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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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고

(-피에르 & 뤽 다르덴, 드라마, 12, 2014)

 

최성수 목사(신학박사, 영화평론가)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8.4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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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을 수 있을까? ‘내일’을 위한 그녀의 시간이 흐른다.

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설득하려 하지만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은 어렵기만 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동료들. 
 마음을 바꿔 그녀를 지지해주는 동료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거세지는데… 
 과연 산드라는 ‘내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긴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 흐른다.   -  네이버 영화 정보


영화는 한편으로는 그동안 간과했던 현실을 다시 보게 하거나 혹은 새롭게 보게 하는 기능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적인 이슈를 화두로 삼아 그것의 의미를 성찰한다. 이렇게 해서 영화는 우리가 그간에 몰랐던 것을 알게 하고 간과했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하며 또한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데에 기여한다. 영화가 소통을 위한 매체로 이해되는 까닭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우리 노동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또한 21세기 경제 한파가 세계적인 현상임을 실감케 한다. 계약직 문제를 중심 화두로 삼으면서 직장에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미생의 여운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시기라, <내일을 위한 시간>은 우리 노동 및 정치 현실을 재차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두 영화가 비록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지만 비슷한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생이 캐릭터보다는 주로 다양한 군상들 사이에서 얽히고설킨 사건 전개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내일을 위한 시간>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본질을 성찰한다.

 

특히 <내일을 위한 시간>은 다르덴 형제 감독의 1999년 작 <로제타>의 연장선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케 한 이 영화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명했다. 벨기에에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각인시켰고, 결국 로제타법을 제정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미친 영화다. 이에 비해 <내일을 위한 시간>은 경제 한파의 현실에서 흔히 나타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돈과 사람, 나와 너, 나와 우리, 아내와 남편 등 여러 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감독 특유의 사실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의 원제는 이틀 낮, 하룻밤이다. 영화의 의미와 관련해서 내일을 위한 시간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은 상황의 긴박함을 암시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표출되는 인간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감독이 관심을 갖고 보여주려는 것은 캐릭터 곧 인간의 본질에 반영된 시대정신이다. 질문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시대의 깊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사건을 통해 시대정신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는데, 이틀 사이에 일어나는 불법 낙태 시술을 계기로 인간의 탐욕스런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당시 루마니아의 폭력 정치 상황을 폭로하였다.

 



감독의 관심이 다만 캐릭터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주인공 산드라가 왜 우울증에 걸렸는지에 대해 철저히 침묵한다. 오직 우울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해고 소식을 들은 후부터 시작한다.

 

(스포일러 있음)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 분)는 심한 우울증으로 몇 달을 휴직한 후 복직하려는 때에 갑자기 해고 소식을 접한다. 휴직 기간에 회사는 아무 문제없이 운영되었다고 생각한 사장은 굳이 산드라를 고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직원 한 명을 줄일 수 있으면 대신에 다른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1000유로를 주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러나 뜻밖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게 된 다수의 직원들은 동료직원 산드라의 생계나 그간에 함께했던 관계보다 결국 보너스를 선택했다. 냉혹한 노동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팀장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발견되어 재투표를 하게 되었다. 재투표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이틀 낮과 하룻밤이다. 이 기간 동안 산드라는 직원들의 과반수이상을 자신의 복직에 찬성하도록 설득해야만 했다.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방문하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다양한 반응을 보았는데, 산드라는 자신 때문에 동료의 가족 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직원들 사이가 불화하며, 심지어 이혼까지 결심하는 동료가 생기는 것을 겪어야 했다. 복직을 위한 노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본 산드라의 마음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설득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살을 시도할 정도였다. 더 이상 삶의 의욕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동료 직원에 힘입어 응급처치를 통해 위기를 넘긴 후에 다시금 삶의 의지를 얻은 산드라는 자신의 복직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나 결국 과반수이상을 얻지 못한다. 이에 사장은 산드라가 복직할 뿐만 아니라 또한 모든 직원이 보너스까지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산드라는 거절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복직 대신 계약직 직원 한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투표함으로써 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을 버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결과를 뒤로하고 길을 나서면서 , 행복해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간의 우울하고 침울했던 영화 전체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기에 충분했다. 다시 말해 산드라는 깊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녀가 새롭게 출발할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이 돈보다 사람이나 관계를 더욱 중시하며 자신을 도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미생'과  <내일을 위한 시간>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두 작품 모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조직 혹은 돈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데에서 나옴을 역설하는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의 취지 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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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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