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쉬는 여름 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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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쉬는 여름 수련회


 최 은 호



바쁠수록 돌아가라?

나는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후 오히려 매일 낮잠을 자야 했다. 그것이 내가 영국수상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우와, 대단하다. 얼마나 배포가 크면 전쟁 중인데도 매일 낮잠을 즐겼을까?’ 이게 아니다. 그만큼 쉼이 중요했다는 고백이다. 생각해 보라. 세계대전을 치르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스트레스가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낮잠이라는 적절한 휴식이 있었기에 그 중압감을 제대로 이겨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리의 몸과 삶, 그저 열심히 일하며 뛰는 게 장땡이 아니다. 일한 만큼 적절하게 쉬어야만 제대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도 6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7일 째는 푹 쉬셨지 않은가? 신학자들 중에는 하나님의 창조의 완성이 에 있다고까지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삶에 적절한 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쉬지 않으면 도끼의 날이 무뎌진다. 오히려 능률이 떨어지고 성과도 줄어든다. 부지런히 일한 만큼 적절하게 쉬는 사람이 지혜롭다. 제대로 쉴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 여기서 방점은 두 군데에 있다. ‘쉰다제대로’! 쉬되, 제대로 쉬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더욱 알차게 살 수 있도록 재충전과 회복의 쉼이 되어야 한다. 열심히 놀았는데 몸과 마음이 여전히, 아니 더욱 피곤하다? 이건 쉼이 아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의 휴가 풍속도를 보면 평소 일할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여름에는 바닷가나 해외 관광지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평소 주말에는 놀이동산이나 가까운 교외로 나가야만 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몇 년 전 유행했던 모 카드회사 CF처럼 결국 돈이 있어야만 떠날 수 있는 휴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해서 다녀온 휴가 끝에 남는 단어는 피곤’. 한 잡지사에서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92%의 응답자들이 휴가로 인해 안식을 얻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크리스천들만의 고민



크리스천들은 여기에 한 가지 고민이 더해진다. 그 소중한 휴가기간을 여름성경학교나 학생 수련회에 할애하고 나면, 보람은 있는데 뭔가 허무하고 답답해진다. 왜 이렇게 교회 행사가 여름에 몰려있는 건지, 단기선교여행, 농촌 전도대, 어린이 성경학교, 중고등부 수련회, 청년부 수련회, 장년부 수련회 등등. 교회에서 좀 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일정 중 최소한 1~2개는 참여하게 되고, 이러니 개인적으로 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휴가는 머나먼 꿈이다. 그동안 열심히 봉사했으니 올해는 개인적으로 휴가를 보내고자 교회에 이야기하면, 각종 경로를 통해 집요한(?) 설득 작업이 이루어진다. “기도해봐,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해야지!” 대개는 어김없이 개인 일정을 포기하고 교회 행사에 소중한 휴가를 희생(?)한다. 좋은 크리스천은 순종이 미덕이라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수련회 프로그램 내용도 시간마다 계속 무언가를 하는 활동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때의 수련회는 사역은 될 수 있어도 휴가는 되지 못한다. 매년 여름 반복해서 치러야 하는 (work)’인 것이다. 물론 그 속에서도 몸과 마음의 진정한 안식을 얻는 이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매주일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매년 여름도 사역 때문에 피곤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프로그램의 형태도 수십 년 동안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20년 전의 수련회와 지금 참여하는 수련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교회를 5년 이상 다닌 사람이라면 구태여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수련회 일정을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침 묵상, 오전 성경공부, 오후 놀이, 저녁 집회 등등.

 




최고의 여가 상품, 템플스테이



몇 년 전에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이나 삼림욕을 즐기겠다는 대답이 전체의 35.5%1등을 차지하였다.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우리의 휴가 풍속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휴양지나 해외의 관광지로 떠나기 위해 휴가철이 되면 공항과 도로가 북새통으로 이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조용한 쉼을 누리는 휴가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불교계의 템플스테이’, 말 그대로 산사에 머물며 절에서 행해지는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노동과 발우공양, 참선과 108배 등 사찰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각종 생활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트레킹, 새벽 숲길 체험, 선무도, 백련꽃차 만들기, 생태체험, 차 명상, 영어 캠프 등 각 사찰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독특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산사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나를 돌아볼 수 있어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고백처럼, 템플스테이의 장점은 분주한 도심의 생활 속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깊은 산중에 있는 사찰에 거하면서 녹색의 자연을 온 몸으로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도심의 분주함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넉넉한 휴식이 된다. 또한 수백 년 이상의 전통 문화가 간직되어 있는 사찰의 고요함 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들에 대한 반성과 자기 성찰도 이루어진다. 여기에다 현대적 감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눈높이 프로그램이 덧붙여지면서 외국인들까지도 높은 호응도를 보이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참가 대상도 불교신자만이 아니다. 일반인이나 타 종교인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적 색채를 어느 이상 강조하지 않는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참가자들의 종교가 불교 37%, 무종교 38%, 개신교 10%, 가톨릭 9% 등으로 나타나며, 전체의 80%가 다시 참여를 희망할 정도로 그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 가치를 인정하여 템플스테이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올해에만 무려 15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여름 수련회도 이렇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기독교에는 고요한 가운데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영성 전통이 있어 왔다. 자연 속에서 침묵과 묵상, 노동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이 전통에 대한 현대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쉼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는 수련회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내용을 보다 다양화하고 전문화하여 비신자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길 필요가 있다. 구도자 예배는 있는데, 구도자 수련회가 있으란 법이 없겠는가? 여가의 시대를 맞이한 현대 교회가 세상을 향해 감당해야 할 중요한 선교적 책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최은호 │ 갇힌 틀을 깨고 새로움과 변화의 물결에 두둥실 떠다닐 수 있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신나고 즐거운 삶을 위해 재미있는 교회 만들기 프로젝트에 '올인' 중. 

※ 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에서 발행한 문화매거진 <오늘> 2007년 7-8월호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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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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