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영화 <파리 폴리>를 보고



반응형

중년 부부에게 바치는 영화

<파리 폴리>


최성수 목사(신학박사, 영화평론가)







파리 폴리 (2015)

Paris Follies 
8.5
감독
마크 피투시
출연
이자벨 위페르, 장-피에르 다루생, 미카엘 뉘크비스트, 피오 마르마이, 마리나 포이스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98 분 | 2015-02-26
다운로드



(스포일러 있음)

사실 프랑스 국민 여배우로 잘 알려져 있고,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해 더욱 친숙해진 이세벨 위페르 때문에 본 영화다. 나이가 60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청순한 이미지를 간직한 여배우를 훔쳐보는 것이 내심 부끄러웠기에 글을 쓸 생각 없이 보았다. 감상하면서 그녀의 동선을 따라가다 스토리텔링에 푹 빠지다보니 결국 글을 쓸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결혼 생활에서 위기를 겪는 많은 중년 부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성문화와 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겠지만, 내용 중에 원 나잇 스탠드와 맞바람을 정당화하는 느낌을 주어 다소 주저는 되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중년 부부의 일상에 관한 것이고, 또한 권태기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소원해진 중년 부부의 관계를 돌아보고 또 개선하는 데에 적지 않게 기여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먼저 영화 제목의 의미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원제는 <La ritournelle(라 리투르넬레)>이다. 이 말은 음악 용어로 보통은 후렴구를 뜻하는데, 교향곡에서는 반복구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단순한 반복을 가리키지 않고 변화를 동반한 반복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파리 폴리는 원제를 영화의 내용에 따라 번역한 것인데, 어리석은 행동을 말한다. 파리에서의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말이겠다. 같은 제목이라도 영화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조금은 달리 이해된다. 예컨대 파리에서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둘 경우, 시골에 사는 중년 부인이 젊은 청년을 찾아 파리에 와서 저지른 다소 어리석은 행동을 가리킨다. 그러나 만일 중년 부부 관계에 착목한다면, 반복된 삶 때문에 일상에서 다소 권태를 느끼지만,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방점을 두고 싶다.

 

대학생 아들을 둔 중년 부부 사비에르와 브리짓은 노르망디 한 전원에서 목축업을 하고 있다. 농업학교에서 서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부족한 것이 없는 삶을 산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생일 파티가 열렸는데, 초대된 손님 중에 파리에서 온 한 젊은 청년이 브리짓에게 깊은 호감을 갖고 다가온다. 브리짓 역시 그가 기울이는 관심이 싫지만은 않다. 술과 춤과 대화로 가득했던 파티가 끝나고 그가 떠난 후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브리짓은 남편의 무뚝뚝하고 퉁명스런 태도를 대할수록 청년과 보낸 짧은 시간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질 뿐이다. 브리짓은 마침내 피부병 치료를 핑계로 파리로 갈 결심을 한다. 아내가 파리로 떠난 후에 남편은 의사를 소개해준 여동생에게 그곳에는 더 이상 예전에 진료했던 의사가 없다는 말에 직접 전화를 해서 더 이상 피부과 진료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장 파리로 달려간 사비에르는 아내가 한 중년 남자와 함께 호텔을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잠시 미행하는 동안에 그들이 매우 다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깊은 자괴감에 빠져 포기한다. 아내 브리짓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브리짓이 파리에 온 목적은 중년 남자가 아니라 젊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를 만난 기쁨은 잠시였을 뿐, 그를 조금씩 알아 가면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리 교양 없이 행동하는 모습에서 그녀는 크게 실망하였다. 결국 청년을 떠나 호텔로 돌아오면서 우연히 마주친 덴마크 출신의 치과의학자인 중년 남자의 데이트를 받아들인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기대 이상이었고, 두 사람은 마치 오랫동안 사귄 연인처럼 서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원 나잇 스탠드로 이어졌다.

한편, 아내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남편은 깊은 공허감을 느끼면서 파리 시내를 거닐다, 곡예사가 되겠다고 해서 그동안 섭섭하게 대했던 아들을 방문하고 부자 관계를 회복한다. 또 호텔 로비에 있는 상점에서 양치기 소녀를 꿈꾸었던 아내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며 양치기 모습이 담긴 엽서를 구입한다.

집으로 돌아온 브리짓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니 남편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이 행동하고, 남편 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듯이 아내를 대해주었다. 게다가 아내가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고 전과 같이 지낼 거라는 확신이 들자, 남편은 브리짓에게 이스라엘 사해로 피부병 치료차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한다. 여행 가방을 정리하는 동안 브리짓은 양치기 그림이 있는 엽서와 영수증을 발견한다. 영수증에 적혀 있는 장소와 날짜를 보고 남편이 자신이 파리에서 보낸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남편이 짧은 시간이나마 외도한 아내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까닭은 그 역시 과거에 외도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자신을 받아주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바람에는 맞바람으로 맞서야 서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렇게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찾아드는 권태기를 겪는 중년 부부에게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탈을 비록 무조건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해도 서로에 대한 관용과 용납은 남은 인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사비에르와 브리짓은 권태기에 흔히 겪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그동안 소원했던 부자 관계는 물론이고 부부관계마저도 회복하는 복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매우 평범한 내용의 드라마지만, 감독이 맛깔나게 연출한 덕에 일상의 삶에 대한 기쁨을 공감할 수 있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의 취지 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선교연구원 공식 계정

 [ 블로그 ]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 트위터 ]



반응형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게 시 글 공 유 하 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미지 맵

    웹진/문화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