서 공직자나 교직원, 언론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죄를 저질러선 안 된다. 김영란법에서 한도로 정해놓은 3만 원 식사, 5만 원 선물, 10만 원 경조사비를 넘어서는 과도한 접대문화를 근절하고, 호텔에서 개최하는 기도회나 회의 등도 자제해야 한다.

김영란법의 시행과정에서 혼란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 했던 일들도 틀림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사회가 신뢰사회로 발전해 가는데 필요한 성장통일 뿐이다. 이 법이야말로 기독교적 가치인 정직과 공평성에 기초해 있고, 신뢰사회를 구축하려는 교회의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나서서 이 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나아가 투명사회와 공정사회를 통해 신뢰사회를 구축하는 일에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소금과 빛, 그리고 산 위의 도시가 되어야 하겠다.


조용훈 목사 한남대학교 기독교학과에서 가르치면서 교목실장과 학제신학대학원장으로 학원선교를 위해 일했고, 현재는 대학교회 담임목사로도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시대를 위한 열 가지 하나님의 말씀: 십계명의 영성과 윤리>(2015) 등 여러 권의 저서와 수십 편의 연구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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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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