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문화 · 2011. 10. 18. 10:47
[그을린 사랑] 인간의 신념은 갈대인가? 바람인가? (조현기)
영화사 타이틀 로고가 올라간 다음 상당히 긴 암전이 흐른다. 시야가 탁 트인 넓은 산이 화면에 갑자기 나타난다.화면 앞쪽으로 바람에 한가롭게 흩날리는 한 그루의 야자수가 놓여있다. 이윽고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창틀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한 무리의 아이들의 머리통을 차례차례 전동식 기계로 삭발한다. 라디오 헤드의 ‘당신은 누구의 군대인가?’ 선율이 처절하게 흐른다. 카메라는 세 개의 점이 일직선으로 발뒤꿈치에 선명하게 찍힌 아이를 찾아 들어간다. 조용하게 관객을 응시하던 소년의 눈빛은 카메라가 다가갈수록 이내 분노로 바뀐다. 누가 나를 여기에 데려다놨냐고 물어보듯이. 레바논 태생 극작가인 와이디 무아와드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을 캐나다 출신 감독 ‘드니 빌뇌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