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리포트] 수유리교회 l ‘열림’의 미학




다음은 문화선교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잡지 <오늘> 2008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onul1.tistory.com/30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유리교회 l ‘열림’의 미학


이명아 객원기자|scipio80@hanmail.net 



‘아우라’를 벗고, 지역 주민들과 ‘참다운 이웃’으로 살아가는 수유리 교회

‘교회다운 교회’는 과연 어떤 것일까. 모든 이들을 끌어안으신 예수님의 마음처럼 넉넉한 가슴을 지녀야 함은 당연하다. 그분이 우리의 이웃이 되신 것처럼 교회도 ‘이웃’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이웃이 되려면 문턱을 낮추고,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범접하기 어려운 교회의 ‘아우라’를 벗고, 지역 주민들과 ‘참다운 이웃’으로 살아가는 수유리교회(담임 방인근 목사)를 찾아 ‘내 집 같은 교회’ 이야기를 들었다. 


도심 속 영성의 샘


수유리교회 ⓒ오마이뉴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5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옆에 있는 15층 건물(수성타워)이 바로 수유리교회다. 일반 상가 건물에 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가면 놓치기 십상이다. 자세히 보니 크지 않은 안내판이 ‘교회의 존재’를 알려준다.

고층 건물에서 교회가 사용하는 곳은 지하 2층과 지상 12~14층. 지하 2층에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제리코’가 있고, 12층은 소예배실과 세미나실 등이 있다. 13층은 사무실과 기도실, 14층에는 본당이 발걸음을 기다린다. 땅 아래 있거나 너무 높이 있으니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도 하다. 건물 13층에서 교회 행정과 실제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허정회 부목사를 만나 수유리교회의 면모를 들었다.

40여 년 된 수유리교회는 ‘도심 속의 영성의 샘’을 지향한다. 지역의 도심화 과정에서 따로 독립된 교회를 갖기보다 도심 속에 있기를 택했다. 물론 보다 좋은 환경에서 독립된 교회를 갖고자 하는 소리도 많았지만, 바쁘고 삭막하게 돌아가는 도시 속에서 지친 마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주민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 건축을 했다. 그리고 모든 공간을 넉넉한 마음으로 열어두었다.

“일반 교회에서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너무 어렵게 만들어요. 성도들이 교회 와서 할 일은 기도하거나 예배드리는 것이에요. 성도들이 행정적인 업무를 볼 일이 별로 없거든요.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은 기도실이나 예배실이 되어야 합니다.” 수유리교회는 들어오는 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기도하고 갈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13층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기도실이 나오고 사무실은 그 뒤에 있다. 본당이 있는 14층은 내리면 바로 예배실이다. 기도하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아무 때나 와서 마음 편히 기도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도제목카드에는 외부사람들의 기록도 종종 눈에 띤다.


대문을 활짝 연 사랑방 같은 교회


수유리교회 본당 ⓒ수유리교회


2005년 새단장 한 수유리교회는 공간 곳곳에 방문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세심한 노력이 기울여져 있다. 교회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여 손을 대기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는 공간을 적극 개방하였다. 교회의 부흥과 계산적 이익을 위해 공간을 허락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교회 안팎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기독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다. ‘사심 없는 교회’가 되어 많은 지역주민과 단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공간을 빌렸던 이들은 수화교실 팀이었다. 이 팀은 원래 다른 큰 교회에 장소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가 수유리교회로 옮겨 지금까지 이용한다. 근처 회사에서는 신우회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하루에도 평균 두 세 팀 이상이 교회를 사용하고 있다.

교회 건축을 하면서 내부 구조는 기독교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게 했다. 기독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한 것이다. 신자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은 으레 ‘교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벽돌 하나에도 질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행사 등 외부 행사에 장소를 빌려 줄 때, 믿지 않는 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올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오고 가는 발걸음이 많은 반면에 부흥이 더딘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곤 한다. 하지만 방인근 목사와 허정회 목사는 한목소리로 ‘사심을 버리자’고 생각한다. 부흥의 속도는 더딜지 모르지만 한국교회의 수평이동 현상 속에 머무르느니 새로운 신자가 오는 게 좋다고. 주일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 200여 명 정도이지만 작은 교회를 원하는 이들도 있고, 그 정도의 ‘공간’을 원하는 단체들도 많다고 한다.

교회의 모든 공간은 특정인이 장악할 수 없는 공용의 자리다. 장소의 팻말을 보면 어느 부서, 기관이 사용하는 방인지 모른다. 모든 방을 사랑방처럼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덕에 컴퓨터를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런 행동(?)을 하기는 더 어려우니까 말이다.


‘문화’가 머무는 자리

수유리교회가 하고 있는 문화관련 사역들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였다. 강북, 노원, 도봉, 양천, 의정부 등 이 지역은 찬양집회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여기 학생 청년들이 강남에서 주로 하는 찬양집회에 찾아 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찬양집회를 주관한다. 두 번째 주는 청년 중심의 일일콘서트를 열고 있다. 기존에 앨범을 낸 찬양사역자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그리고 네 번째 주는 ‘라이즈업 코리아’를 열어 청소년을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도록 교회가 무대와 좋은 음향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수유리교회만의 행사가 아닌 근처 지역 전체적인 연합을 위한 행사이다.

수유리교회에서는 세미나도 많이 열리고 있다. 환경단체, 여성단체, 시민단체, 장애인 단체, 기독교 단체 등에 지원도 하고 유치도 하고 있다. 그리고 ‘찬양나라쉼터’에서 일급강사를 초빙해서 강습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대관의 형식만이 아니라 ‘참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다. 최신의 장비를 아끼지 않고, 부족한 인력에는 일손도 보탠다.

지하 2층의 카페 ‘제리코’는 작은 음악회나 세미나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해 기존 ‘개방’의 움직임에 ‘문화’를 덧입혔다. 지역 교회 두 군데와 연합하여 ‘지저스 드라마 센터’라는 연극팀을 만들어 내년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 기독교적인 이야기와 일반 이야기를 섞어 상설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라이브 찬양 코너도 마련하려고 한다.

청소년을 위한 계획 중에 있는 행사 가운데는 ‘청소년 영화제’가 있다. UCC를 포함한 단편영화 등 순수한 아이들 작품으로 교회 뿐 아니라 지역 학생들과 교류하기 위함이다. 문화적인 접근이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훌륭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12층에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기획하는 등 수유리교회는 지역주민들에게 한걸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임에도 수유리교회는 ‘주인’이 되려는 생각을 거부한다. 공간이든 일손이든 기꺼이 나누어 준다. 지역 주민들에게 참다운 이웃으로 호흡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수유리교회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수유리교회

서울시 강북구 수유3동 229-15   02)3297-0101 
www.suyu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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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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