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인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상품 구매에 쓰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레기봉투를
사는 데 쓴다. 세계 인구의 10억이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는 반면, 미국인은 하루 평균 400 ~ 600L의 물을 쓴다. 7초마다 세계
어디에선가 5살 미만의 아이가 기아로 죽는 반면, 미국인은 자신이 구매한 식품의 14퍼센트를 내다 버린다. 세계 인구의 16억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 -<네 이웃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라>- 글
신윤주·사진 김준영
극명한 대조를 제시하는 위의 인용구의 한 축에는 ‘미국인’이라는 주어가 있다. 이번에는 이 주어를 ‘한국인’으로 바꿔서 읽어보자. 구체적인 비율이야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 역시 유사한 혜택을 누리며, 비슷한 소비 풍조를 기록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어렵지 않게 구하고, 알지도 못할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우리가 극도의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개중에는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닌데, 새삼스레 뭘’ 하며 둔감하게 반응하는 이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반짝, 빛나는 양심의 반응에 안도하던 사람마저 하릴없이 부끄럽게 만들 이가 있다. 온 몸과 온 삶으로 고민을 실천하는 사람, 바로 ‘에너지팜Energy Farm’을 세운 김대규 대표다.
에너지팜은 재생 에너지와 적정기술을 다루는 회사다. 그런데 김 대표의 전공은 학부에서 석사에 이르기까지 신학이었다. 에너지 문제가 고민의 출발점이 아니었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학 박사가, 교수가 되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던 그가 미국 유학길에 나서려던 마음을 돌려 제3세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방문했던 네팔의 가난한 일상을, 청년 예수가 우리 시대에 했을 법한 선택을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제3세계의 가난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요. 이들에게는 목숨이 붙어있을 만큼의 식량만 계속 공급돼요. 의복은 벌거벗은 상태를 겨우 모면하는 수준이고요, 집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일 뿐 안전이나 위생,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인생의 좋은 것들을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더 좋은 삶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요.” 그는 예수님의 전인적 치유사역을 떠올렸다.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나는 예수가 내 삶의 전부임을 고백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그들이 소외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에너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너지 문제란 곧, 전기와 땔감의 문제이고, 전기와 땔감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위생과 안전, 나아가 교육 상태가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김대규 대표는 3년 째 캄보디아, 네팔, 탄자니아 등을 방문하여 빈곤퇴치 활동을 하고 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자연농업을 가르치고 적정기술을 이전하여 최초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보통의 구호활동이라면, 물고기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고, 나아가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현재 캄보디아의 따케오 지역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현지에 적합한가의 여부는 10년 정도지나봐야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쇠를 다루고 치수를 재고 용접하고 전기를 만들어 내면서 설비와 인적자원이 구축될 거예요. 그러면 그들은 고유의 것을 창조할 그루터기를 갖는 셈이죠.”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삼아 현지인들이 직접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고, 그렇게 발생한 이윤으로 다시 보건위생 교육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김 대표의 청사진이다. 물론 이 활동의 중추에는 ‘에너지팜’이 있다. ‘에너지팜’은 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로 존재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이윤을 내며, 약속된 급여를 제외한 추가 수익의 전부를 ‘우리’의 이름으로 이웃과 나누는 것이 가능한가를 실험하는 장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합니다. 저 사람은 신부니까, 저사람은 학교 다닐 때부터 운동권이었으니까 저런 활동이 가능한 거야. 그래서 저는 그런 틀을 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 기업의 활동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죠. 우리가 꿈을 이루면 우리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니까요.”
에너지팜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은 자동 추적식 태양열 조리기, 풍력 발전기, 자전거 인력 발전기 등이 있다. 특히, 쉐플러 리플렉터Scheffler Reflector라고도 부르는 자동 추적식 태양열 조리기는 태양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으며, 1리터의 물을 끓이는데 약 6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미 에너지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소비하는 한국 사회의 경우, 태양광 발전만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충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에요. 그만큼 석유 원자력 에너지 사용량이 상상을 초월
할 만큼 막대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대규 대표는 한국의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녹색의 실천은, 발전 형태의 전환이라기보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가치의 재정립과 의식의 전환이라고 역설한다. “한국에서 녹색 에너지를 접근할 때 정부나 기업이 주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단위 면적당 경제의 효용가치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경제가 아닌 가치를 따져야 돼요.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옳기 때문에 실천해야 하는 거죠. 개인들의 신념, 풀뿌리 운동은 이런 이유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전차의 연료를 바꿀 게 아니라 전차의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이미 지역사회와 국가를 넘어 전 지구와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적어도 교역을 통한 재화의 교환으로 사람들은 지구 저편의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너른 시선으로 이웃을, 우리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과금을 덜 내기 위해, 웰빙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품고 사는 우리에게 너무 소극적인 실천이다. 더 큰 우리를 위해 가치와 신념을 살아내는 행함과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자. 바로 오늘부터, 이를 닦고 얼굴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에 샴푸를 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자. 더 큰 우리를 위해 작고 아름다운 실천에 가치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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